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 지사직 사퇴"→"시간 필요" 또 송영길·이재명 엇박자, 왜

김준영 2021. 10. 2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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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송영길 대표의 메시지에서 미묘한 엇박자가 나고 있다. 이 후보의 경기지사직 사퇴 시기를 놓고 양측의 입장차가 드러난 것만 열흘 사이에 두 차례였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 후보-당대표-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임현동 기자

宋 “국감 전 사퇴”→李 “계획대로”→宋 “금주 사퇴”→李 “시간 필요”


20일 국회 국토교통위 경기도 국정감사에 이 후보가 출석하기 직전, 송 대표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후보가 국감을 마치면 (지사직을) 사퇴할 것으로 본다”며 “이번 주 중에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가능하면 빨리 사퇴를 해야 예비후보등록을 하고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며 한 말이다.

하지만 이 후보는 이날 오후 국감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사퇴 시기’를 묻는 질의에 “공직자의 공직은 함부로 버리고 함부로 던질 수 있는 가벼운 것이 아니다”며 “도민들에게 설명 드릴 시간, 산더미처럼 쌓인 업무 등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번 주 중 사퇴’라는 송 대표의 입장과는 거리를 뒀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2021.10.20 국회사진기자단


엇박자는 이 후보가 선출된 직후에도 있었다. 이 후보는 선출 당일(10일) “개인 입장에서는 최대한 도지사 직무를 다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라고 했는데, 송 대표는 이튿날 ‘당 지도부ㆍ대선 후보 간담회’ 직후 기자들에게 “(이 후보에게) 하루속히 지사직을 정리하고, 예비후보로 등록해 본격적인 대통령 선거를 준비해야 한다고 건의했다”라고 말했다.

결국 이 후보의 선택은 송 대표의 제안과 달랐다. 그 이튿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원래 계획대로 경기도 국정감사를 수감하겠다”라고 밝히고 지난 18일(행안위)ㆍ20일(국토위) 국감에 모두 등장했다. 당내에서 두 차례 국감에서 모두 판정승했다는 평가가 나오자 송 대표도 21일 라디오에서 “결과적으로 (이 후보가 수감하길) 잘했다”라고 말했다.


宋 연일 정권교체론…李 측 “조금만 더 신경을”


송 대표가 앞세우기 시작한 ‘정권교체론’ 주장도 이 후보 측에선 다소 부담스러워하는 기류다. 송 대표는 “이 후보가 당선돼도 새 정권이 만들어지는 것”(17일, 방송 인터뷰), “이 후보가 당선되는 것도 새로운 정권을 창출하는 것”(18일, 라디오 인터뷰)이라고 주장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0.20 임현동 기자

그러나 이 후보 측은 현재 이낙연 전 대표 지지층과의 화학적 결합이 중요한 시기라는 입장이다.

송 대표 발언 후 당원 게시판엔 “민주당은 국짐(국민의힘)과 원팀이냐”는 항의 글이 빗발쳤고, 친문 핵심 윤건영 의원은 21일 라디오에서 “정권교체냐 정권계승 또는 재창출이냐는 엄연히 다른 문제”라고 반응했다. 또 다른 친문인사는 “차별화는 후보의 언행과 정책으로 자연스럽게 이뤄져야지 대표가 앞장선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송 대표의 말과 취지는 100% 이해하고 존중한다”면서도 “하지만 발언이 실제 지지자들에게 어떻게 와 닿을지는 조금만 더 신경써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엇박 원인은…스타일 차이? 주도권 싸움?


당내엔 엇박자의 원인을 놓고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정치 이력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운동권 86그룹 출신으로 5선 국회의원, 당 대표까지 맡은 송 대표와 ‘변방 사또’ 출신 이 후보가 쓰는 정치 문법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국감 전 지사직 사퇴' 건의 총대를 맨 건 송 대표와 이 후보 측근 중 중진 의원들이었다. 상대적으로 여의도 문법에 익숙한 이들에겐 “여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마당에 국감장에 서는 것이 맞느냐”(11일 고용진 수석대변인)는 기류가 있었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믿음을 자신의 성공요인으로 꼽는 이 후보는 이런 문법 틀을 깼다.

일각에선 “후보에게 집중돼야 할 주도권을, 송 대표가 쥐려다 보니 삐걱 꺼리는 것 아니냐”(수도권 초선)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송 대표의 한 측근은 “송 대표는 대선 후보를 보호해 대선에 승리하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다. 주도권 운운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반박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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