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아트는 NO"..요즘 MZ세대들 '토코토코'에 빠졌다
팝 아트적 감성에 젊은층서 인기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많은 미술품들을 봐왔지만 이번이 처음이었다. 작품 속 캐릭터를 이모티콘으로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건. 집에 인형을 하나둘 들여놓으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포근해지는데 현지너리(29·사진·본명 김현진) 작가의 작품을 보면 딱 그런 느낌이 든다. 작가의 시그니처 캐릭터인 ‘토코토코’가 실재한다면 한마리 입양해 키워보고 싶을 정도다.
토코토코는 왕부리새 토코투칸을 작가가 팝 아트적으로 해석해 부화했다. 현지너리는 "고등학생 시절 모의고사를 풀다 영어지문에서 토코투칸에 관한 설명이 나왔다"면서 "켈로그 후르트링 시리얼 광고에서 봤던 새가 바로 얘구나 하며 관심을 갖게됐다"고 말했다. 토코토코는 나무·트리·빙판길 등 작품 곳곳에 등장하며 고유의 스토리를 이끌어내는 존재다.
작가가 20대 초반 그린 토코토코엔 주로 자신의 자아를 투영했다. 당시 그의 작품을 보면 르네상스 시대 화가 보티첼리의 대표작 ‘비너스의 탄생’이나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등 거장들의 회화를 오마주한 작품이 많다. 토코토코가 마치 해당 그림 속 배경을 놀이터삼아 뛰어 노는 모습으로 그렸다. 작가로서의 실험정신과 개성이 엿보인다.
20대 중·후반 작품들은 주로 연애하는 토코토코다. 굵은선으로만 그려진 청춘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배경으로 한쌍의 토코토코가 입을 마추거나 껴안고 있는 모습이 다정해보인다. 현지너리는 "당시 연애를 길게 했는데 그때 느낀 사랑의 감정들이 작품에 주로 담겼다"고 전했다.
토코토코는 요즘 환경이슈에 관심이 많다. 이는 지난 6월 서울 성북구 성북동 아트스페이스H에서 열린 현지너리의 개인전 ‘DDDDDinos...!’를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작가는 해당 전시에서 토코토코와 함께 있는 공룡 그림 50여점과 다양한 종류의 새 50마리를 그린 작품을 함께 선보였다. 현지너리는 "급격한 환경 변화로 멸종한 공룡처럼 무분별한 환경 파괴가 인류의 멸종을 불러올지 모른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담았다"면서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있는 현재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환경보호 일환으로 몇달전부터 고기 섭취를 중단하고 채식을 실천중이다. 그는 커피숍에서도 텀블러로 음료를 담았다.
현지너리는 올해 미술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대체불가능토큰(NFT)을 활용한 작품 활동도 일찌감치 시작했다. 캔버스에 유화나 아크릴 물감을 쓰는 실물 작업보다 더 친환경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작가가 직접 제작한 ‘토코토코의 진실’ ‘토코토코의 알’ ‘우사용’ NFT 작품은 NFT 거래 플랫폼인 오픈씨(OpenSea)에서 지난 4월 완판됐다. 현지너리는 "NFT는 작품을 망쳤을 때 발생하는 쓰레기에서 자유롭고 작업공간 문제도 해결되며 미니멀한 삶에 적합한 새로운 문화"라며 "특히 페인팅보다 IT기기로 작업하는 디지털 노마드 작가에겐 최적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는 조만간 NFT를 구입하는 컬렉터에 복권의 형태로 실물 작품까지 제공하는 이벤트 전시도 열 계획이다.
현지너리의 영감의 원천은 여행이다. 낯선 장소에서 만난 사람들과 자연, 남겨두고 온 것들에 대한 애착과 그리움은 여행이 아니면 쉽게 다가오지 않는 감정들이다. 그는 2015년 유럽, 2019년엔 아시아와 아프리카 전역을 수개월간 여행했다. 그것도 무전여행으로. 인도 마날리의 한 식당에서 캐리커쳐를 그려주고 밥을 얻어먹거나,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위치한 숙소에 벽화를 그려주고 숙식을 제공받았다. 이런 식으로 그림을 통해 사람들과 교감하고 여행 경비도 마련했다. 지난 3월엔 그가 여행지 곳곳에 그렸던 그림들을 캔버스로 옮겨 ‘World Wide Wall’이라는 개인전도 열었다. 현지너리는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지는 개인전과 단체전을 마치고 뉴욕살이도 도전해볼 계획"이라며 "현재는 그동안 그렸던 동물들을 하나의 세계관으로 통합하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으며, 조만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결과물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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