[바로간다] 줄 하나에 목숨 건 사람들..'외줄타기' 현장 체험해보니

정상빈 입력 2021. 10. 2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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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기자 ▶

'바로간다' 인권사회팀 정상빈 기자입니다.

지난달 밧줄에 매달려 유리창 청소를 하던 20대 노동자 2명이 잇따라 추락해 숨졌는데요.

작업할 때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보조밧줄이 없었거나, 있어도 몸에 연결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목숨을 건 외줄 타기는 왜 계속되는 걸까요?

제가 건물 외벽 페인트칠을 하는 현장에서 하루 동안 아르바이트를 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외벽 페인트칠 아르바이트 공고를 보고 전화하자, 업체 관계자는 언제든 현장에 나와 일을 배우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찾아간 충북의 한 아파트 단지.

15층짜리 아파트 꼭대기 층에서 계단으로 두 층을 더 걸어 올라가자 옥상 지붕으로 나가는 쪽문이 나왔습니다.

하늘과 땅이 그대로 보이는 40여 미터의 높이는 생각보다 훨씬 아찔했습니다.

[밧줄작업자 A] "(안 무서우세요?) 저기도 며칠 안 된 사람이야. 익숙해져."

지붕 위는 경사가 있는데다 곳곳에 밧줄이 널려 있어 발을 떼는 것도 조심스러웠습니다.

[밧줄작업자 A] "절대 뛰어다니지 말고. 이런 거라든가 로프(밧줄)라든가 밟으면 안 돼. 미끄러진단 말이야."

꼬인 줄을 풀고, 밧줄과 페인트통을 작업자들에게 갖다주는 동안, 괜히 왔나 싶었습니다.

[밧줄 작업자 B] "저는 여기 걸어다니지도 못했어요. 3일 누워 갖고 다녔어요. 그냥 무서워서. 밑에 쳐다도 못 보고."

밧줄을 직접 타는 건 최소 석 달은 배워야 한다고 했습니다.

[업체 관계자] "사람마다 다른데, 보통 3개월에서 6개월 있다가 탄다고 보면 돼요."

한 작업자가 밧줄에 몸을 싣고 내려갑니다.

팽팽해진 밧줄이 건물 모서리에 닿습니다.

마모 부위에는 원래 가죽이나 고무로 된 보호대를 설치해야 하는데, 그게 보이지 않습니다.

[밧줄작업자 A] "(보호대) 대야 되는데, 근데 이 정도에 밀려서 저기(절단)되는 건 없어. 원칙은 (보호대를) 대게 돼 있지. 그전엔 그런 거 대지도 않았어."

종이박스만 대면 된다고도 했습니다.

[밧줄작업자 C] "박스 같은 거 있잖아요. 그런 거면 충분해요. 저기 폐지 있는데 있잖아요."

밧줄은 옥상 벽면에 달린 철제 고리에 묶어서 고정합니다.

주밧줄인 초록색 밧줄과 흰색 보조 밧줄이 한 고리에 묶여 엉켜있는데, 이것도 안전지침 위반입니다.

고리 하나가 망가져도 문제없도록 밧줄 하나당 고리 하나씩 사용해야 하는데 그냥 한곳에 묶은 겁니다.

[밧줄작업자 A] "흰색이 안전줄. 원래는 따로 묶어야 되는데, 묶을 데가 없어서 여기는."

보조밧줄이라도 달고 있으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바로 옆 동 창틀에서 실리콘을 바르고 있던 작업자는 줄 하나에 매달려 있습니다.

말 그대로 외줄 타기, 안전모도 쓰지 않았습니다.

[밧줄작업자 D] "두 줄 하는 게 원칙이지. 그런데 이제 일이 안 돼, 일이 안 돼. 그거 하면 엉키고 설키고 일도 안 되고 감겨요 서로."

밧줄에 보호대를 대고, 밧줄 2개를 다른 고리에 묶는 것이 산업안전보건공단 '안전지침'.

하지만 의무는 아닙니다.

이날 본 작업자 다섯 명 중에 이 수칙을 다 지킨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지난달 인천 송도에서 빌딩 유리창을 닦다가 숨진 20대 가장도, 가죽 보호대 대신 고무장갑을 끼워놓고 외줄을 타다 변을 당했습니다.

서울 구로구 아파트에서 외벽 청소를 하던 23살 청년은 보조밧줄을 몸을 연결하지 않고 작업하다 목숨을 잃었습니다.

규칙만 지켰어도 피할 수 있었던 사고입니다.

매듭이 단단히 묶였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고 밧줄 보호대와, 보조밧줄을 설치하는 것만으로 사망 사고를 대부분 막을 수 있습니다.

현장에선 '시간'이 문제라고 했습니다.

약속한 기한 내에 작업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지침을 지키다 보면 일이 오래 걸린다는 겁니다.

[밧줄작업자 E] "일 양이 나와야 되니까. 남들 막 열 번 타는데, 이 사람이 다섯 번 탄다 그러면…"

[밧줄작업자 F] "(안전줄을 하면) 차이가 엄청 크죠. 20~30분은 더 소요가 되죠. 거의 배가 차이가 나죠."

서로 '삼촌'이라 부르는 작업자들은 경력이 쌓이면 하루 40만 원까지 번다는데, 직접 가서 보니, 경험과 감으로 줄을 타고 있었습니다.

지난 2018년부터 작년까지 밧줄에 매달려 작업하다 숨진 사람은 34명.

82%는 보조밧줄이 아예 없었고, 나머지는 보조밧줄을 몸에 연결하지 않았습니다.

[정진우 /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법령에 규정한 것만으로는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이 안 될 수 있기 때문에 사전교육, 특별교육까지를 의무화를 해야 (합니다.)"

고용노동부는 다음 달부터 밧줄 보호대를 설치하고, 보조 밧줄을 몸에 연결했는지 관리 감독자가 반드시 확인하도록 규칙을 바꿨습니다.

바로간다 정상빈입니다.

영상취재 : 장영근 / 영상편집 : 송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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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장영근 / 영상편집 : 송지원

정상빈 기자 (jsb@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309316_349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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