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CAL MANIA | 휘경동, 이름대로 아름답고 경사스러운 동네

2021. 10. 22.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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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동네들은 대학교나 여타의 랜드마크 하나쯤은 있어 동네 위치를 가늠할 수 있지만 휘경동은 머릿속에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 휘경동의 서쪽은 전농동, 북쪽은 회기동과 이문동, 남쪽은 장안동, 동쪽은 중랑천을 경계로 면목동과 닿아 있다. 서울시립대학교 후문 쪽이 동네와 연결되어 있다.

배봉산에서 바라본 휘경동 일대

휘경동이란 이름은 조선 말기 때 붙여졌다. 조선 순조의 생모 수빈 박씨의 묘인 ‘휘경원徽慶園’이 이 동네에 있어 묘호에서 이름을 따왔다. 수빈 박씨는 정조의 후사를 이을 후궁 간택에서 심사를 통과해 궁호 가순궁을 받고 후궁이 된다. 그리고 박씨는 정조 14년에 정조와 왕실이 그토록 기원하던 원자를 생산한다. 정조는 어린 원자를 애지중지했고 정조 24년 원자가 11살 때 세자로 책봉한다. 그리고 정조는 그 해에 숨을 거둔다. 어린 세자가 왕위에 오르는데 그가 순조다. 순조가 너무 어려 정순 왕후가 수렴청정을 했는데 생모인 수빈 박씨의 영향력도 상당했다고 한다. 수빈 박씨는 순조 22년에 세상을 떠났다. 순조는 당시 양주군 배봉산 기슭에 묘역을 조성하고 어머니를 모셨다. 이곳이 바로 휘경원이다. 순조는 세자와 가끔 이 휘경원을 찾았는데 그때마다 백성들이 모여들었고 이후 이 동리도 꽤 유명세를 탔다. 휘경원의 수빈 박씨의 묘는 1855년 선조의 후궁이자 인조의 생모인 인빈 김씨의 순강원 옆으로 천장했다가 철종 14년에 이곳의 풍수가 불길하다 하여 그 옆, 지금의 남양주시 진접읍 부평리에 새로운 묘소를 마련했다. 정작 휘경동에 휘경원은 없다.

휘경동은 ‘배봉산拜峯山’ 일부를 접하고 있다. 배봉산은 휘경동, 장안동, 전농동에 걸쳐 있는 해발 100m 남짓의 작은 산이다. 이 산의 이름 또한 유래가 있다. ‘배봉’은 말 그대로 ‘고개 숙여 절을 한다’는 뜻이다. 원래 정조의 아버지 사도 세자를 첫 번째로 모셨던 영우원 터가 있던 자리다. 해서 정조가 이곳을 찾아 곡을 하고 절을 했다 하여 산 이름이 지어졌다.

휘경동에서 제일 유명한 곳은 삼육서울병원이다. 이 병원의 역사는 무려 113년이나 된다. 1908년 제칠일 안식일 예수재림교의 의료 선교사 러셀 박사에 의해 평안남도 순안에 순안병원을 설립한 것이 그 시초다. 이후 1932년 서울 인사동으로 자리를 옮겨 경성요양의원이라 했다. 그러다 1936년 지금 자리의 경성요양원이 되었지만 일제가 이 병원을 강제 압수했다. 해방 후 다시 재림재단이 인수해 1947년 서울위생병원을 설립했다. 그리고 2009년에 삼육서울병원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 병원은 한국 의료사에 또 다른 기록을 남겼다. 1947년 우리나라 최초로 미국식 인턴 수련 제도를 도입했고, 1970년에는 금연 학교를 설립해 금연 운동의 본격화를 알렸다.

휘경동에서 제일 번화한 곳은 회기역 주변이다. 회기동에 있는 한국외국어대학교와 경희대학교 학생들이 빈번하게 오가기 때문이다. 이곳의 명물, 파전골목에 들어서면 고소한 기름 냄새가 코를 찌른다. 1981년에 문을 연 ‘파전의 지존’이란 간판이 붙은 노천 파전을 비롯해 ‘나그네파전’, ‘이모네파전’ 등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손님을 맞는다. 이곳의 파전은 다른 곳에 비해 두께가 조금은 얇은 편이다. 고소하고 바삭거리는 과자의 풍미를 주려는 의도다. 또 세트 메뉴도 특징인데 파전과 어울릴까 싶은 음식들이 가성비 갑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파전과 옥수수콘, 순대, 떡볶이, 사이다, 오뎅탕이 한 묶음이다. 주머니 가벼운 대학생들을 위해 식사와 안주를 겸할 수 있게 한 주인장의 의도일 것이다. 파전을 먹다 기름기가 올라오면 곁들임으로 나오는 양파가 느끼함을 잡아 준다.

[글 장진혁(프리랜서) 사진 크라우드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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