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인간②] 미완의 기술임에도.. 사후 냉동보존 택한 이유
'냉동 장(葬)'으로 활용 가능성 나와
냉동인간을 향한 시선은 기대와 우려가 극명하게 갈린다. 엄밀히 말하면 미래 해동·소생에 대한 기대보다는 미완(未完)의 기술을 향한 과학적·사회적 우려의 목소리가 강하다. 특히 전통 장례 문화가 깊숙이 자리 잡은 우리나라에서는 냉동보존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다. 당사자들 또한 이 같은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우려를 감수하면서 냉동보존을 선택했을까.
◇“냉동보존은 미완의 기술… 위험성 인지 필요”
냉동보존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기술적, 사회적 문제를 이야기한다. 앞선 기사(‘[냉동인간⓵] 살아날까? 국내에도 두 명 있다’)에서도 설명했듯 현재 냉동보존 기술은 사망 후 혈액 치환, 냉동보존 절차까지만 가능한 ‘미완’의 기술이기 때문이다. 냉동보존 회사와 일부 전문가들은 냉동보존 계약 기간인 100년, 이르면 50년 정도 후 해동·소생이 가능할 것으로 보지만, 반대로 이 기간 안에 관련 기술이 개발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미래에 후손들이 금액을 추가 지불하고 보존기간을 연장하지 않는다면, 계약기간이 만료된 챔버 속 냉동인간을 처리하는 것을 두고 여러 문제가 일어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도 이 같은 부분이다. 연세대 김소윤 의료법윤리학연구원장은 “미래 해동이 가능하더라도 그 시점이 언제일지, 기술이 이론뿐 아니라 아닌 실제로도 안전할지 알 수 없다”며 “냉동보존을 결정하기 전에 기술적으로 여러 위험이 있다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00년 후 홀로 깨어난다면? 부활 후 삶도 고민해야
사회적 우려는 소생 이후 삶과 관련돼 있다. 실제 50년, 100년 후 해동·소생이 가능해진다고 해도, 먼 미래에 홀로 깨어난 사람이 가족이나 지인 한 명 없이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냐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를 떠나 해동된 이가 자신의 모습과 연장된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미래 사회가 그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을 지 또한 고민해봐야 한다. 김소윤 원장은 “죽은 사람을 떠나보내기 힘든 마음은 이해되지만, 이 같은 방식으로 죽음을 미루고 삶을 연장하는 일이 보편화되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문제”라며 “개인적 차원에서는 미래 소생된 사람이 자신의 모습과 소생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또 사회적 차원에서 많은 사람이 죽음을 연장하고 오래 존재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자원의 한계 문제 역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모든 우려 알지만… 고인(故人) 향한 애착, 그리고 ‘기대’
냉동보존 의뢰인들도 이 같은 우려를 모를리 없다. 많은 의뢰인들이 의뢰 전 냉동보존을 반대하는 주변 가족·지인과 적지 않은 갈등을 겪는 데다, 의뢰 사실이 알려진 후 대중에게도 많은 우려와 비난을 듣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냉동보존을 선택한 이유는 갑작스럽게 떠나보낸 사람을 언젠가 다시 만나는 것에 대한 일말의 ‘기대’ 때문이다. 냉동인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하고 현재 기술로 소생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모두 알고 있지만, 그대로 고인을 떠나보내기보다 미래 기술에 작은 기대라도 걸어보겠다는 것이다. 실제 냉동보존 희망자 중 대다수가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은 고인의 가족이었으며, 이로 인한 강한 애착이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10여명의 국내 냉동보존 희망자를 만나본 크리오아시아 한형태 대표는 “많은 의뢰인들이 예기치 않은 사망으로 인해 사망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간이 짧았고, 이로 인해 고인에 대한 애착 또한 강한 모습이었다”며 “특히 사망 직전까지 오랜 기간 고인과 함께 살아온 경우, 더욱 고인을 떠나보내기 어려워했다”고 설명했다.
◇일종의 장례 방식? 전문가 “보편적으로 행할 일 아냐”
일각에서는 당장의 해동·소생보다는 ‘냉동 장(葬)’으로써 냉동보존 기술의 활용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현재 또는 가까운 미래에 소생·해동은 불가능하더라도, 떠나보내기 힘든 고인을 챔버 속에 온전히 보존하는 하나의 장례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는 장례 방식으로써 활용 가능성을 따지기에 앞서 갑작스러운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소윤 원장은 “단순히 보내지 못하는 슬픔으로 (냉동보존을)받아들이기에는 기술적·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며 “아직은 다수의 사람이 효도나 추모 차원에서 고인을 위해 보편적으로 행할 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죽음의 의미와 죽음을 받아들이는 일에 대해 먼저 논의한 뒤 (냉동보존의)활용 가치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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