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명승부·코로나 방역, 세 마리 토끼 잡은 ACL 국내 개최
8강, 4강 명승부 이어져
위드코로나 모델 제시
프로축구 K리그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8강-4강전 국내 개최를 통해 성적·명승부·코로나19 방역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AFC는 지난 7월 ACL 조별리그가 끝나자, 소속 국가 리그에 8강-4강전(이상 단판 경기)의 중립 지역 개최를 제안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각 팀의 이동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당시 K리그 4팀이 16강에 진출한 상황을 고려해 국내 유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했다. 국내에서 경기를 치르는 게 안전한 데다 경기력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연맹은 8강 진출 가능성이 가장 컸던 전북의 홈인 전주 개최를 AFC에 신청했다. 전북은 16강에서 한 수 아래 상대 빠툼(태국)과 맞붙는 대진이었다. AFC는 지난 7월 30일 ACL 8강-4강전 장소를 전주로 확정했다. 전북 구단과 전주시도 흔쾌히 개최를 동의했다.
국내에서 경기를 치른 성과는 뚜렷했다. 우선 포항 스틸러스가 4강에서 디펜딩 챔피언 울산 현대를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이로써 K리그는 2년 연속 대회 결승 진출 팀을 배출했다. K리그 팀이 2년 연속 결승에 오른 것은 8년 만이다. 최근 중국, 일본 리그에 밀렸던 K리그는 아시아 최고 리그의 위상을 회복할 발판을 마련했다. 명승부도 쏟아졌다. 전북-울산의 '현대가 더비'로 치러진 8강은 숨 막히는 접전 끝에 울산이 3-2로 이겼다. 포항과 울산의 '동해안 더비'로 열린 4강전에선 포항이 0-1로 뒤진 후반 44분 극적 동점골을 터뜨렸다. 포항은 120분간의 연장 혈투를 거쳐 승부차기(5-4승)에서 역전 드라마를 썼다.
안전한 방역을 통해 프로 스포츠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모델도 형성했다. 유일한 해외팀 나고야(일본) 선수단은 무사히 경기를 치르고 출국했다. 나고야 외에도 AFC 관계자 등 100여명 규모 해외 인원이 입국부터 숙박까지 버블 방역 시스템을 문제없이 소화했다. 위드코로나를 앞둔 국내 방역 상황에 모범 사례가 됐다. 한국 방역의 우수성을 해외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무엇보다 구단-연맹-지자체로 이어지는 민-관 협력이 프로스포츠 활성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선례로 남을 거라는 평가다.
전북 구단과 전주시의 배려도 빛났다. 전북은 8강에서 탈락했지만, 4강전을 홈경기처럼 빈틈 없이 운영했다. 전북 임직원 전원이 경기장에 투입됐다. 전북은 4강을 준비하는 포항에 클럽하우스 훈련장 제공하기도 했다. 전주시설공단은 인력을 증원해 2일 간격으로 3경기 치른 월드컵경기장의 잔디를 최상으로 유지했다. 프로축구연맹은 " K리그 운영과 ACL 준비 병행으로 인력과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북 구단과 전주시의 전폭적인 협조와 지원 덕분에 무사히 대회를 치를 수 있었다. 전북과 전주시가 이번 ACL 국내 개최 성공의 숨은 주인공"이라고 칭찬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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