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들 긴 토론 끝에..캐나다 참가자 우승 [쇼팽콩쿠르라이브③]

김호정 입력 2021. 10. 2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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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원재연이 바르샤바에서 지켜본 쇼팽 콩쿠르
재18회 쇼팽 국제 콩쿠르 우승자인 캐나다의 피아니스트 브루스 리우. [사진 콩쿠르 홈페이지]

■ 쇼팽 콩쿠르 라이브

「 피아니스트 원재연이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전하는 제18회 쇼팽 국제 콩쿠르 소식. 20일(현지시간) 우승자를 발표한 이 대회의 참가자와 심사위원들을 만난 이야기입니다. 쇼팽 콩쿠르 라이브의 마지막회입니다.

여기는 폴란드 바르샤바의 내셔널 필하모닉 홀. 환희와 희열이 섞여든 제18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가 한국 시간으로 21일 오전에 우승자를 발표했다.

콩쿠르 본선을 지켜보면서 발견한 환상적 피아니스트, 브루스 리우(24ㆍ캐나다)가 우승을 차지했다. 결선 진출자 12명 중 마지막으로 연주했던 그의 쇼팽 협주곡 1번은 모든 관객의 기립 박수를 끌어냈을 정도로 화려했다. 특히 3악장 론도를 폭발적인 에너지로 표현하면서도 피아니시모(pp, 아주 작게)는 가장 멀리 있는 관객의 귀에까지 전달했다. 콩쿠르의 모든 연주를 통틀어 가장 스릴 넘치는 피아니시모였다. 단연코, 우승자에 어울리는 연주였다고 평하고 싶다.

리우의 연주는 준결선에서부터 빛났다. 쇼팽의 초기 작품인 ‘돈죠반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에서 새로운 해석과 과감한 템포를 설정하여 듣는 재미를 줬다. 전통에 따른 프레이즈 처리나 흔히 들을 수 있는 해석이 아니라 자신만의 노래를 창조한 음악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이날 우승자 발표는 3시간 지연됐다. 심사위원들 사이에 뜨거운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필자는 준결선 이후 심사위원들 몇 명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1980년 쇼팽 콩쿠르의 우승자인 당타이손에게 어떤 연주가 인상적이었는지 물어보니 이렇게 답했다. “나는 오픈 마인드의 음악인이다. 내 마음이 움직인다면 나와 정반대의 쇼팽 해석도 받아들일 수 있다. 자기 자신의 음악을 설득력 있게 하는 참가자를 듣는 게 내가 좋아하는 방식이다. 또한 지난번 대회에 비해 많은 색깔을 가진 참가자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고 기뻤다.”

폴란드 심사위원인 에바 포블로츠카는 “섬세하고 작은 소리로 나의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참가자가 좋았다”고 했다. “쇼팽이 살았던 시대와 그의 캐릭터를 생각해야한다. 인터넷으로 클릭 몇번에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대지만 그럴수록 아날로그의 감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연주에선 절대로 음표를 때리지 않고 빠르게만 연주하지 않아야 한다. 또 풍부한 루바토(음악적으로 템포를 조정하는 일)가 쇼팽 해석의 필수이기 때문에 그 점을 보며 심사한다.”

심사위원 사이에 이견은 있었다고 한다. 한 익명의 심사위원은 “계속되는 라운드 결과에 놀랐고 불만이 있었다. 각자의 기준이 너무 많이 달라서인지, 원하지 않았던 연주자가 합격하기도, 원했던 연주자가 불합격하기도 해서 어려운 심사였다” 고 전했다. 우승자 발표가 그렇게 늦어진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말이다.

기대를 모았던 한국의 이혁(21)은 아쉽게도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쇼팽의 환상곡과 소나타는 타고난 재능과 음악적 천재성을 보여줬다. 결선에서는 협주곡 2번을 연주했는데 3악장 코다에서 완벽한 타이밍과 화려한 소리로 기립박수를 받았기 때문에 등수를 받지 못한 점이 더 안타깝다.

결선에 진출한 피아니스트 이혁. [사진 쇼팽 협회]


하지만 순위와 상관없이, 콩쿠르는 쇼팽을 좋아하는 전 세계 사람들의 축제였다. 특히 일본의 피아니스트 하야토 수미노(26)처럼 독특한 참가자들이 경쟁을 축제로 바꿔냈다. 그는 ‘Cateen’이라는 예명의 유튜버고, 구독자는 86만명이다. 이번 준결선까지 그의 실황연주 조회수가 200만뷰를 넘겼다.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니 “쇼팽 자신이 악보에 적은 음표보다는, 음표를 적기 전의 상상과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일이 목표”라고 하는 재미있는 피아니스트였다. 그는 또 “쇼팽의 음악은 19세기 당시 지금의 팝 음악처럼 연주됐다. 오직 진중한 방식의 접근만 있었던 건 아니기 때문에 현대의 많은 사람이 쉽게 쇼팽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일이 목표”라고 했다. 인기 유튜버답지 않게 수줍게 웃곤 하는 그는 “내가 연주하는 쇼팽이 사람들은 처음 듣는 쇼팽이라 생각해 책임감이 크다”고 했다.

한국인 최초로 조성진이 우승했던 2015년 대회와 달리 한국인 입상자는 없었지만 모두에게 값진 경험이었다. 본선 2라운드까지 진출했던 최형록(28)은 “처음이자 마지막 참가였다. 깊은 역사의 큰 무대, 꽉 찬 관객에 감사하고 행복했다”고 했다.

본선 1차 라운드에서 연주한 87명, 2차의 45명, 준결선 23명, 그리고 결선 12명, 또 예선에 도전했던 500여명의 지원자 모두에게 진심의 박수를 보낸다. 결과와 상관없이 그들의 음악 인생이 더욱 빛나기를 응원한다. 참가자 모두에게 쇼팽의 축복을!

◇피아니스트 원재연=당 타이손이 “최고의 프로페셔널리즘을 타고난 천부적 피아니스트”라 극찬했다. 부조니 국제 콩쿠르 준우승 및 청중상, 칼로버트 크라이텐 프라이즈 수상. 스페인 페롤 피아노 콩쿠르, 동아 음악 콩쿠르 등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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