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술 꽤 마시고는.." 참모들 놀래킨 전두환 논란 그날 밤

현일훈 입력 2021. 10. 21. 18:46 수정 2021. 10. 22.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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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1일 ‘전두환 공과’ 발언 논란과 관련해 “그 누구보다 전두환 정권에 고통을 당하신 분들께 송구하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며칠 사이 많은 분의 조언을 들었다. 소중한 비판을 겸허하게 인정한다”며 이렇게 썼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고 발언한지 이틀 만의 사과 였다.

윤 전 총장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결코 전두환에 대한 찬양이나 옹호가 아니었지만, 독재자의 통치행위를 거론한 것은 옳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발언 이후 ‘발언 진의가 왜곡됐다’고 반박해온 것과 관련해서도 “책임을 돌린 것 역시 현명하지 못했다. 정치인이라면 ‘자기 발언이 늘 편집될 수 있다’는 생각까지 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들인다”고 머리를 숙였다. 또 “정치인의 말과 행동의 무게를 다시 깨닫는 계기로 삼겠다”고도 했다.

이어 “원칙을 가지고 권력에 맞설 때는 고집이 미덕일 수 있으나, 국민에 맞서는 고집은 잘못이다. 국민과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어제보다 더 나은 정치인이 되겠다”고 했다. 야당 진영 내부에서도 '윤석열의 고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진 데 대한 반성차원이었다. 그의 글 속엔 “마음에 깊이 새기겠다”라거나 “더욱 세심하게 살피겠다”, “늘 경계하겠다” 등 몸을 낮추는 표현도 곳곳에 등장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청년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윤 후보는 “전두환 옹호 발언과 관련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임현동 기자


윤 전 총장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기에 앞서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설명과 비유가 부적절했다는 많은 분의 지적과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하지만 곧바로 정치권에선 “사과가 아닌 유감표명","발언을 거둬 들이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SNS 글을 통해 “좀 더 명확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거들었다. 유감 표명이 오히려 논란을 키우는 모양새에 결국 윤 전 총장이 몸을 낮춰 '확실한 사과'를 결단한 모양새다.

김병민 캠프 대변인은 “대국민 공개 사과를 한 것”이라고 했는데, 그만큼 이번 사태의 파장을 심각하게 우려했다는 뜻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청년정책 공약을 발표에 앞서 권성동 선거대책본부장(가운데)과 김병민 캠프 대변인이 함께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임현동 기자


경선 경쟁자들이나 여당에서 ‘1일 1실언’이라고 빈정댈 정도로 윤 전 총장이 각종 설화 논란에 휩쓸려왔지만 그동안은 반성이나 유감 표명에 인색했다. 1일 TV 토론에서 “주워 담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가 “없다”고 답한 적도 있다. 전날 국민의힘 경선 TV토론에서도 전두환 발언 관련 경쟁 주자들의 사과 요구에 “제 발언 중 앞에만 뚝 잘라 말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윤 전 총장의 오래 알고 지낸 한 인사는 “윤 전 총장은 어릴 적부터 '사과= 패배 인정'으로 알던 사람인데, 정치는 다르다는 걸 하나씩 배워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도 개인적으로는 고심이 컸다고 한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논란이 불어진 19일 밤 윤 전 총장이 술을 꽤 마셨다”며 “늘 카리스마 넘쳤는데 그날은 정치의 어려움을 솔직하게 토로해 참모들이 놀랐다”고 전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TV 토론 일정이 끝나면 광주를 바로 방문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호남에 공들인 것이 퇴색했다는 우려도 있다’는 질문에 “여러 가지 얘기가 있고, 그런 부분들을 제가 다 잘 수용하겠다”고 답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인스타그램 캡처

한편 이날 윤 전 총장의 사과에 대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실수를 인정하고 사죄했으면 된 것”이라고 두둔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의 사과로 당 안팎의 논란이 깨끗하게 잦아들 분위기는 아니다. 이와 관련, 전날 밤 윤 전 총장이 SNS에 돌잔치 때 사과(과일)를 집어들었다는 글과 사진을 올린 것도 뒤늦게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당 안 팎에선 “국민의 '사과' 요구를 조롱한 것”(유승민 전 의원 캠프)이라거나 “지금 필요한 건 사과 사진이 아닌 진심 어린 사과”(국민의당) 같은 공격성 논평이 나왔고, 이에 윤 전 총장 측 김병민 대변인은 “과한 해석”이라고 일축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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