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프로스트 "라디오 인 피스, 사연을 모아 상처와 맞서고 치유하세요" [GIGDC 2021] 

문대찬 2021. 10. 22.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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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프로스트의 '라디오 인 피스'.   미디어 프로스트 제공

[편집자주] 글로벌 인디 게임제작 경진대회(GIGDC)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며, 한국게임개발자협회가 주관하는 행사다. GIGDC는 참신한 기획력과 실력을 갖춘 인디게임 개발자의 등용문이 되어왔다. GIGDC 역대 수상작 가운데는 ‘스컬: 더 히어로 슬레이어’와 ‘산나비’ 등 게이머들의 이목을 모은 게임도 있다. 이번 GIGDC 2021에서는 총 430여개의 지원작 가운데 25개의 작품이 선정됐다. 인터뷰를 통해 수상작과 개발자들의 이야기를 게이머에게 전하고자 한다.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GIGDC 2021 기획부문 대학부 대상을 수상한 Media Frost(미디어 프로스트)의 ‘Radio In Peace(라디오 인 피스)’는 일반적인 생존‧힐링 장르의 콘셉트를 비튼 게임이다. 좀비 아포칼립스 세상에 던져진 주인공에게 최대의 적은 좀비가 아니다. 밤마다 간헐적으로 찾아오는 과거의 아픔과 상처로 범벅된 악몽이다. 주인공은 흩어진 사람들의 사연을 모아 라디오 방송으로 전달하고, 이를 통해 타인과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하며 나아가야 한다. 

미디어 프로스트는 강선규(26‧팀장), 김태훈(26‧프로그래머), 박상규(26‧디자인) 등 숭실대학교 4학년 ‘절친’ 셋이 모여 결성한 개발 팀이다. 오래 쌓인 인연만큼 허물없이 화기애애한 팀워크를 자랑한다. 20일 사당역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들은 “참여에 의의를 두려고 했는데 대상을 받아 ‘대박’”이라며 “이번 수상으로 인해 제작까지 더 힘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뻐했다. 

왼쪽부터 박상규, 강선규, 김태훈.   문대찬 기자

안녕하세요. 간단한 팀 소개 부탁드립니다.

강 : 안녕하세요, 저희는 팀 미디어 프로스트입니다. 처음 인원은 다섯 명이었는데요, 졸업 후 학교에서 프로젝트를 준비하게 되면서 셋, 둘 이렇게 인원이 나뉘게 되었어요. 헤어졌지만 그래도 형제 팀이라는 걸 알리고 싶어서, 미디어 이론가이자 문화비평가인 허버트 마셜 맥루언의 ‘차가운 미디어’와 ‘뜨거운 미디어’에 영감을 받아 지금의 미디어 프로스트가 탄생하게 됐습니다. 형제 팀의 이름은 미디어 블레이즈였는데 안타깝게도 지금은 사라졌습니다(웃음).

각자 팀 내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계신가요?

강 : 저는 전반적인 기획을 맡고 있고요. 콘텐츠, 텍스트와 관련해서 팀원들에게 허락을 받고 있는 힘없는 팀장입니다(웃음).

김 : 저는 게임 내 전반적인 프로그래밍 작업을 하고 있고요. 일정 등에 맞게 작업이 진행되게끔 팀원들을 독려하는 포지션을 맡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박 : 저는 디자인 아트를 맡고 있어요. 또 기획 보조로서 팀장의 생각에 태클을 걸고 있습니다(웃음).

GIGDC 2021 기획부문 대학부에서 대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소감 부탁드립니다.

강 : 아직도 얼떨떨해요. 공모전에서 1등을 했던 기억이 많지는 않거든요. GIGDC에 제출을 하고 나서 얼마 있다가 다른 팀이 제출했던 작품들을 볼 수 있었는데 절반쯤 보다가 포기했어요. 잘하는 팀이 너무 많더라고요. 팀원들이랑 ‘잊자’, ‘참여에 의의를 두자’고 얘기하면서 개발에만 몰두하고 있었죠. 사실 발표 날짜도 잘못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태훈이한테 ‘야 미쳤다’라면서 메시지가 온 거예요. 과거에 제가 기획부문에서 은상을 수상한 적이 있었는데 미쳤다니까 이번엔 금상 정도 되는 줄 알았죠. 그런데 대상에 우리 이름이 올라 가 있어서… 정말 감사한 일이죠. 

기획이 특별했다 보다는 제작을 염두하고 기획을 한 게임이다 보니,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설명할 수 있어서 좋은 점수를 받게 된 게 아닌가 싶어요. 

김 : 특별하고 재미있었으니 우리가 받은 게 아닐까(웃음)? 저도 사실 발표 날짜를 착각했는데 메일이 왔더라고요. 확인 해보니 대상이고 장관상이라서 ‘대박이다’ 했죠.

