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 시대 앞둔 LG아트센터 '문화예술 랜드마크' 꿈꾼다
안도 다다오 설계 2개 공연장 갖춰
기존 충성 관객 유지가 성공 관건
국내 공연계의 패러다임을 바꾼 LG아트센터가 22년간의 역삼 시대를 마무리하고 내년 10월 마곡으로 이전한다. 2000년 3월 개관한 LG아트센터는 22년간 867편(기획·대관 포함)의 작품을 6300회 공연해 450만명의 관객을 불러들였다. 내년 2월 말까지 공연하는 대관 공연 뮤지컬 ‘하데스 타운’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
LG아트센터는 다양한 장르의 동시대적 작품 라인업, 초대권 폐지, 시즌 패키지 티켓 판매 등 선진적인 극장 운영의 모델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장기 대관 공연을 통해 국내 뮤지컬의 산업화에 촉매제 역할도 했다.
LG아트센터의 마곡 이전은 2005년 LG그룹과 GS그룹이 분리된 데서 시작됐다. LG그룹 공익법인 LG연암문화재단이 운영하는 LG아트센터가 들어섰던 LG강남타워가 GS그룹 소유의 GS타워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후 GS그룹으로부터 공연장을 임대하는 형태로 운영돼온 LG아트센터는 LG그룹의 마곡지구 연구개발단지 조성이 2013년 확정되면서 LG연암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과학관 LG디스커버리랩과 함께 이전이 결정됐다. 당초 올해 개관할 예정이었으나 공사가 늦어지면서 2022년 10월 개관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공공기여 시설로 건립이 추진돼 서울시 기부채납 조건으로 20년간 운영권을 갖는다.
LG아트센터가 20일 ‘LG아트센터 역삼 마무리 및 마곡 이전’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22년의 성과와 함께 내년 10월 마곡에서 이어질 LG아트센터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심우섭 대표는 “마곡은 유동인구가 30만명에 달하고 1인가구 비율도 42%나 되는 등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이다. 하지만 잠재력에 비해 문화예술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다”면서 “공원 녹지에 공연장과 과학관이 어우러져 과학 예술 자연이 융복합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곡 지역의 중심인 서울식물원 입구에 건립 중인 LG아트센터는 약 1만m²(3000평)의 대지 위에 지하 3층, 지상 4층 규모로 연 면적은 약 4만m²(1만2500평)다. 역삼 LG아트센터의 2배 규모다. 지하철 9호선 및 공항철도 마곡나루역과 직접 연결되며 지하철 5호선 마곡역에서 도보로 이동할 수 있다.
마곡 LG아트센터는 일본 출신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하면서 서울 서남지역 랜드마크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안도 다다오가 대형 다목적 공연장을 설계한 것은 중국 상하이 외곽의 폴리 그랜드 씨어터 이후 두 번째다. 국내에선 이번이 처음이다. 2015년 서울 JCC 아트센터(177석의 콘서트홀과 미술관)를 설계했지만 규모가 훨씬 작다. 마곡 LG아트센터는 4년 6개월의 공사 기간 약 2500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된다. 현재 공정률은 75% 정도로 내년 3월 준공 예정이다.
마곡 LG아트센터는 단관 공연장이었던 역삼 LG아트센터와 달리 그랜드 씨어터와 블랙박스 등 2개의 공연장을 갖췄다. 그랜드 씨어터는 대형 오케스트라부터 오페라, 뮤지컬, 연극, 발레, 콘서트까지 할 수 있는 1335석 규모의 다목적 공연장이다. 역삼 LG아트센터에 국내 최초로 도입된 건축 분리구조공법(Box in Box)을 홀 전체에 반영해 소음을 차단했다. 365석 규모의 블랙박스는 공연 성격에 따라 좌석 배치를 자유자재로 변경할 수 있는 가변형 극장이다. 개관 프로그램은 내년 상반기 중 공개할 예정인데, 이미 80~90% 라인업이 채워졌다.
마곡 이전의 성공 여부는 기존 ‘충성 관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관객을 개발하는 데서 결정될 전망이다. 이현정 LG아트센터 공연사업국장은 “역삼의 경우 관객이 공연만 보러 온다는 목적성을 갖고 극장을 찾았다면, 마곡은 공원 안에 있는 만큼 관객에게 공연 외의 더 다양한 가치를 드릴 것으로 생각한다”며 “LG아트센터가 지금까지 해온 컨템포러리 공연의 가치는 높이면서 가족 관객을 위한 공연, 국내 공연예술가들과 창작 협업 등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LG아트센터를 찾는 관객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강남뿐 아니라 수도권 전역의 관객이 찾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기존 관객이 믿고 찾을 프로그램을 준비한다면 어디든 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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