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으로 흐르는 野 경선..존재감 높이는 '10% 안철수'

허진 입력 2021. 10. 22. 16:23 수정 2021. 10. 2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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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전민규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최근 메시지에는 일관된 흐름이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거대 여야 정당의 유력 대선 후보를 싸잡아 비판하는 것이다. “국민들이 보시기에 대선 후보들이 나쁜 놈, 이상한 놈, 추한 놈밖에 없느냐고 한다”는 발언을 틈날 때마다 하는 식이다.

그런 안 대표는 지난 21일 국민의당 공식 회의석상에서도 “정치권은 암울한 ‘나쁜 놈 전성시대’를 마감하고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생존전략과 미래경쟁을 펼쳐야 한다”며 “이번 대선은 최선보다는 차악의 후보를 뽑는 대선으로 흘러가고 있다. 어쩌면 당선 전 감옥에 가는 새로운 전통이 세워질지도 모를 일”이라고 일갈했다.


安 “나쁜 놈 전성시대” 강조하며 여야 유력 후보 동시 타격

안 대표의 이런 메시지를 내세우는 까닭은 최근 여론조사 흐름에도 나타나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9~21일 조사해 22일 공개한 대선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4자 대결을 할 경우 안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일 때는 9%, 홍준표 의원일 때는 10% 지지율을 얻는 결과가 나왔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8~20일 조사해 전날 발표한 4자 대결 조사에서도 안 대표는 적게는 7%, 많게는 13%까지 지지율이 나왔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선거비용을 국고에서 전액 보전해주는 득표율 기준이 15%인 걸 고려하면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독자 완주가 가능한 지지율 수준이다.


안철수, 4자 구도 여론조사에서 10% 안팎 지지율 기록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날이 갈수록 혼탁해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책 경쟁이 실종된 상황에서 손바닥 ‘왕(王)’자에서 비롯된 무속 논란,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 발언 논란과 그 이후 이어진 ‘사과 사진’ 논란 등이 경선판을 뒤엎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당직자와 국회의원 보좌진 사이에서도 “뽑을 사람이 없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출마한 후보들이 워낙 형편없기 때문에 중도층은 물론 일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누가 국민의힘 후보가 돼도 본선에서 이기기 힘들다. 안철수가 나와야 한다’ 는 요구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전통적으로 제3의 후보를 원하는 현상에 더해 비호감도가 높은 여야 유력 후보들이 오히려 안철수 대표의 지지율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 “여야 후보 비호감도 높아 안철수 상승세”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한국에는 동쪽과 서쪽, 진보와 보수를 떠나서 그 외의 후보를 지지하는 성향의 비율이 전통적으로 20% 정도 된다”며 “양자 대결로 가면 그들이 둘 중 어딘가로 결정하지만 다자 대결로 가면 여야 후보 외에 다른 사람을 찍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대 정당 후보들 모두 비호감도가 높지 않느냐”며 “다른 선택지가 있으면 다른 후보들을 뽑게 되는데, 그 선택지가 안철수 대표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장동 사건’의 불확실성, 국민의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국정운영에 대한 불안감이 중도층을 유보층으로 만들고 있다”며 “유력 후보에 대한 비호감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 대표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나선 원희룡 전 제주지사, 유승민 전 의원,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의원. 연합뉴스


다음달 5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확정되지만 현재와 같은 경선 분위기가 이어지면 후보 확정 뒤 얻게 되는 ‘컨벤션 효과’를 해당 후보가 누리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은 “이재명 지사가 그랬던 것처럼 후보 확정 뒤 지지율이 떨어지는 역(逆)컨벤션 효과로까지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본다”면서도 “국민의힘 후보가 정해지면 다른 경쟁자 지지자들이 확정된 후보를 지지해줘야 하는데 지지층을 모두 흡수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철수 대표 지지율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후보 선출되도 일부 지지층 이탈 가능성”

다만 제3지대 후보의 경쟁력이 실제 대선 끝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선 아직까지 부정적 의견이 많다.

이상일 소장은 “이번 대선처럼 진영 대결이 첨예한 선거에선 제3지대가 설 자리가 좁아지는 게 보통”이라며 “선거 막판으로 가면 어느 진영이 승리하느냐가 핵심적인 문제가 되기 때문에 제3지대 후보의 지지율이 끝까지 높게 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배종찬 소장은 “국민의힘이 어떻게 안철수 대표와 협력을 하고 연대를 하느냐가 중요해진 것”이라며 “안 대표의 서울 종로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을 위한 공동 대표직 제안 등과 같은 카드가 심각하게 논의돼야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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