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거짓된 정치인의 이익 추구 시도 무산시키려면

윤경재 2021. 10. 2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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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윤경재의 나도 시인(91)


누구나 자기 목소리에 대한 일종의 환상을 가지고 살아간다. 다른 사람보다 내 목소리가 듣기에 더 좋다는 착각을 하고 사는 거다. 이런 환상은 기계에 녹음된 자기목소리를 듣게 되면 여지없이 깨지게 된다. 기계음은 원음보다 파형이 날카롭기 때문이다. [사진 flickr]

도플갱어 분실 공고

휴대폰에 녹음된 내 목소리를 듣다가 깜짝 놀란다 이게 나인가 내 목소리인가, 낯설다 휴대폰 안에 누군가 교묘히 숨어 나인 척하는 것은 아닐까 틀림없다, 휴대폰에 든 내 사진 얼빠진 듯한 얼굴의 저 인간은 내가 아니다 나인 척하는 사기꾼임이 틀림없다 이건 내가 아니어요, 나인 척하는 도플갱어여요 진짜 나는 여기 있잖아요

세상 아무도 내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혹 반대로 이 핸드폰 속에 든 내가 진짜 나이고 핸드폰을 만지고 있는 내가 나를 흉내 내는 사기꾼 도플갱어일까 도대체 진실한 나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저 모습 저 목소리는 분명 내가 아니다 존경하는 선생님들, 여보 나 좀 얼른 찾아주세요

■ 해설

「 녹음된 자기 목소리를 들어보면 누구나 깜짝 놀라게 된다. 그렇게 이상하게 들릴 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살아간다. 두 가지 정도를 새삼스럽게 느낀다. 목소리가 생각보다 허스키하고 탁하다는 것과 부모님이나 친 형제자매 목소리와 매우 비슷하게 들린다는 것이다.

평소 자기가 말하는 목소리는 외부로 퍼진 음파가 고막을 진동하는 소리와 성대가 이소골로 직접 전달하는 내부 음파가 합쳐져 들린다. 두 파형이 알맞게 변형되기에 좀 더 부드럽고 또렷하게 들리게 된다. 타인이 듣는 소리와 아주 다르게 들린다. 즉, 자기 목소리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부족하게 된다. 그러니 누구나 자기 목소리에 대한 일종의 환상을 가지고 사는 셈이다. 다른 사람보다 내 목소리가 듣기에 더 좋다는 착각을 하고 사는 거다. 사람들이 나르시시즘을 갖는 게 어쩌면 이런데서 오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환상은 기계에 녹음된 자기목소리를 듣게 되면 여지없이 깨지게 된다. 기계음은 원음보다 파형이 날카롭다. 울림도 덜해서 듣기 좋은 바이브레이션이 거의 사라진다.

녹음된 목소리만 환상을 깨는 게 아니다. 자기 모습을 담은 사진도 역시 그렇다. 특히 남이 찍어준 사진은 거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 대부분 얼굴 표정이 어색하다. 얼굴이 멋지게 나오려면 알맞은 조명이 필수다. 그늘이 없고 윤곽이 또렷하게 나오는 조명 세기와 각도가 잘 어우러져야 사진이 잘 나온다. 그래서 경험 많은 유명 탤런트는 조명기사에게 공손히 대하고 특별한 공을 들인다. 시시각각 변하는 얼굴에 그늘이 지지 않으며 표정이 생동감 있게 나오는 건 전적으로 조명기사가 노력하기 나름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전문가가 아닌 아마추어가 인물사진을 찍으면 십중팔구는 어딘가 이상하게 나온다. 오래 간직해야할 여행사진에서 자기 모습이 준수하게 담기길 바란다면 선그라스와 모자를 착용하고 찍으면 좋다. 인물은 몰라도 배경은 건질 수 있다. 중간은 간다. 가능한 역광은 피하고 찍는 사람이 자신의 눈보다 낮은 가슴 높이에서 사진기를 들고 찍으면 렌즈로 인한 피사체와 인물 왜곡이 줄어든다.

현명한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사진이 잘못 나오는 게 아니라 실제 모습이 그 정도일 거라는 자각이 생겨 점점 사진 찍는 걸 피하게 된다.

최근에 SNS상에 자신의 일상을 멋지게 꾸며 올리는 사람이 많아졌다.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여행 장면이나 맛집 순례하면서 찍은 음식 사진 등을 자주 올린다. 가끔 보면 정말 이럴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사진도 눈에 뜨인다.

대화가 잘 이루어지려면 내 주장이 아니라 상대방의 의견이 돋보일 수 있게 유도해야 좋다. 그랬을 때 대화는 성공하며, 양자가 모두 승리한다. [사진 pixnio]


특히 정치인이 쓰는 글이나 사진, 동영상을 보면 전혀 상황에 맞지 않는 장면을 상대를 의식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거리낌 없이 올린다. 그야말로 표를 의식한 가식적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저게 진실한 자기 모습일까 하는 의심만 들게 한다. 더 심각한 건 일부 추종자가 내용의 진실 여부와 잘잘못을 가리지 않고 맹목적으로 숭배하듯 따른다는 데 있다. 문제는 그런 사람들이 어떤 집단을 형성할 때 사건의 진실 여부보다는 세력 간의 대결장이 된다는 점이다. 본질이 전도되고 이 정도면 어때하고 가치가 훼손되는 부작용이 생긴다.

추종자의 맹목적 환호를 경험한 정치인은 그게 정당한 자기 모습인줄 착각하게 된다. 그러다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에 판단 오류가 따르게 된다. 정치인 한 사람의 착오는 피해가 전 국가와 사회로 번진다. 그동안 우리 국민이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와 피해를 겪었는지 두 말하면 잔소리다. 혼란과 피해를 겪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치인이 올리는 SNS상 각종 정보를 한번은 객관적인 태도로 점검해봐야 한다. 그래서 자신의 모습을 거짓으로 꾸며 이익을 보려는 시도가 통하지 않게 해야 한다.

대화의 고수는 이렇게 말한다. 대화가 잘 이루어지려면 내 주장이 아니라 상대방의 의견이 돋보일 수 있게 유도해야 좋다고. 게임으로 치면 내 점수보다 상대방 점수가 더 높게 나오게 하는 것이다. 그랬을 때 대화는 성공한다. 대화가 성공했을 때 결국은 양자가 모두 승리하는 것이다. 내가 아니라 상대방이 점수를 더 따게 하는 방법은 적절한 질문과 리액션을 통해 이루어진다. 자기 일방적 주장보다 경청과 호응이 동반되는 개방적 대화가 성공을 담보한다. 역설적으로 자기주장과 예측이 오류였다는 체험을 많이 할수록 대화는 성공하는 것이다. 그러니 자기주장만 하는 우리나라 정치인은 모두 실패한 대화자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자신이 가상으로 이루어진 어떤 아바타가 아닌지 자주 성찰해 보아야 하는 시대다. 어떤 모습이 진정한 나인지 찾아야 할 때다. 비록 기계의 도움을 받더라도. 그렇다고 SNS를 배척할 필요는 없다. 자기를 찾는 도구로 이용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한의원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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