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계 7대 우주 강국의 희망 쏘아올린 누리호

입력 2021. 10. 22. 00:10 수정 2021. 10.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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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탑재한 위성 모사체 이미지. 정부는 내년 5월 2차 발사에 도전한다.


국산 기술로 만든 우주발사체 단번에 올려


보완해 내년 2차 때 목표 지점 안착시키길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첫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어제 오후 5시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서 날아올랐다. 항공우주연구원이 발사 버튼을 누르자 나로호는 엔진에서 불기둥을 내뿜으며 우주 궤도로 솟아올랐다. 나로호는 127초 만에 고도 59㎞에 이르러 추력 300t급의 1단 로켓을 분리해 바다에 떨어뜨리고, 2단 로켓 분리에 이어 이륙 976초 만에 고도 700㎞에 도달했다. 전 비행 과정을 정상적으로 수행했지만, 1.5t 무게의 위성 모사체가 목표 지점인 지구 저궤도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날 누리호 발사는 미완의 성공이지만, 우주 강국의 희망을 쏘아올렸다. 현재 우주 강국은 미국·중국·러시아·인도·일본·유럽우주국 등 6개국으로 꼽힌다. 우주 강국은 ▶위성 발사체 자력 개발 ▶상시발사 가능 여부 ▶위성 정보 활용 능력 등 세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한국은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그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어제 충분한 속도에 이르지 못해 위성 모사체를 목표 궤도에 올리지는 못했지만, 1~3단에 이르는 엔진의 연소와 페어링 분리 같은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

한국은 그동안 우주 강국의 핵심 관건인 위성 발사체를 자체적으로 개발할 능력이 없었다. 국내 우주항공 산업은 이승만 정부 때부터 시작했지만, 한·미 미사일 지침에 따른 정부의 의지 부족과 우주항공 산업에 대한 민간 투자 부진으로 진척을 보지 못했다. 자체 발사에 필수적인 나로우주센터가 들어선 것도 2009년 7월에 이르러서였다.

이런 부진을 딛고 한국은 지난 11년간 2조원을 투자해 국산 우주발사체 개발에 도전해 왔다. 궤도에 위성을 안착시키는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2013년 나로호를 쏘아올렸을 때는 러시아의 도움을 받았다. 2018년에는 추력 75t급의 액체엔진을 자체 개발해 시험발사체가 459초간 궤도비행에 성공했다.

이제는 마지막 고비를 넘어야 한다. 내년 5월로 예정된 2차 발사에서는 어제 나타난 문제점을 찾아내 위성을 목표 지점에 안착시켜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한국은 상시발사 체제를 확보하게 된다. 2000년대 초 일본은 우주발사체 시험발사에서 네 차례 연속 실패했지만, 민관이 총력을 기울인 끝에 결국 우주 강국 대열에 진입했다.

지금 세계는 미·중을 중심으로 우주개발 경쟁에 불꽃을 튀기고 있다. 우리도 여기에 뛰어들려면 내년 2차 발사 성공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2030년 달에 우주선을 보내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려면 우주항공청 설립 등 총력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누리호 개발에는 국내 300개 기업이 참여해 산업적 가치도 크다. 이미 미국에선 스페이스X 등 민간 기업의 우주 개발 경쟁이 가속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발사 기술 능력을 확보해 우주 개발 시대의 주도자가 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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