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상의 코멘터리] 누리호..뒤집으면 ICBM이다

오병상 2021. 10. 21.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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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가 21일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누리호는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저궤도(600~800km)에 투입하기 위해 만들어진 3단 발사체이며 엔진 설계에서부터 제작, 시험, 발사 운용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완성한 최초의 국산 발사체다. 2021.10.21/뉴스1

‘한미 미사일협정’에 막혔던 우주개발


미국의 협정폐지로 미사일개발까지 가능

1. 위성발사체 누리호 시험발사가 안타깝게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마지막 위성 모사품(dummy)을 궤도에 올리는데 실패했지만..엔진ㆍ덮개ㆍ위성분리까지 이전 과정이 순조로웠기에 90%는 성공했다고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현장에 등장해 ‘2030년 달 착륙’ ‘2029년 소행성 탐사계획’ 등등 우주탐사 포부를 밝혔습니다.

2. 그렇게 되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언급하지 않았지만..누리호는 훨씬 더 현실적으로 중차대한 미션을 안고 있습니다.
바로 군사적 측면..중장거리 탄도미사일..나아가 ICBM 개발가능성입니다.
하늘로 치솟는 로켓은 발사체인 동시에 미사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번처럼 위성을 궤도에 실어나르는 목적이면 발사체이고, 탄두에 무기를 실으면 미사일이 됩니다.

3. 대통령이 군사적 의미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중국 때문일 겁니다.
한국이 중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면 중국이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우주개발분야에서 그동안 뒤쳐져온 것도, 이번에 누리호 개발이 가능해진 것도 군사적인 이유 때문입니다.

4. 지난 40년간 우리의 우주개발을 가로막아온 건‘한미 미사일협정’입니다.
1979년 미국이 박정희 정권의 탄도미사일(백곰) 개발에 깜짝 놀라 개발제한하는‘협정’을 강제로 맺었습니다. 백곰의 사거리는 180km. 전방에서 평양까지 거리입니다. 미국은 사거리 180km 이상 미사일 개발을 금지합니다. 같은 로켓으로 연구하는 우주과학기술도 동결됩니다.

5. 이런 족쇄가 5차례에 걸쳐 조금씩 풀렸습니다. 모두 미국의 필요에 따라..
1999년 미사일협정 개정협상 결과..민간용 로켓에 한정해 사거리 제한이 없어졌습니다. 군사용은 300km로 늘었습니다. 미국이 사거리 300km 미사일(ATACMS)을 우리나라에 팔 수 있게 됩니다.

6. 이 경우 ‘민간으로 개발한다’면서 300km 이상 날아가는 로켓을 만들어 군사용으로 전용할 가능성이 남습니다.
이를 막기위해 ‘민간 로켓은 액체연료만 사용가능’이란 제한을 두었습니다. 군사용은 고체연료입니다. 고체가 더 간편하고 효과적입니다.
그래서 나로호도, 누리호도 모두 액체연료를 사용했습니다.

7. 마침내 2020년초 개정협상 결과..민간용 로켓에도 고체연료사용이 허용됐습니다.
민간용으로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로켓을 개발한다는 건..사실상 군사용 미사일 개발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여기서부터는 북한이 아니라 중국이 적접 이해당사자가 됩니다.

8. 미국은 한발 더 나아가 지난 5월 미사일협정 자체를 폐기해버립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봉쇄’라는 글로벌 전략을 구사하면서 한국이 중국견제 역할을 해주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우리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까지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중국 전역을 겨냥하는..

9. 따라서 누리호는 합법적으로 얼마든지 군사용으로 전용가능하게 됐습니다.
물론 평화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겠습니다. 6G시대를 준비하는 위성을 우리 힘으로 맘껏 쏘아올려야 합니다. 누리호가 ICBM으로 사용되는 일은 없어야할 겁니다.
잊지말아야 할 것은..누리호는 이런 군사적 배경 속에서 탄생했다는 엄연한 현실입니다.
〈칼럼니스트〉
2021.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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