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과세, 속행하기엔 '구멍'이 너무 많다

나건웅 입력 2021. 10. 22.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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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암호화폐 과세 유예는 없다”고 못 박았다. 예정대로, 내년 1월부터 연 250만원 이상 코인 투자 초과 소득에 20% 세금을 매기겠다는 의지를 재차 표명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내년 과세가 가능할까’라는 질문에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 모두 의문 부호를 붙이는 상황이다. 허점이 한두 개가 아니다.

첫째, 국내 거래소를 통하지 않은 코인 거래는 파악이 불가능하다. 자료 제출 의무가 전혀 없는 해외 거래소를 비롯해 중앙기관 없이 개인 간 거래가 이뤄지는 탈중앙화거래소(DEX) 거래는 어떻게 추적할 것인지 ‘깜깜이’다.

세금이 부당하게 책정되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상황이다. A씨는 해외 거래소에서 2000만원어치 코인을 샀다. 이후 코인 가격이 반 토막이 나는 바람에 자산이 1000만원으로 줄었다. A씨는 1000만원이라도 현금화하기 위해 국내 거래소로 코인을 옮기기로 한다. 하지만 이후 코인 가격이 다시 반등해 자산 가치는 2000만원을 회복했다. A씨가 얻은 초과 수익은 ‘제로’다. 하지만 국세청 셈법은 다르다. 국내 거래소에 1000만원이 입금됐고 2000만원이 출금됐으니 1000만원 수익이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다.

둘째, 탈중앙화금융(Defi)이나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코인을 기반으로 등장한 새로운 유형의 투자에는 과세 기준이 없다. 탈중앙화금융은 아주 쉽게 말하자면 코인을 예치해 이자를 거둘 수 있는 신금융을 뜻한다. 하지만 이자 소득에 과세를 하기는 쉽지 않다. 정부가 코인을 화폐로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NFT도 마찬가지다.

이 밖에도 과세 형평성 논란, 미흡한 투자자 보호 장치 등등 문제는 셀 수 없다. 심지어 여론도 안 좋다. 이 모든 문제를 깡그리 외면하고 과세를 속행하려는 정부 의도는 무엇일까. 너무 뻔한 답이라 말하기도 민망할 지경이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0호 (2021.10.20~2021.10.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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