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안타·공수주 맹활약, 만족하지 않은 이정후
[유준상 기자]
경기 내내 공격, 수비, 주루에서 맹활약을 펼친 '바람의 손자' 이정후(키움 히어로즈)는 3안타 경기로 만족하지 않았다.
키움은 21일 오후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5-5로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 이틀 연속으로 승리를 거두면서 이미 우세 3연전을 확보한 상황이었고, 아쉽게 승리를 놓친 마지막 맞대결에서는 패배를 면할 수 있었다.
▲ 21일 선발 출전한 이정후는 3안타를 기록한 것만으로 만족감을 느끼지 않았다. |
ⓒ 키움 히어로즈 |
강렬한 인상 남긴 이정후, 마지막 타석에서는 분노 표출
첫 타석부터 좌전 안타를 만들어내면서 루상에 있던 주자 1명을 불러들인 이정후는 두 번째 타석에서도 1타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LG 임준형은 이정후의 연이은 공략에 3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강판됐다.
특히 이어진 2사 1, 2루 찬스서 김웅빈의 내야 안타 때 2루에 있던 이정후가 센스 있는 주루 플레이로 홈까지 파고 든 장면이 압권이었다. 외야로 빠져나가는 타구를 건져낸 LG 2루수 서건창 입장에서는 맥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5회초 3번째 타석에서도 안타로 출루해 3안타 경기를 완성한 이정후는 수비에서도 빛났다. 6회말 2사 1, 2루서 김현수의 적시타가 나오면서 2루주자 유강남은 여유롭게 들어올 수 있었지만, 1루주자 서건창이 홈에서 아웃됐다. 중견수 이정후로 시작된 키움 야수진의 릴레이가 홈까지 매끄럽게 연결되면서 상대의 추가 득점을 저지했다.
안타 3개에 결정적인 주루와 수비까지 선보인 만큼 이 정도면 만점 활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9회초, 5번째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2사 1, 2루서 1루수 직선타로 물러나자 배트를 내리치면서 크게 화를 냈다. 평소에 크게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 선수였기에 보는 이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물9회말 LG가 서건창의 희생플라이 때 3루 주자 김용의의 득점으로 균형을 맞추면서 팀이 이기지 못했지만, 그의 활약상을 고려한다면 단지 한 타석에서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이정후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릴 수 없었다.
만족을 모르는 이정후, 그래서 이 선수가 매력적이다
이례적으로 이정후가 그라운드에서 분노를 숨기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이전 경기에서의 기록에 대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해석된다. 2017년 프로 데뷔 이후 4경기 연속 무안타에 그친 적은 있어도 5경기 연속 무안타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적어도 늘 하루에 1개 이상의 안타를 기록한 이정후에게 0이라는 숫자가 어울리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타자라는 이미지도 있고, 부진이 생각보다 길어진 것에 대해서 그 누구보다도 답답했을 사람이 선수 본인이다.
긴 슬럼프라기보다는 어떻게 보면 일시적인 부진에 불과했지만, 순위 경쟁을 하고 있는 팀이나 타격왕 경쟁에 있어서 앞서나가던 개인 기록 두 가지 모두 신경이 쓰이는 게 당연했다. 마지막 타석에서 4안타 달성과 동시에 팀 승리에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싶었던 욕심이 생길 수 있는 순간이었다.
또한 이정후는 리그에서 승부욕이 강한 선수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프로 데뷔 이후 그와 키움의 가을은 늘 새드엔딩이었다. 단 한 번도 정상에 서 보지 못하고 기쁨을 만끽하는 상대팀의 모습을 그저 지켜봐야만 했다. 지난해 역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LG에 무릎을 꿇으면서 단 1경기로 키움의 2020년 가을이 막을 내렸다.
본인의 승부욕을 드러내면서도 가을야구를 향한 팀의 발걸음이 끝나지 않았음을 알린 10월 21일, 이정후는 그렇게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왜 이 선수가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는지, 매력적이라는 평가를 받는지 잘 보여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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