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일' 1위 지킨 KT, 운명의 삼성 2연전
2021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노리는 KT와 삼성이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리그 1위 KT와 2위 삼성은 23~2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2연전을 펼친다. 사실상 1위 결정전이다. KT가 20일 KIA전에서 0-3으로 패하며 경기가 없었던 삼성과의 승차가 1경기로 좁혀졌다.
KT는 지난 8월 13일 이후 70일 연속 1위를 지켰다. 하지만 10월 치른 17경기에서 9패(5승 3무)를 당하며 하락세에 있다. 이 기간 10구단 중 가장 낮은 승률(0.250)을 기록했다. 연승조차 없다.
쫓기는 신세다. 선수 다수가 심적 압박에 흔들리며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베테랑 내야수 황재균조차 실책을 남발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1위를 지키는 과정을 통해 팀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좀처럼 반등 발판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KT는 특히 공격력이 크게 떨어졌다. 최근 3경기에서 3득점에 그쳤다. 득점권 타율은 0.136, 잔루는 무려 33개를 기록했다. 4할 타율을 노리던 간판타자 강백호의 타격감이 차갑게 식었다. 외국인 타자 제라드 호잉은 기복이 크다. 지난해 주전으로 올라선 배정대는 2년차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다.
이강철 감독은 득점력 향상을 위해 거의 매 경기 타순을 바꿨다. 20일 KIA전에는 주로 하위 타순에 나서던 주전 포수 장성우를 2번 타자로 배치하는 강수를 뒀다. 하지만 결과는 영봉패. 가라앉은 분위기로 삼성을 상대하게 됐다.
반면 삼성은 리그 상위 팀다운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4경기에서 3승(1패)을 챙겼다. 셋업맨 우규민,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 지키는 8·9회는 철벽이다. '리드만 잡으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야수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축 타자 박해민, 구자욱, 오재일의 타격감도 나쁜 편이 아니다.
멘털 관리도 걱정이 없다. 2011~15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주역 다수가 남아 있다. '이적생' 오재일도 두산 소속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맛본 경험이 있다. 압박감을 이기고 목표를 쟁취한 경험이 시즌 막판 레이스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두 팀의 상대 전적은 삼성이 7승 1무 6패로 앞서 있다. 2~3점 차 박빙 승부에서 여섯 번이나 승리했다. 특히 이번 2연전이 열리는 라이온즈파크에서만 4승(1무 1패)을 챙겼다. 지난달 9일 경기에서는 5-7로 지고 있던 9회 말 오재일이 KT 마무리 투수 김재윤으로부터 끝내기 스리런 홈런을 치며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기도 했다. 그렇다고 KT가 열세라고 예단할 수 없다. 후반기 치른 7경기에서는 KT가 4승 1무 2패로 앞섰다. 4점 차 이상 완승은 KT가 더 많다.
KT 키플레이어는 선발 투수 고영표와 포수 장성우다. 이강철 감독은 이번 삼성전을 대비해 고영표에게 열흘 동안 휴식을 줬다. 토종 에이스인 그가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좋은 컨디션으로 나설 수 있도록 유도했다. 고영표는 올 시즌 20번이나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해낸 선수다. 조기 강판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가 최소 실점으로 6회까지 버텨주면, 불펜 총력전으로 삼성의 득점을 막을 생각이다.
장성우는 올 시즌 홈런 14개 중 7개를 삼성전에서 때려냈다. 삼성전 타율(0.310)도 시즌 타율(0.228)보다 훨씬 높다. 8월 13일 홈 경기에서는 우규민을 상대로 역전 스리런 홈런을 치며 팀의 7-6 역전승은 이끈 바 있다.
삼성 키플레이어는 리드오프 박해민이다. 올 시즌 KT전에서 타율 0.370(54타수 20안타)을 기록했다. 40타석 이상 나선 삼성 타자 중 가장 높은 타율을 남겼다. 10월 타격감도 좋다. 14경기에서 타율 0.360을 기록했다. 박해민은 리그를 대표하는 '대도'다. 일단 출루하면 상대 배터리와 내야진을 흔들 수 있는 선수다.
2연승을 거주면 정규리그 우승에 다가설 수 있다. 수성으로 노리는 KT, 탈환을 노리는 삼성. 올 시즌 최고 빅매치가 펼쳐진다.
안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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