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슬 영입' KB, 우승 후보 1순위 급부상
[양형석 기자]
2016년 10월 17일은 KB스타즈, 더 나아가 한국여자프로농구에 '지각변동'이 일어난 날이었다. 분당 경영고 2학년 때부터 성인 국가대표에 선발돼 3학년 때는 당당히 대표팀의 주전센터로 활약한 198cm의 '거물신인' 박지수가 프로무대를 밟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14.3%의 낮은 확률을 뚫고 전체 1순위 지명권을 따낸 KB의 안덕수 감독이 취재진과 학부모들을 향해 큰 절을 올리는 퍼포먼스를 한 것은 전혀 과장된 액션이 아니었다.
실제로 KB가 누린 '박지수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박지수가 입단하기 전 중위권을 전전하던 KB는 박지수의 프로 적응이 끝난 2017-2018 시즌부터 2020-2021 시즌까지 최근 4시즌 동안 한 번도 7할 이상의 승률을 놓치지 않았다. 같은 기간 KB는 우승 한 번과 준우승 두 번, 그리고 코로나19로 시즌이 조기 종료된 2019-2020 시즌에도 28경기에서 20승을 기록하며 2위에 올랐다.
이처럼 KB는 현재 우리은행 우리원과 함께 여자프로농구를 양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이 최근 세 시즌 동안 한 번도 챔프전에 오르지 못한 것처럼 KB 역시 박지수 입단 후 5시즌 동안 우승은 한 번 밖에 차지하지 못했다. KB는 지난 FA시장을 통해 골밑을 지배하고 있는 박지수와 함께 외곽을 책임질 또 한 명의 슈퍼스타 강이슬을 영입하며 그야말로 막강한 라인업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 KB는 '한국 여자농구의 보물' 박지수를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우승후보로 불릴 자격이 충분하다. |
ⓒ 한국여자농구연맹 |
KB는 농구대잔치 시절 세 번이나 우승을 차지하며 삼성생명(구 동방생명)과 함께 여자농구의 강호로 군림했다. 하지만 프로 출범 이후 KB는 2017-2018 시즌까지 준우승만 5번 기록했을 뿐 한 번도 챔프전 우승의 기쁨을 누리지 못했다. 정선민(국가대표 감독)과 김지윤, 신정자, 변연하(BNK 썸 코치) 등 한국 여자농구를 빛낸 쟁쟁한 선수들이 KB스타즈를 거쳐 갔지만 누구도 KB를 챔프전 우승으로 이끌지 못했다.
하지만 힘과 기술을 겸비한 한국 여자농구의 역대급 유망주 박지수는 지난 20여 년 간 그 어떤 선배들도 이루지 못한 챔프전 우승이라는 위업을 프로 입단 3시즌 만에 달성했다. 2018-2019 시즌 KB를 역대 3번째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끈 박지수는 이어진 삼성생명 블루밍스와의 챔프전에서도 3연승으로 KB의 첫 챔프전 우승을 견인했다. 박지수는 2018-2019 시즌 기자단 투표 만장일치로 역대 최연소 정규리그와 챔프전 MVP를 휩쓸었다.
KB는 2019-2020 시즌에도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잔뜩 설욕을 벼른 우리은행에게 정규리그에서 1.5경기 차이로 뒤지며 아쉽게 정규리그 2연패를 놓쳤다. 하지만 시즌이 끝난 후 KB에게 희소식이 들려 왔다. 한국여자농구연맹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20-2021 시즌을 외국인 선수 없이 국내 선수들로만 치르기로 결정한 것이다. 외국인 선수가 뛰지 않는다면 WKBL에서 박지수를 제어할 수 있는 선수는 없다.
실제로 박지수는 지난 시즌 '전 경기 더블더블'이라는 전인미답의 대기록을 세우며 득점과 리바운드, 블록슛, 2점 야투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KB는 박지수의 원맨쇼에도 불구하고 두 시즌 연속 정규리그 1위 자리를 우리은행에게 빼앗겼지만 우리은행이 플레이오프에서 4위 삼성생명에게 덜미를 잡히며 탈락하고 말았다. KB에게는 '난적' 우리은행을 상대하지 않고도 한 시즌 만에 우승컵을 되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KB는 삼성생명과 5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고 시리즈 내내 집중마크를 당한 박지수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5차전을 57-74로 내주고 통산 2번째 우승이 좌절됐다. 특히 박지수는 챔프전 5경기에서 22.2득점15.2리바운드4.8어시스트로 맹활약하고도 팀의 패배에 분루를 삼켜야 했다. 그리고 프로 출범 후 KB의 첫 우승을 이끌었던 안덕수 감독은 지난 시즌이 끝난 후 자진사퇴하며 팀을 떠났다.
▲ 지난 9시즌 동안 하나원큐에서 활약했던 강이슬은 이번 시즌부터 KB의 우승을 위해 코트를 누빌 예정이다. |
ⓒ 한국여자농구연맹 |
KB는 안덕수 감독의 후임으로 여자농구 코치로 무려 16년 동안 활약했던 김완수 하나원큐 코치를 선임했다. 프로는 물론 아마추어 팀에서도 감독 경험이 없는 만큼 KB에서 어떤 스타일의 농구를 선보일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구단은 김완수 감독이 마음껏 팀을 끌어갈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을 만들어줬다. 지난 FA시장의 최대어로 불리던 국가대표 주전슈터 강이슬을 계약기간 2년, 연봉 3억9000만원의 조건에 영입한 것이다.
강이슬을 데려오면서 샐러리캡의 압박이 생긴 KB는 지난 시즌까지 팀의 주전 슈터였던 강아정을 BNK로 보냈다. 두 선수 모두 국가대표를 지낸 리그 정상급 슈터로 단순히 주전슈터가 바뀌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현 시점에서 선수로서의 가치는 강이슬이 강아정을 압도한다. 강아정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최근 10점 안팎의 득점력을 선보인 데 비해 강이슬은 함께 3점슛 부문에서 네 시즌 연속 1위를 달리고 있을 정도로 최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이 끝난 후 WNBA와 도쿄 올림픽을 오가며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는 박지수는 이제 상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국내에서는 군계일학의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다. 매 경기 20득점 이상을 기록하면서 10개 이상의 리바운드를 잡아내는 선수는 WKBL 역사를 찾아봐도 흔치 않았다. 유일한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체력만 잘 조절된다면 이번 시즌에도 박지수를 제어할 팀은 쉽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2019-2020시즌까지 벤치 멤버였던 김민정은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33분을 소화하며 12.48득점5.62리바운드2.79어시스트로 장족의 발전을 보였다. 52.4%의 2점슛 성공률과 35.3%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했던 김민정의 안정된 득점력은 이제 어엿한 KB의 무기가 됐다. 수 년 간 KB의 붙박이 주전가드로 활약했던 심성영과 스피드를 앞세운 돌파능력이 좋은 신예 허예은이 벌일 포인트가드 경쟁도 주목된다.
박지수라는 난공불락의 센터에 리그 최고의 슈터 강이슬을 장착한 KB는 자타가 공인하는 이번 시즌 우승후보 1순위다. KB 역시 고작 정규리그에서 높은 승률을 기록하기 위해 거액을 들여 강이슬을 영입한 게 아니다. 다가올 2021-2022 시즌 우승을 위해 화끈한 투자를 아끼지 않은 KB는 과연 내년 봄, 통산 2번째 챔프전 우승이라는 달콤한 결실을 맺으며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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