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 포럼] 알루미늄 캔 파동이 진짜 벌어졌다면
알루미늄 값 10개월만에 53% 폭등
원자재·물류난 '퍼펙트 스톰' 강타
정부, 기업 피해 최소화에 만전 기해야
국내 음료ㆍ주류업체들은 최근 아찔한 일을 겪었다. 음료와 주류를 담아 파는 알루미늄 캔 때문이다.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고 했던가. 나쁜 일은 희한하게 하나만 오지 않는다. 이번에도 그렇다. 충북 음성에 있는 한일제관이란 국내 최대 음료 캔 생산업체 공장에 지난 3월 화재가 발생해 생산 라인이 전소한 게 시작이었다. 여기에 알루미늄 원재료 가격이 폭등하고 수급이 불안정한 흐름이 이어졌다.
그 와중에 경북 영주에 있는 세계 최대 알루미늄 압연ㆍ리사이클링 기업 노벨리스코리아까지 한 달여간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협상이 타결돼 가까스로 21일 생산이 재개됐지만, 음료를 담을 알루미늄 캔을 못 구하는 상황의 코앞에까지 갔다. 재고를 상당히 비축해 놓고 있는 대기업과 달리 음료 캔 같은 필수 재료를 못 구하면 중소기업은 공장을 아예 세울 수밖에 없다.
음료 캔 구하기가 빠듯해지면, 캔에 담아 파는 맥주ㆍ음료 가격이 연쇄적으로 오르고, 일부 캔 제품은 생산 자체를 할 수 없게 된다. 소비자는 치킨 시킬 때 따라오는 콜라 캔을 당분간 볼 수 없게 될 수도 있었다.
꼬일대로 꼬인 글로벌 공급망
간발의 차이로 피한 알루미늄 캔 파동은 원자재 수급난에 더해, 얽히고설킨 글로벌 공급망이 꼬이면서 바늘 하나 들어갈 틈 없이 타이트하게 돌아가는 우리 경제 현장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올 1월 t당 2000달러 수준 하던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 거래 기준 알루미늄 가격은 21일 현재 3065달러로 폭등했다. 10개월 만에 53%가 뛰었다.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세계의 공장 중국이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광물 원료를 만드는 공장을 적게 돌리고, 에너지난에 전기료를 포함한 글로벌 에너지 요금이 오르면서 나타난 '나비 효과'다. 중국은 세계 알루미늄의 약 절반을 생산한다. 블룸버그통신은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전력이 많이 들어가는 알루미늄 공급을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알루미늄은 음료 캔에도 쓰이지만 전기차와 배터리, 디스플레이 패널과 태양광 패널, 스마트폰에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산업의 필수 소재다.
글로벌 공급망 사슬에선 뭐 하나만 꼬여도 난리가 난다. 그런데 지금은 알루미늄뿐 아니라 마그네슘ㆍ아연 같은 대부분의 금속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중국이 세계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전기차 배터리 소재 망간 값은 연초 대비 79%가 올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한국이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생산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원재료는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지정학적 충격에 취약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차 공장 멈추고, 스마트폰 생산도 차질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반도체 부족으로 공장을 세웠다가 돌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애플과 삼성전자는 소비자 주문이 폭주해도 신형 스마트폰을 마음껏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자동차, 반도체 같은 한국의 주력 수출 제품만 타격을 입는 게 아니다. 석유ㆍ물류비용ㆍ밀가루ㆍ커피ㆍ옥수수 등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급 불안으로 입고 먹고 마시고 집에서 쓰는 대부분 제품이 영향을 받는다. 음료ㆍ주류업체뿐 아니라 수출ㆍ내수기업까지 대부분 기업이 예외가 아니다. 그야말로 ‘퍼펙트 스톰’이 다가오는 형국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발표한 ‘KDI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최근 중간재 수급 불안으로 제조업 일부 업종의 생산이 위축되고 기업 심리지표가 하락하는 등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나쁜 외생 변수는 기업 실적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국내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치도 낮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지난 20일 코스피 상장사 168곳의 3분기 순이익(연결 기준) 추정치(컨센서스)를 29조6503억원으로 발표했다. 불과 한 달 전의 추정치인 44조8943억원보다 15조원 넘게 낮춘 것이다.
외생변수 탓만 말고 더 나빠지지 않게 챙기길
국내 기업들은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탈출구를 찾고 있다. 일본과의 소재ㆍ부품ㆍ장비 갈등에서 이미 공급망 차질을 한번 겪었던 터다. 하지만 단기간의 원자재 가격 급등이나 글로벌 물류난 같은 외생 변수는 기업 스스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더 챙겨야 한다. 외생 변수라고 손 놓고만 있지 말고, 수급 대책을 더 꼼꼼히 살펴야 한다. 안 그래도 급박해진 원자재난과 물류난이 파업이나 공장 화재 같은 국내 추가 변수로 더 나빠지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최지영 경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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