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숙주 인간이 알아야 할 바이러스의 모든 것
허형식 2021. 10. 21. 13:39
[리뷰] 칼 짐머의 흥미진진한 바이러스 이야기 '바이러스 행성'
2011년 초판 발매 후 세 번째 개정판이 출간된 <바이러스 행성>(원제 A PLANET OF VIRUSES>은 10년이 넘게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사스, 메르스 그리고 지금의 코로나19 등 바이러스는 주기적으로 등장해 인간의 생존을 위협했고, 그때마다 사람들은 '바이러스'의 존재를 알기 위해 전문가들의 도움을 구했다.
지구상의 바이러스의 숫자가 우주의 별만큼이나 많다는 이야기인데, 놀랍게도 '바이러스학'은 다른 학문에 비해 아직 유아기에 머물러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수천 년 동안 우리는 바이러스의 활동 결과인 질병과 죽음만을 알았을 뿐, 그런 결과와 원인을 연관 짓는 법을 알게 된 것은 매우 최근의 일이었다.
창조? 바이러스가 마블 유니버스의 타노스처럼 생명 파괴의 주인공인 건 알겠는데 무슨 창조를 했다는 거지? 우리가 아는 생명이 40억 년 전 바이러스에서 시작되었고, 생명의 유전적 다양성 중 대부분이 바이러스 유전자에 들어 있으며, 우리가 마시는 산소의 상당 부분을 바이러스가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생각보다 바이러스의 힘이 더 크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더 나아가 칼 짐머는 바이러스 없이는 인간이 생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어쩌면 사람 따로 바이러스 따로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바이러스 처지에서는 배은망덕한 일일지도 모른다. 칼 짐머의 흥미로운 바이러스 이야기는 마침내 코로나19로 향한다.
이렇게 새로 발견된 바이러스 중에서 무엇이 새로운 팬데믹을 일으킬지 우리는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예측이 가능한 어떤 부분은 분명히 있다. 인류가 지금처럼 계속 대규모 농사를 짓기 위해 우림을 벌목하고 야생 환경을 싹 제거함으로써 동물들이 사는 서식지에 압박을 가하면 가할수록, 그런 동물들의 몸에 사는 바이러스들이 인간에게 넘어올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허형식 기자]
인류 역사상 요즘처럼 매일 바이러스 뉴스를 열심히 읽는 때가 있었을까? 매일 몇 명이 감염되었고, 몇 명이 죽었는지 다른 나라는 또 어떤 상황인지 알아야만 하루의 마무리가 되는 것 같은 요즘. 바이러스 너 도대체 누구니? 궁금한 사람들의 모든 궁금증을 해결해줄 책 <바이러스 행성> 개정판이 출간되어 책을 펼쳐본다.
▲ 바이러스 행성 개정판 표지 |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초판 발매 후 세 번째 개정판이 출간된 <바이러스 행성>(원제 A PLANET OF VIRUSES>은 10년이 넘게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사스, 메르스 그리고 지금의 코로나19 등 바이러스는 주기적으로 등장해 인간의 생존을 위협했고, 그때마다 사람들은 '바이러스'의 존재를 알기 위해 전문가들의 도움을 구했다.
저자인 칼 짐머는 현재 예일 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며 뉴욕타임스가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명민한 과학 저술가"라고 극찬할 정도로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작가다. <기생충 제국> <영혼의 해부> <마이크로코즘> 등 10권이 넘는 교양 과학책을 집필한 칼 짐머는 <바이러스 행성>을 통해 사실상 바이러스가 지구의 주인이라고 선언한다.
동굴과 허파이든, 티베트의 빙하와 높은 산꼭대기 위로 부는 바람이든 간에 과학자들이 들여다보는 곳마다 바이러스는 계속 발견되고 있다. 깊이 연구할 시간이 없을 만치 너무나 많이 빠르게 계속 발견되고 있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공식적으로 학명을 붙인 바이러스는 수천 종에 불과한데, 일부에서는 실제 바이러스의 종수가 조 단위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한다.
