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스틸러스, ACL 동해안 더비에서도 울산 울리다

심재철 입력 2021. 10. 2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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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AFC 챔피언스리그 4강] 연장전 후 승부차기 5-4로 이기고 결승 진출

[심재철 기자]

바닷바람 불지 않는 '동해안 더비'라 하여 싱겁게 끝날 줄 알았지만 또 하나 믿기 힘든 역사가 이루어졌다. 후반전 시간이 다 끝날 때 터진 포항의 극장 동점골도 모자라 연장전 30분 이후 벌어진 승부차기에서 포항 선수들은 K리그 최고의 골키퍼로 손꼽히는 조현우를 상대로 5개의 킥을 모두 성공시키며 활짝 웃었다.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이 대회 2년 연속 우승은 물론 이번 시즌 트레블(K리그1, FA컵, 챔피언스리그 3대회 모두 우승)까지 노리던 울산 현대는 그 뜻을 접고 쓸쓸하게 돌아서야 했다.

김기동 감독이 이끌고 있는 포항 스틸러스가 20일(수) 오후 7시 전주성에서 열린 2021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울산 현대와의 준결승전에서 1-1로 비긴 뒤 이어진 연장전 후 승부차기에서 5-4로 이기고 다음 달 23일 리야드에서 열리는 결승전에 올라 알 힐랄 SFC(사우디 아라비아)를 만나게 됐다. 2009년 이 대회 우승 이후 12년만에 가장 높은 자리를 노리게 됐다.
 
 20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준결승전에서 울산을 승부차기로 누르고 승리가 확정되자 강상우(위) 등 포항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 포항스틸러스
 
원두재의 퇴장과 그랜트의 극장 동점골

K리그 전통의 축구 명가이며 동쪽 해안선 아래쪽 두 도시 '포항'과 '울산'을 연고지로 둔 팀이 묘하게도 결승행 길목에서 만나야 했다. 최근에는 K리그가 자랑하는 대표적인 더비 매치인 '슈퍼 매치(수원 블루윙즈 vs FC 서울)'를 뛰어넘어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박진감 넘치는 빅 게임을 만들어내기에 이번 게임도 많은 축구팬들과 전문가들의 관심을 모았다. 더구나 이번 게임이 AFC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이었고 동아시아 최고의 클럽 자리를 상징하는 것이었기에 결과가 더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시즌 막바지 K리그 1 순위표를 반영하듯 1위 울산 현대가 7위 포항 스틸러스를 먼저 궁지로 몰아넣었다. 52분, 울산 미드필더 윤빛가람이 왼쪽 끝줄 바로 앞까지 파고들어 왼발로 처리한 날카로운 크로스를 포항 골키퍼 이준이 매끄럽게 걷어내지 못하고 바로 앞에 떨어뜨렸다. 이 기회를 울산 현대의 공격형 미드필더 윤일록이 놓치지 않고 침착하게 확보하며 왼발로 차 넣은 것이다.

포항 스틸러스로서는 간판 골키퍼 강현무의 빈 자리가 또 한 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후반전 중반 뜻밖의 변수가 나타났다. 울산 현대에게 없어서는 안 될 가운데 미드필더 원두재가 위험 지역도 아닌 곳에서 포항의 임상협에게 위험한 태클 반칙을 저지르는 바람에 압둘라흐만 알 자심(카타르) 주심으로부터 다이렉트 레드 카드를 받고 쫓겨났다.

이로 인해 앞서가던 울산 벤치에 비상이 걸렸고, 홍명보 감독은 곧바로 핵심 공격형 미드필더 윤빛가람을 빼고 박용우를 들여보내야 했다. 필드 플레이어 숫자가 모자라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1골을 지키기 위해 정규 시간 10분 정도를 남겨놓고는 공격을 이끌던 세 선수(오세훈, 이동경, 바코)를 한꺼번에 빼고 'FW 김지현, DF 홍철, MF 신형민'을 들여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울산의 1골 지키기 계획은 후반 종료 직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89분에 포항 스틸러스의 극장 동점골이 터진 것이다. 울산 교체 선수 김지현의 반칙으로 얻은 측면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크베시치가 차 올린 공을 센터백 그랜트가 헤더로 성공시켰다. 울산 골문을 지킨 조현우가 포물선을 따라 뒤로 물러서며 처리하려고 했지만 그랜트의 헤더는 묘하게도 오른쪽 기둥 상단에 맞고 골문 안에 떨어지고 말았다.

