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스티로폼으로 만든 21세기 이스터섬 모아이석상

완도신문 정지승 입력 2021. 10. 22.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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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승의 완도, 어디까지 가봤니?] 환경파괴 고발하는 김정근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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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신문 정지승]

ⓒ 완도신문
완도의 섬 자원을 찾아 곳곳을 탐방하던 중 전국에 있는 무인도 일대를 탐험하며 환경정화 운동을 활발히 펼치는 사진작가를 만났다. 김정대 작가는 서울에서 활동하며, 한국 프로 사진계의 많은 제자를 양성하고 있다. 그의 작품 세계에 매료되어 완도의 섬을 함께 탐방코자 지인을 통해 연락을 취했더니 흔쾌히 반응했다.

그래서 완도군 약산면 일대의 해안과 무인도를 취재차 다녀왔다. 4일간 그와 많은 대화를 나눴고, 그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생각과 계획이 해양문화를 이끌 새로운 자원이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는 국내외 프로페셔널 사진가에게 촬영, 조명, 포토샵, 리터칭, 최종 작업인 프린트까지 교육한다. 전문가를 대상으로 수많은 사진 기술 교육과 샘플 촬영을 하고 있었다.

특히 칼라 매니지먼트(Color Management) 분야에 특화된 이해도와 기술력으로 삼성 화질 연구소와 그 외 화질 연구소, 프린터, 모니터, 색채 관련 회사에 다양한 기술 자문과 카메라 테스트 차트(DR 차트, Reference Color chart) 등 연구소의 의뢰를 받아 약 20여 종을 제작할 수 있는 유일한 개발자다. 

무수한 생명체, 작가의 오브제가 되다
 
ⓒ 완도신문
김정대 작가는 해양쓰레기를 사냥하는 카야커로도 널리 알려졌다. 그는 카약을 타고 무인도 캠핑을 즐기며 파도에 떠밀려온 해양쓰레기를 주워 와서 사진 작품에 표현한다. 쓰레기를 수거하는 모습이 그에게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행동이기에 몇 년째 이어진 그의 행동은 전국의 카야커들 사이에 하나의 규칙처럼 퍼져나갔다. 

김 작가의 오브제는 버려진 쓰레기 더미에 공생하는 무수한 생명체다. 그가 지난 2017년부터 작업해온 '21세기 이스터섬에서 고도를 기다리며' 시리즈 또한 무인도에 버려진 스티로폼을 쌓아 올린 조형물이다.
   
그의 작품은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와 자연이 어떻게 공생하는가를 심도 있게 보여주며, 생명을 퍼뜨린 씨앗으로 새로운 삶을 이어가는 우리를 '기생'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연보호라는 말을 쓰지 않기를 원한다. 정작 보호받는 것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미래세대에 환경을 대하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줄 김정대 작가의 작업은 아주 거창하지 않지만 대중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작가 경력은 20년 정도. 10년 전부터 상업 사진보다는 오브제, 연출사진, 환경 Land Art등 개념 미술에 주안을 두고 꾸준히 작업하고 있다.

환경에 대한 부조리, 작품 활동은 진행 중
 
ⓒ 완도신문
 
김 작가는 개울에 물고기가 많이 사는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환경이 얼마나 중요하며 자연이 얼마나 훼손됐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표면적인 심각성을 깨달은 건 지난 2000년대 들어 작품 활동을 위해 오지를 다니면서부터다. 물론 그때까지도 행동의 개념은 아니었고, 생각을 곧바로 행동에 옮겨 실천하기란 무척 힘든 일이었다.

한 달에 한두 번 카약을 타고 무인도에 들어가 쓰레기를 수거해 나왔고, 카약동호회에 SNS에 후기로 올리면서 많은 이들의 참여로 이어졌다. 그때가 지난 2011년인데, 그는 환경운동 단체들에 기부를 먼저 하기 시작했다. 

무인도에 흘러들어온 엄청난 양의 스티로폼들로 조형물을 세운 것은 이스터 섬의 모아이 석상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인간의 세력을 과시하기 위해 자연을 파괴하며 거대한 석상들을 세운 이스터 섬은 결국 황폐해져 멸망했다.

그 모습은 어쩌면 지금의 지구와 다를 바가 없다고 작가는 말한다. 환경파괴가 심각하지만, 사람들은 알면서도 움직이지 않는다. 아직은 살만하니까. 대신 종교나 전기차, 대체에너지 같은 다른 무언가가 해결해 줄 것이라고 여긴다. 그런 생각에 대한 부조리를 다룬 작품 활동을 작가는 진행 중이다.
  
21세기 이스터섬의 고도(Godot)를 기다리며

"수천 년 전 육지에서 3700km 떨어진 이스터섬에 그들이 도착했다. 인간의 나약함은 누군가에게 기댈 존재가 필요했고, 동경의 대상을 만들었다. 동경에는 대상의 오브제가 필요했다. 그래서 석상을 세웠고 부족 간 경쟁은 석상을 점점 거대하게 만들었다.

그러는 동안 섬은 자멸의 길을 걷고 있었다. 걸음이 섬 끝에 다다랐을 때 사방은 바다였기에 갈 곳조차 없었다. 동경의 희망적인 기다림은 고문이 되었다. 우리 주변을 둘러싼 이념, 종교, 우리가 만지고 볼 수 있는 수많은 물질.

산업 혁명 이후, 선사시대 이래 그 짧은 기간 편리를 위해 가공 물질에 안겨 살며, 수없이 겹치는 수십 자루의 볼펜, 수십 벌의 옷, 겹치고 겹치는 동일 용도의 가재도구들은 삶의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다.
  
남들보다 좋은 것을 소유하기 위해 자본에 영혼을 저리(低利)로 팔고 있었고, 없으면 안 될 지경에 다다른 가공 물질과의 불편한 불가분의 관계는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사라져 버린 수많은 물건. 그것은 어디에선 버려지고, 어디에선 쌓여간다. 인간의 이념과 종교도 그랬다.

인류에게 희망을 안겨다 줄 고도(Godot) 또한 절대 오지 않는다. 간절한 기도도 소용없다.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섬은 우리의 고립된 우리의 축소판이다. 지구는 육지가 아니며 우주에서 아주, 매우 작은 섬일 뿐이다. 당신은 어디 사람입니까?" - 작가노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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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대 작가는 작품을 통해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그의 표현은 강렬했다. 그가 전하는 이야기는 이제 완도의 섬 곳곳에 세워져서 누군가에게는 커다란 의미로 작용할 것이다. 약산도, 초완도, 장고도에 세워 놓은 스티로폼 석상 형상은 작가의 마음을 그대로 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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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글쓴이는 다큐사진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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