지구상의 바이러스의 숫자가 우주의 별만큼이나 많다는 이야기인데, 놀랍게도 '바이러스학'은 다른 학문에 비해 아직 유아기에 머물러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수천 년 동안 우리는 바이러스의 활동 결과인 질병과 죽음만을 알았을 뿐, 그런 결과와 원인을 연관 짓는 법을 알게 된 것은 매우 최근의 일이었다.
'바이러스(virus)'라는 단어 자체는 모순으로 시작했다. 우리는 로마제국에서 그 단어를 물려받았다. 로마인에게 그 단어는 뱀의 독 또는 남성의 정액을 의미했다. 창조와 파괴가 한 단어에 담겨 있었다.
창조? 바이러스가 마블 유니버스의 타노스처럼 생명 파괴의 주인공인 건 알겠는데 무슨 창조를 했다는 거지? 우리가 아는 생명이 40억 년 전 바이러스에서 시작되었고, 생명의 유전적 다양성 중 대부분이 바이러스 유전자에 들어 있으며, 우리가 마시는 산소의 상당 부분을 바이러스가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생각보다 바이러스의 힘이 더 크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더 나아가 칼 짐머는 바이러스 없이는 인간이 생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숙주(인간)의 유전자가 바이러스에게서 왔을 수 있다는 개념은 거의 철학적 의문을 떠올리게 할 만큼 기이하다. 우리는 유전체를 우리의 궁극적 정체성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세균이 바이러스로부터 자기 DNA의 많은 부분을 습득했다는 사실은 당혹스러운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그 세균은 자기만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을까? (중략) 1999년 장뤼크 블롱(Jean-Luc Blond) 연구진은 사람 내생 레트로바이러스 하나를 발견해서 HERV-W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들은 그 바이러스의 유전자 중 하나가 여전히 단백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신시틴(syncytin)이라는 이 단백질은 매우 정확하면서 매우 중요한 일을 한다는 것이 드러났다. 바이러스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 숙주를 위해서다. 태반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어쩌면 사람 따로 바이러스 따로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바이러스 처지에서는 배은망덕한 일일지도 모른다. 칼 짐머의 흥미로운 바이러스 이야기는 마침내 코로나19로 향한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더 나올 것이다. 코로나24, 코로나31, 코로나33도 나올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람에게 새로운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바이러스 집단 중 하나일 뿐이다.(중략)과학자들은 동물들을 조사하여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을 찾아내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바이러스 행성에 살고 있으므로, 이 일은 규모가 엄청나다. 컬럼비아 대학교의 이언 리프킨 연구진은 뉴욕시에서 쥐 133마리를 잡아서 조사했는데, 사람의 병원체와 아주 가까운 바이러스 18종을 찾아냈다. 연구진은 방글라데시에서도 조사했는데, 인도날여우박쥐를 터전으로 삼는 바이러스를 모조리 찾아내고자 했다. 그들은 55종을 찾아냈는데, 그중 50종은 과학계에 처음 알려지는 것들이었다.
▲ 환자에게서 분리한 코로나19 바이러스 입자 |
ⓒ 위즈덤하우스 |
이렇게 새로 발견된 바이러스 중에서 무엇이 새로운 팬데믹을 일으킬지 우리는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예측이 가능한 어떤 부분은 분명히 있다. 인류가 지금처럼 계속 대규모 농사를 짓기 위해 우림을 벌목하고 야생 환경을 싹 제거함으로써 동물들이 사는 서식지에 압박을 가하면 가할수록, 그런 동물들의 몸에 사는 바이러스들이 인간에게 넘어올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수많은 언론에서 극찬했듯이 칼 짐머의 글은 과학책이라는 느낌이 전혀 안 들 정도로 스펙터클한 읽는 재미를 선물한다. 어떻게 재미가 없을 수 있겠는가? 이 행성에 사는 모든 이들이 바이러스의 숙주로서 사는 걸. 그 어떤 공상과학 영화에서 만들어낸 신비한 생명체들보다 1억 배는 더 기괴한 진화 능력을 발휘하는 바이러스의 지구 정복기가 궁금한 숙주들이라면 이 책을 반드시 탐독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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