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광주서 전두환 비석 밟고 봉하행..권양숙 "盧 닮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오는 25일 도지사직에서 사퇴하겠다"고 22일 밝혔다. 후보 선출(10일) 후 두 차례(18일ㆍ20일) 국정감사 참석으로 활동에 제약이 있었던 그가 사퇴 시기를 못 박고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시동을 건 것이다. 사퇴 시점은 이날 진보 진영의 상징인 광주와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한 직후 공개됐다.
“광주는 사회적 어머니”…尹 겨냥 “전두환 비석 못 밟을 것”
국감 후 첫 공식 일정으로 이 후보는 광주 국립 5ㆍ18 민주묘지부터 찾았다. 이곳에서 이 후보는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광주의 피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광주는 나의 사회적 삶을 새롭게 시작하게 한 사회적 어머니”라고 말했다. 방명록엔 ‘민주주의는 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만들고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님들의 희생을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썼다.
호남은 민주당 전체 권리당원(70만여명)의 약 28%(20만여명)가 몰려있는 전통적인 텃밭이다. 특히 광주·전남은 경선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의 고향이자, 지역 경선에서 유일하게 패배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 후보는 이날 광주를 “당연히 가장 먼저 찾아와 인사드려야 할 곳”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의 광주 방문엔 후보 비서실장인 박홍근 의원을 비롯한 의원 16명과 김영록 전남지사, 이용섭 광주시장이 함께 했다. 지지자들은 이 후보가 가는 곳마다 사진 촬영을 요청하고 “후보님 환영합니다”라고 외쳤다.
이날 이 후보는 국민의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전두환 옹호’ 논란과 극적인 대비도 시도했다.
예정에 없던 동선을 현장에서 만들어 묘역 입구에 박혀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 비석을 밟았다. 이 비석은 1982년 전씨가 대통령 재직 당시 전남 담양군 방문을 기념해 세워졌던 비석이다. 광주·전남 민주동지회가 비석 일부를 떼어내 가져와 참배객들이 밟고 지나가도록 설치했다.
윤 전 총장을 “인권과 평화를 위해서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고 민중들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민주주의 체제 속에서 혜택만 누리던 사람”이라고 한 이 후보는, 전 전 대통령 비석을 밟은 채 “윤 전 총장은 존경하는 분을 밟기 어려우니 오기 어렵겠다”라고도 했다. 윤 전 총장의 전두환 관련 발언을 다시 상기시킨 것이다.
권양숙 “이재명, 노무현과 가장 닮은 후보”
이 후보는 이어 '친노ㆍ친문의 성역'인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노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와 부산의 대표적 친노ㆍ친문 인사인 전재수 의원이 동행했다. 곽 변호사는 이 후보 지지 단체 ‘민주평화광장’ 발기인으로 참여했고, 전 의원은 지난달 이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경선 캠프에서 균형 발전 위원장을 맡았다.
묘역 초입부터 “이재명 화이팅”이라고 외치는 지지자 100여명이 이 후보를 맞았다. 묘역에 참배하러 가는 길에도 지지자들은 “이재명 사랑합니다”, “이재명 만세”를 연호하며 뒤따랐다.
이날 묘역 참배 후 노 전 대통령 부인인 권양숙 여사를 예방한 이 후보는 “노 대통령께서 열어주신 길 따라서 여기까지 왔고, 그 길을 따라서 끝까지 가겠다”며 “노 대통령이 가고자 한 ‘반칙과 특권이 없는 길’이 요즘 제가 말씀드리는 '대동세상'과 똑같다”고 말했다.
전재수 의원은 “권 여사는 이 후보를 보고서 '노무현 대통령을 가장 많이 닮은 후보'라고 말했다”라며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전 의원에 따르면 권 여사는 이 후보에게 “어려운 이야기를 알아듣기 쉬운 비유로 표현하는 점, 시원시원하게 얘기하는 점 등 노 대통령과 닮은 점이 많다”며 “(내년) 대통령 선거날 이 후보에게 한표 찍겠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 후보는 “사실 권 여사께는 제가 매년 빠지지 않고 인사 오는데, 그걸 (언론에) 공개를 안 했을 뿐”이라며 “예방을 갈 때마다 (권 여사가) 젊었을 때 남편을 많이 닮았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사퇴 후 전국 순회 돌입…이낙연엔 “백지장도 맞들어야”
이날 지사직을 유지한 채 휴가를 내 광주ㆍ김해를 방문한 이 후보는 25일 지사직 사퇴 뒤엔 전국 순회에 돌입할 예정이다. 민심 청취가 컨셉이다. 사퇴 당일엔 확대간부회의와 기자회견의 일정이 잡혀 있다. 이런 일정 등을 통해 코로나19 방역 등을 포함한 중단 없는 경기도정 추진을 도 관계자들에게 당부하고 도민에 대한 양해를 구할 예정이라고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낙연 전 대표과의 만남과 당내 화합 분위기 조성은 이 후보에게 큰 과제다. 지사직 사퇴 시기 발표가 계속 늦춰진 것도 이 전 대표와의 회동 가능성 등 여러 일정을 놓고 고심해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날 이 후보는 이 전 대표와의 회동 관련, “당연히 만나 뵈어야 한다. 우리가 백지장도 맞들어야 할 상황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힘을 합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김준영ㆍ남수현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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