박 : 전 자고 있었는지, 뭘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메신저를 확인 못 했어요. 그러다 태훈이한테 전화가 와서 그제야 수상 소식을 알았죠. 그날은 회의를 하는 날이 아니라 기쁜 마음만 고스란히 간직해서, 그 다음 회의 때 만나 축포를 터뜨렸어요(웃음).

어느 정도 제작에 들어간 게임으로 알고 있는데, 기획 부문에 출품한 이유가 있나요?

강 : 어느 정도 틀은 잡혀 있지만, 제 생각에 제작으로 낼 수 있는 수준의 작품이 아니라고 판단했어요. 부끄러워 질 것 같았거든요. 차라리 완벽하게 기획 정리를 해서 발표를 해보고자 했죠. 다행히 이번 수상으로 인해서 제작에 힘을 낼 수 있게 됐어요. 

김 : 완전 러프한 수준이에요.

박 : 데모 버전이죠. 
플레이어는 낮에 재료나 음식을 파밍하거나, 타인을 만나 교류하고 사연을 수집할 수 있다.   미디어 프로스트 제공

‘라디오 인 피스’는 어떤 게임인가요?

강 : ‘라디오 인 피스’는 좀비 아포칼립스로 사람들끼리 거리를 두고 흩어져 사는 세상에서, 친구를 찾기 위해 라디오 DJ로 방송을 하게 되는 주인공 필리스틴의 여정을 담은 힐링 게임이자 생존 게임이에요. 게임은 크게 낮과 밤으로 나뉘어 진행되는데요. 낮에는 라디오 수리에 필요한 부품을 찾거나 아이템, 혹은 라디오 방송에 사용될 소재를 수집해야 하고, 밤에는 라디오 방송을 하거나 악몽을 꾸면서 트라우마와 마주하는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또한 플레이어는 7개의 맵에서 그 장소를 대표하는 등장인물들을 만날 수 있어요. 적게는 한 명, 많게는 두 명의 인물들이 맵마다 존재하는데, 낮에 직접 맵을 탐사하며 새로운 생존자들을 만나고 소통해 인연을 만들 수 있어요. 이밖에도 수집한 사연을 밤의 라디오 방송을 통해 전하고, 이를 통해 연결된 새로운 인물들과 교류할 수도 있죠. 플레이어는 인연을 모으고, 라디오를 업그레이드 하면서 친구에게 내 목소리가 닿을 수 있을 때까지 노력해야 합니다. 

이 게임을 기획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네요.

박 : 처음에 게임의 장르를 가지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어떻게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어느 순간 좀비 생존 게임 장르에 꽂히게 됐어요. 그런데 기존 좀비 생존 게임들처럼 좀비에게서 도망치고 맞서 싸우는 등의 생존 말고 조금 다른 접근 방식을 가지고 진행하면 재미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러다가 이번엔 라디오에 꽂혔는데, 좀비가 나오는 영화 ‘나는 전설이다’에서 윌스미스가 강을 바라보면서 라디오를 켜고, 누가 받아줄 지도 모르는데 라디오 방송을 하는 장면이 있거든요. ‘아 이런 감성이면 되겠다’하고 기획을 시작했죠. 

강 : 저희한텐 개발 십계명 같은 게 있어요. 그 중 하나가 ‘오늘 죽더라도 할 말은 하자’예요. 원래라면 물어뜯고 했을 텐데 세 명이서 ‘오 이거 좋다’고 박수를 쳤죠. 

김 : (박에게) 고맙다….
밤이 되면 주인공은 간헐적으로 악몽을 꾼다. 퍼즐을 풀거나 기믹을 이용해 악몽을 극복해야 한다.   미디어 프로스트 제공

라디오 인 피스만이 갖고 있는 개성,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강 : 전 공감이라고 생각해요. 이 게임에는 서로를 경계하는 상처 입은 사람들을 라디오 방송의 사연을 통해 관계를 회복시키고, 주인공 자신도 치유되어 가는 과정이 담겨 있어요. 이 게임의 주인공은 뭐든지 잘하는 인물이기 보다는 우리네와 같이 어설퍼요. 타인과 다퉈서 침대에만 하루 종일 박혀 있고 싶어 한다던가, 사람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그런 인물이죠. 플레이어도 자연스럽게 마음이 가는 캐릭터로 설정했어요. 주인공이 풀어가는 이야기도 숨겨진 비밀 같은 것과는 거리가 먼, 평범한 우리들의 모습이 담겨 있어요. 그게 ‘라디오 인 피스’가 가진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김 : 캐릭터들이 일반적인 사람으로 설정돼있다 보니 공감하기가 쉬운 것 같아요. 주인공에게 게이머가 동화되어 가면서, 자연스레 주인공이 치유되는 과정도 함께 체험할 수 있어요. 

