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이재명 범인"이라던 野, 만나선 조롱만 당했다

김기정 입력 2021. 10. 21. 19:08 수정 2021. 10. 22.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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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대장동 개발을 공공의 탈을 쓴 개발이라고 주장하며 양의 탈을 쓴 개 인형을 만지고 있다. 뉴스1

“대장동 사업에서 막대한 1조원 이익이 화천대유에 발생했는데, 이익에 기여한 공로로 소정의 대가를 받으셔야 되는 것 아니에요?”

20일 오후 국회 국토위의 경기도 국정감사장. 국민의힘 간사인 송석준 의원이 경기지사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이렇게 물었다. 이에 이 후보는 “바로 그겁니다. 안 주더라니까요. 왜냐하면 (나 때문에 화천대유가) 피해를 입었으니까”라고 대답했다. 이어진 송 의원의 질문은 이랬다. “(화천대유가 돈을 안 줘서) 되게 서운하시죠?”

국감장에서 극도로 웃음을 자제하던 이 후보는 뜬금없는 송 의원의 이 질문 한방에 무너졌다. 이 후보가 소리 내 “하하하”라고 웃자 송 의원은 연이어 “부인께서 서운해하지 않던가요. 엉뚱한 사람 주고 이 후보는 왜 50원도 안 주던가요. 너무하네, 너무 해. 화천대유 대표 누구예요. 대표 반성하세요”라고 소리쳤다. 이 후보는 “전혀 안 섭섭합니다. 부정한 돈에 관심을 가져본 일이 없습니다”고 답했다.


"돈 안 줘서 서운하냐" 이 말에 빵 터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이날 국감엔 전국민적인 관심이 쏟아졌다. 앞선 18일 국회 행정안전위 국감에 출석한 이 후보는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의 초과이익환수 규정을 두고 “왜 삭제했냐”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삭제한 게 아니라, 직원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고 답해 “배임죄를 자백했다”는 야당 지적을 받았다. 이에 이 후보 측은 다음날 “보고받았다는 주어는 ‘이재명’이 아닌 ‘성남도시개발공사’”라고 반박했다. 20일 국토위 국감은 발언의 진위와 진실을 가를 중요한 무대였다. 이날 강아지 인형까지 들고 나온 송 의원의 질문은 국감의 무게감과 비교하면 너무 가벼웠다.

창과 방패가 외나무 다리에서 부딪치는 무대, 하지만 이날 국감에 참석한 국민의힘 국토위원 중 상당수는 관련 의혹 공방을 이어가기는커녕, 대장동 의혹에 대한 숙지가 부족하거나 기존 보도 내용을 재탕하는 식의 질의 태도를 보였다. 박성민 의원은 별다른 근거 없이 “(초과이익을) 도둑질 한 사람이 누구냐”고 이 후보에게 물었다가 “그게 국민의힘”이라는 역공을 당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이 후보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범죄인 취조하냐”,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 “이런 식이면 답변하지 않겠다”는 등의 공세적 답변 태도를 취했다. 핵심을 파고들지 못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한 이 후보식 반격이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 기획본부장 인선 문제로 이 후보를 긴장시킨 건 국민의힘이 아닌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었다.

국민의힘 의원들 중엔 성남이 지역구인 김은혜 의원 정도를 빼곤 힘이 부쳐 보였다. 앞선 18일 행안위 국감에서 제보 내용에 대한 꼼꼼한 검증 없이 이 후보의 조폭 연루설을 제기했다가 '국회 윤리위 제소'라는 되치기를 당했던 김용판 의원 2탄이 나오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마지막 기회 스스로 날린 野


20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감사를 종료하려는 조응천 감사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후보와의 두 차례 국감에 대해 국민의힘 국토위 관계자는 “경기도와 성남시는 핵심자료의 제출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관련 증인 채택을 모두 막았다”며 “거대 여당과 이 후보가 짜고 친 ‘방탄 국감’에 역부족일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당내에서조차 “낯부끄럽다. 이래서 대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겠느냐”(국토위 의원실 관계자)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왔다.

이 후보와의 일전을 모두 마친 21일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이 후보가 궤변을 늘어놓고 있는 것과 달리 검찰에선 설계 당시부터 초과환수 이익이 삭제됐다는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가 언급한 기사의 최초 보도 시각은 전날 국감이 종료되기 약 30분 전이었다. “삭제가 아니라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란 이 후보의 해명과 정면 배치되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내용에 대한 이 후보의 입장을 추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는 국민의힘 스스로가 날렸다. “재재보충질의를 여야 각각 1명씩만 더 받고 종료하겠다”는 감사반장 조응천 의원의 발언에 야당은 “국감 연장”을 주장하며 질의 명단을 제출하지 않았고, 이에 조 의원은 감사 종료를 선언했다. 이게 제1야당이 처한 현주소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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