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감독의 위기 or 기회③] "경험 쌓을 곳 없어"..지원 필요한 신인감독들

장수정 2021. 10. 2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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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에서 수상하고, 공모전에서 입상해 두각을 드러내는 방법도 있지만, 과거에는 연출부와 조연출을 거치며 '경험'을 쌓는 것이 감독에겐 중요했다.

단편 영화 또는 독립 영화나 시나리오를 통해서도 가치 증명이 가능하지만, 대규모 자본이 들어가는 상업 영화를 지휘하는 감독 역할의 특성상 현장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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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콘텐츠가 중요해져..독립 영화나 단편 영화 지원 제작이 우선적으로 돼야"

영화제에서 수상하고, 공모전에서 입상해 두각을 드러내는 방법도 있지만, 과거에는 연출부와 조연출을 거치며 ‘경험’을 쌓는 것이 감독에겐 중요했다.


단편 영화 또는 독립 영화나 시나리오를 통해서도 가치 증명이 가능하지만, 대규모 자본이 들어가는 상업 영화를 지휘하는 감독 역할의 특성상 현장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픽사베이

지금은 흐름이 바뀌고 있다. 이른바 ‘열정 페이’는 사라져야 한다는 분위기 속 근로 계약서를 쓰는 것이 당연해지면서 스태프들의 인건비가 올라간 것도 하나의 이유다. 여기에 그간의 국내 영화 제작 생태계와는 무관한 OTT의 등장도 기존의 ‘경험 우선’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한 영화 감독은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 같다. 그전에는 감독이 되려면 연출부 조감독을 하고, 자기 시나리오를 써서 인정을 받곤 했다. 이전부터 이런 관행이 깨지고는 있었지만, 지금은 조감독을 통해 감독이 된다거나, 이런 경험이 평가의 기준 자체가 되지 못하는 것 같다”며 “할리우드 방식처럼 자기 작품을 찍었던 사람을 감독으로 인정하는 문화가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박윤진 감독도 “예전에는 현장에서 하나씩 경험을 쌓고, 감독이 되곤 했다. 그러나 나를 비롯해 지금의 청년 세대는 단편 영화를 전보다는 쉽게 만들 수 있고, 관련 교육도 잘 되어 있다. 자신의 작품을 통해 제작사에서 시나리오를 제안 받는 경우도 있고, 이런 식으로 바뀌어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콘텐츠 제작을 위한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영화진흥위원회에서는 신인 감독들을 위해 독립예술영화에 대한 제작과 개봉을 지원하고, 직접 지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회 창출에 도움을 주는 독립예술영화전용관에 대해 지원을 하고 있다. 다만 독립예술영화 지원 역시도 신인 감독 한정이 아닌, 기성 감독들까지 함께 대상으로 하고 있다.


영화 관련 학과를 졸업한 이후 감독을 지망하고 있는 한 감독 지망생은 “학교 안에서도 사비로 내 작품을 만들었지만, 밖에서는 그 부담이 훨씬 커진다. 인건비부터 장비 사용료까지, 개인의 몫이 되는 것이 아닌가. 공모전이나 영화진흥위원회 외에도 지원을 해주는 곳도 많지만, 대다수 원하는 방향의 작품들이 있는 것 같다. 내가 만들고 싶은 작품으로 뽑히는 것이 드물기도 하고, 그렇게 받더라도 부족해 사비가 들어가는 경우들이 있다”고 말했다.


패러다임의 변화를 언급한 감독은 “결국 자기 콘텐츠가 중요해졌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지금은 그것이 더 강조되고 있다. 독립 영화나 단편 영화 지원 제작이 우선적으로 돼야만 할 것 같다. 또 그것들을 볼 수 있는 기회도 생겨야 할 것 같다. 상업, 장편 영화 감독으로 가기 전 단계가 활발해야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긴 호흡의 영화보다는 짧은 호흡을 이어나가는 시리즈물이 대세가 되는 현상도 지망생, 신인 감독들에게 새로운 숙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요즘은 캐스팅이 돼야 다음 단계가 열리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창작자들도 생각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 지금 시나리오를 준비하다가 6부작, 9부작으로 바꾸는 감독들도 많다. 시나리오를 써두고 제작사 대표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시리즈물을 많이 원한다. OTT 전성시대 아닌가. 특히 지금 막 열렸으니, 어찌 됐건 대세를 타고 가려면 원하는 것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입봉을 준비 중인 한 감독은 “마블을 비롯해 화제작들이 개봉하면 영화관의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고 믿지만, 지금은 시리즈물이 대세를 이루는 현상을 부인할 수 없다. 선보이는 것이 먼저라면 드라마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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