강 : 개인적으로는 스토리와 시스템의 밸런스도 장점인 것 같아요. 예전에 졸업 프로젝트로 만든 게임에서 스토리를 담으려고 노력을 했는데, 너무 지나쳐서 지루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게임에선 스토리와 시스템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했어요. 스토리가 많이 필요하고 중요한 게임이지만 플레이어가 원하지 않으면 보지 않아도 돼요. 

대표적인 게 ‘알약 시스템’이에요. 밤이 되면 주인공의 과거나 트라우마가 악몽으로 발현되는 단계가 있는데, 약을 먹으면 악몽을 보지 않고 넘어갈 수 있어요. 하지만 알약을 지나치게 복용하면 그에 따른 반작용이 존재하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죠.

기획서를 보면 힐링을 위해 달려가는 게임이긴 하지만, 주인공이 자신과 그리고 타인을 괴롭히는 트라우마와 적극적으로 싸워가는 과정이 주가 되는 것 같아요. 일반적인 힐링 장르와는 다른 포맷을 취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이렇게 설정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강 : 항상 힐링 게임이라는 장르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었어요. 힐링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겠지만, ‘라디오 인 피스’에서는 그저 결과물을 가져다 보여주는 것보다 한 사람이 치유되어가는 힐링의 과정을 담고 싶었어요. 그래서 우선 아픔에 집중해보고자 노력했어요. 타인 혹은 스스로의 아픔을 고스란히 느끼고, 그걸 보듬어야만 힐링에 이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게임을 기획하면서 어떤 우여곡절이 있었나요?

강 : 저희가 처음에 계획했던 게임은 ‘라디오 인 피스’가 아니었어요. 몽환적인 분위기와 빛, 어둠을 이용한 퍼즐 어드벤쳐 게임을 만들어서 프로토 타입까지 나왔죠. 분위기도 마음에 들고 너무 예뻤는데 재미가 없었어요(웃음). 서사가 많은 북유럽 신화를 따오다 보니 분량도 많고 스토리도 산으로 가더라고요. 그래서 갈아엎었는데, 이 과정을 이기지 못하고 블레이즈에서 잠깐 영입했던 친구 한 명이 팀을 나가게 됐어요. 

첫 번째 고객은 ‘팀원이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제가 너무 앞만 보고 달리느라 팀원들을 챙기지 못해서 속상했죠. 그 친구가 나가고 나서 분위기도 안 좋아져서 막막했어요.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처음부터 다시 만들게 됐고, 지금의 ‘라디오 인 피스’가 탄생했어요. 

김 : 저는 아무래도 프로그래밍이 전공인데, 그래픽 디자인도 함께 배우다 보니 깊이가 있지는 않아요. 팀에 전문적인 프로그래머가 부족하다 보니 아무리 좋은 기획이 나와도 실현이 가능한지 의문이 들더라고요. 다행히 지금은 기획이 구현 가능할 정도는 실력이 올라왔어요(웃음).

라디오 인 피스를 향후 정식 출시할 계획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대략적인 계획을 알려주세요.

강 : 정식 출시까지 꼭 해보고 싶어요. 보여주고 싶은 캐릭터나 이야기, 시스템이 아직 많아요. 전반적인 기획이나 시스템 기반까지는 만들어 놨는데, 개발 인원이 적다 보니까 업무적인 효율이 잘 나지 않더라고요. 새로운 개발자가 오게 되면 개발 일정이 짧아질 것 같고, 그게 아니라면 조금 더 오래 걸리지 않을까 생각해요. 함께 할 사람을 뽑는 게 정말 힘든 것 같아요.

김 : 거기다가 4학년 졸업반이라 각자 과제도 많아서 시간이 필요해요.

강 : 힘들어요. 4학년인데 희곡, 소설 등등 18학점이나 듣고 있네요(웃음).

앞으로 어떤 게임 개발‧기획자가 되고 싶으신가요?

강 : 뒤돌아보게 만드는 기획자가 되고 싶어요. 게임을 다 플레이 한 뒤 떠나게 되더라도 언젠가 여운이 남아서 다시금 게임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그런 게임을 만드는 기획자가 되고 싶네요. 그럴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이 노력해야죠. 

김 : 저는 특정 게임을 보면 떠오르는 이름이 되고 싶어요. 예를 들어 ‘택진이형’, ‘빛강선’ 같은 애칭으로 불리는 개발자, 나아가 디렉터가 되고 싶어요. 

박 : 개인적으로 어떠한 분야에 있어서 최고의 찬사는 ‘이 사람은 미친 사람 같다’예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 의문이 들게 만드는 그런 ‘미친 개발자’가 되고 싶어요(웃음).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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