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비엠·엘앤에프 등 2차전지株 일제 하락..삼성證 "리스크 관리 필요"
20일(현지 시간) 미국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테슬라는 실적 발표 행사에서 원가 절감을 위해 자사 '스탠다드 레인지' 전기차에 사용하는 배터리를 LFP로 교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컨설팅업체 로스킬에 따르면 LFP 배터리의 전체 생산량 중 95% 정도가 중국에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CATL이 생산한 LFP를 자사 모델에 장착해 판매하고 있다. LFP 배터리는 기존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삼원계 배터리보다 주행거리는 짧지만, 니켈과 코발트 등 상대적으로 고가인 금속이 필요하지 않아 비용이 저렴하고 열 안정성 측면에서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내 배터리 업계는 삼원계 배터리에 강점이 있다. 코스닥 시가총액 2위인 에코프로비엠은 NCA와 NCM(니켈·코발트·망간) 제품 라인업을 보유했고, 4위인 엘앤에프는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양극재를 양산한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대형 업체들도 그동안 LFP 배터리를 채택하지 않았다.
이 같은 영향으로 이날 국내 2차전지 관련주는 일제히 하락했다. 에코프로비엠과 엘앤에프는 각각 8.8%, 6.3% 급락했다. 코스모신소재(4.66%), 천보(3.87%), 일진머티리얼즈(2.28%), 포스코케미칼(1.61%) 등 그 외 2차전지 소재주도 약세를 보였다. LG화학(4.05%), 삼성SDI(0.55%), SK이노베이션(0.39%) 등 대형주도 부진했다.
그러나 테슬라의 배터리 교체가 국내 업체들의 펀더멘탈을 훼손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창민 KB증권 애널리스트는 "LFP 배터리는 비교적 부피가 크고 무게가 무거워 양극재 자체적인 성능 개선은 향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존에 시장에서 예상하던 대로 보급형 차량은 LFP 배터리, 중·고가 차량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하는 방향성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즉, 중·고가 전기차를 타깃으로 하는 국내 2차전지 밸류체인 업체들의 펀데멘탈 훼손 요인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다만 그동안 주가가 크게 오르며 상대적으로 고평가된 점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정훈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한 달간 2차전지 밸류 체인의 흐름을 보면 한국 업체들이 중국을 크게 앞섰다"며 "국내 양극재 업체들의 이러한 주가 성과로 내년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이 62배로 예상되는데, 이는 중국 양극체 업체들의 2배 가까이 높은 프리미엄을 챙기는 국면"이라고 설명했다.
장 애널리스트는 국내 2차전지 업종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9월 유례없는 중국의 전기차 판매 성과는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한국과 중국의 롱숏 페어트레이딩 기회의 명분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단기 수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롱숏 페어트레이딩이란 서로 유사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두 개의 상품 중 상대적으로 고평가된 쪽을 팔고 저평가된 쪽을 사는 전략이다. 즉, 글로벌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고평가된 국내 업체 주식을 팔고 중국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뜻이다.
문지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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