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똥'으로 자폐 위험 알 수 있다고?

민태원 2021. 10. 22.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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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자폐증 관련 장내 미생물 연구성과
마이크바이옴 이용 자폐 치료제 개발 가능성

아이의 분변에서 장내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의 분포를 확인해 자폐스펙트럼장애(ASD) 위험을 알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ASD 아동과 정상 아동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비교했더니 두 군간 장내 환경의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ASD 치료제 개발의 단서가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천근아 교수(연세자폐증연구소장) 연구팀과 일동제약 최성구 연구개발본부장 연구팀은 한국인 ASD 아동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특징을 확인했다고 22일 밝혔다.

한국 ASD 아동 대상으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을 시도한 국내 최초의 연구성과로 국제학술지 ‘영양(Nutrients)’ 온라인판 최신호에 발표됐다.

ASD는 사회성 결여와 의사소통 문제, 비정상적이고 상동적(서로 비슷함)인 행동패턴을 보이는 신경 발달장애다.
2020년 미국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에 따르면 ASD 유병률은 인구 54명당 1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며 국내 유병률은 약 2% 내외다.

ASD 발병에 대한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치료제 또한 ASD의 핵심 증상에 대한 약물 치료가 아닌, 공존 문제 행동에 대한 대증적 약물 치료에 국한돼 있다.

2000년 초기부터 장내에 서식하는 미생물이 뇌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장-뇌 축(Gur-Brain axis)이론’이 조명돼 왔다.
장내 미생물 군집 형태에 따라 변하는 면역 작용과 대사 산물이 자폐증, 알츠하이머병, 우울증, 뇌전증(간질) 등 뇌 관련 질환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다수 보고됐다.

연구팀은 세브란스병원을 찾은 ASD 아동 54명과 비슷한 연령의 정상 아동군 38명을 대상으로 분변 내 장내 미생물 군집 구조를 비교 분석했다.
ASD 아동과 정상 아동군의 분변을 수거해 분변 내 미생물 유전자를 추출한 후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기술을 이용해 대량의 장내 미생물 염기서열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후 생명정보학 분석(Bioinformatic analysis)을 수행해 ASD 아동과 정상 아동군의 장내 미생물 분포를 확인했다.

그 결과 장내 미생물 중 ‘의간균류(Bacteroidetes)’의 박테로이드(Bacteroides) 속(genus)은 정상 아동군에서 ASD 아동군 대비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는 최근 박테로이드 속이 인지 및 언어 발달 강화에 영향력을 보여준 캐나다 앨버타대 코지르스키 박사의 연구와 상응하는 결과다.

ASD 아동은 ‘방선균류(Actinobacteria)’의 비피도박테리움(Bifidobacterium) 속이 정상 아동군 대비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비피도박테리움은 일반적으로 유익균으로 인식되나 하위 분류인 종(species) 수준에서 종류와 기능이 다양해 세부적인 추가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장 건강과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의간균류/후벽균(Bacteroidetes/Firmicutes, B/F) 비율에서도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정상 아동군의 경우 B/F 비율이 상대적으로 ASD 아동군과 비교해 낮게 나타났다.

장내 미생물의 기능적 관점에서 정상 아동군은 영양 및 에너지 대사 관련 기능이 활발했으나 ASD의 경우 유전정보의 복제, 수리 기능이 더 활발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천근아 교수는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대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돼 왔지만 국내에서는 관련 연구결과를 찾기 힘들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ASD와 정상아동군 간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분포와 기능 차이를 발견했고, 향후 좀 더 정교한 연구 디자인을 통해 자폐스펙트럼장애에서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의 가능성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구 연구개발 본부장은 “마이크로바이옴의 기능적 측면에서 ASD 환자의 에너지 대사와 긴밀한 연결고리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추후 에너지 대사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ASD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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