궁지에 몰린 디펜딩 챔피언 울산 현대가 연장전에 골을 내주지 않은 것은 다행이었지만 이어진 승부차기 첫 번째 키커로 나선 불투이스가 왼발 킥을 너무 힘주어 차올리는 바람에 분루를 삼키고 말았다. 그에 비해 포항 스틸러스 다섯 명의 키커들은 임상협부터 강상우에 이르기까지 실수 없이 모두 성공시키며 12년만에 다시 우승 트로피를 노릴 수 있게 됐다.

최근 동해안 더비, 울산의 세 번째 눈물

더비 명칭과 어울리지 않는 내륙의 전주성이었지만 이번 시즌 네 번째 동해안 더비에서 포항 스틸러스가 끝내 웃었고, 트레블 꿈이 사라진 울산 현대 선수들은 분루를 삼켜야 했다. 특히 울산 현대 선수들 입장에서 지우고 싶은 기억이지만 지난 해 K리그 1 마지막 동해안 더비(포항 스틸러스 4-0 울산 현대, 2020년 10월 18일)는 물론 2019년 마지막 동해안 더비(포항 스틸러스 4-1 울산 현대, 2019년 12월 1일)가 다시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2년 연속 K리그 1 시즌 막바지, 각각 완패한 이 동해안 더비 결과로 두 시즌 연속 K리그 1 준우승이라는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2019년에는 전북 현대와 승점 79점으로 똑같이 리그 일정을 마쳤지만 총 득점수에서 단 1골 차이(전북 72득점, 울산 71득점)로 밀려 준우승에 머물렀고, 2020년에도 승점 3점 차이로 전북 현대에게 우승 트로피를 내준 것이다. 이처럼 최근 동해안 더비의 불편한 기운이 2021 AFC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까지 이어질 줄은 정말 몰랐던 것이다.

반면에 포항 스틸러스는 2009년 11월 7일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알 이티하드(사우디 아라비아)를 2-1로 물리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영광의 순간을 다시 떠올리며 결승전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당시 우승의 주역들(FW 노병준, MF 김재성, DF 김형일) 대부분이 지금은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두 선수(울산 MF 신형민, 전남 MF 최효진)는 아직 K리그 무대를 누비고 있기에 묘한 감회가 겹치는 결과였다. 

2009년 포항 스틸러스의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주역 중 하나였던 가운데 미드필더 신형민이 바로 이 게임 상대 팀 울산 현대의 후반전 교체 선수로 등장하여 연장전까지 뛴 것도 놀랍고, 오는 27일로 예정된 2021 FA(축구협회)컵 준결승전 울산 현대의 상대 팀 전남 드래곤즈(K리그 2)에는 플레잉 코치 격으로 정신적 지주라 할 수 있는 최효진이 뛰고 있어서 한 번 더 놀랍다.

이렇게 결승에 오른 포항 스틸러스는 전 국가대표 수비수 장현수가 뛰고 있는 알 힐랄 SFC(사우디 아라비아)와 우승 트로피를 놓고 마지막 게임을 펼칠 수 있게 됐다. 결승전은 다음 달 23일 사우디 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리기 때문에 알 힐랄 SFC가 꽤 유리한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포항 스틸러스는 오는 일요일(10월 24일) 오후 3시 스틸야드로 인천 유나이티드 FC를 불러들여 K리그 1 정규 라운드 마지막 게임을 통해 파이널 A그룹(상위 스플릿)을 노리게 되며, 울산 현대도 같은 시각 탄천 종합운동장으로 찾아가 성남 FC를 상대로 리그 1위 자리를 지켜야 하는 부담스런 게임을 펼치게 된다. 

2021 AFC 챔피언스리그 4강 결과(20일 오후 7시, 전주성)
포항 스틸러스 1-1 울산 현대 [득점 : 그랜트(89분,도움-크베시치) / 윤일록(52분)]
- 연장전 30분 후 승부차기 5-4로 포항 스틸러스 결승 진출!

포항 스틸러스 선수들
FW : 이승모(85분↔김륜성)
AMF : 임상협, 크베시치(91분↔김호남), 팔라시오스(78분↔이호재)
DMF : 이수빈(98분↔김성주), 신광훈
DF : 강상우, 그랜트(106분↔전민광), 권완규, 박승욱
GK : 이준

울산 현대 선수들
FW : 오세훈(81분↔김지현)
AMF : 바코(80분↔신형민), 윤빛가람(70분↔박용우), 이동경(80분↔홍철), 윤일록(76분↔이청용)
DMF : 원두재(퇴장-68분)
DF : 설영우, 불투이스, 김기희, 김태환
GK : 조현우

2021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일정(11월 23일 화요일, 리야드 - 사우디 아라비아)
☆ 포항 스틸러스(한국) - 알 힐랄 SFC(사우디 아라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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