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트루디 (21) 세계 침례교 총회장 된 남편 "어려운 일에 쓰임 받고 싶다"

박효진 2021. 10. 22.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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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월 호주 멜버른에서 전 세계 침례교 대표 1만 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8차 세계침례교연맹 총회가 열렸다.

이날 남편은 동양인으로는 최초로 세계 침례교 총회장으로 선출되는 영광을 누렸다.

남편은 "총회장이 되면 하나님께서 유용하게 쓰시도록 어려운 일에 순종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치곤 했다.

나는 남편이 총회장 선출로 그런 일이 다시 한번 재연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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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높은 자리에서 추앙받길 싫어해
세계적 유명 목회자 되고도 초심 지켜
내게도 "덕 볼 생각 말라"며 주의 줘
트루디(왼쪽) 사모가 2000년 1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제18차 세계침례교연맹 총회에서 총회장으로 당선된 남편 김장환 목사와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2000년 1월 호주 멜버른에서 전 세계 침례교 대표 1만 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8차 세계침례교연맹 총회가 열렸다. 이날 남편은 동양인으로는 최초로 세계 침례교 총회장으로 선출되는 영광을 누렸다. 1억 5000명이 넘는 세계 침례교인을 대표하는 한국인 목사라니 자랑스러운 일이었다.

나 또한 가족들과 함께 남편의 취임을 보기 위해 동행했다. 남편은 높은 자리에서 사람들에게 추앙받는 걸 꺼려 하는 사람인데 이날만큼은 침례교인들의 축하를 받으며 진심으로 기뻐하는 눈치였다. 총회장으로 선출될지 모르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나는 속으로 이렇게 기도했다.

“주님 지금껏 남편이 하는 모든 일에 동행해 주셨으니 이번 일도 잘 감당할 수 있게 해주세요. 설령 총회장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주님 뜻으로 받아들이고 감사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남편은 “총회장이 되면 하나님께서 유용하게 쓰시도록 어려운 일에 순종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치곤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남편이 빌리 그레이엄 전도대회 때 열성적으로 통역을 맡았던 일을 떠올렸다. 그때 많은 이들이 복음을 알게 됐고 목사와 선교사가 되기로 결심한 이들도 많았다. 나는 남편이 총회장 선출로 그런 일이 다시 한번 재연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됐다.

한국에 돌아온 뒤 주변에 지인이 세계침례교총회장에 당선된 걸 축하한다면서 고급 승용차를 선물했다. 남편은 평소에 작은 경차를 타고 다녀서 청와대나 정부기관에 들어갈 때면 번번이 입구에서 막힐 때가 있었기 때문에 요긴하게 쓸 수 있었다.

하지만 남편은 거절하겠다는 뜻으로 “기름값을 대주면 타겠다”고 말했는데 그분이 한 달에 기름값 명목으로 50만원씩 통장에 부치는 것이 아닌가. 덕분에 남편은 외국에서 손님이 올 때나 청와대에 갈 일이 생기면 그 차를 이용했다.

“유명해지니까 좋은 점도 많네요. 이런 고급 승용차를 또 언제 타보겠어요.”

나는 남편이 총회장 당선 이후 우쭐해지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남편은 오히려 나에게 옆눈으로 보더니 “혹시 총회장 부인이라고 누구에게 덕 볼 생각일랑 하지 말아요”라며 주의를 줬다.

남편 역시 혹시 내가 우쭐해지면 어쩌나 걱정이 됐던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반대로 ‘남편이 총회장이 됐으니 행동이 더 제한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목사 남편과 살면 우쭐해질 일이 애당초 없다.

사람들은 “목사님이 그렇게 유명해지니 사모님은 얼마나 좋느냐”라고 말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나는 사람이 유명해지는 게 그 사람의 영혼에 유익한 점이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남편이 총회장에 당선된 것이 내게는 외국에 나갈 일이 더 많고 지금보다 더 바빠진다는 것 그 이상의 어떤 의미도 없었다.

예상대로 총회에서 돌아오자 남편은 여기저기 인터뷰 요청이며 집회 초청에 참석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하지만 나는 한 번도 남편이 총회장이란 지위를 내세워 누군가에게 대접받는 걸 본 적이 없다. 남편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목회자가 된 이후에도 신앙의 초심을 지키고 있는 것 같아서 늘 주님께 감사하다.

정리=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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