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분 혈투 끝에.. 울산 넘은 포항, 아시아 정상 노린다

조효석 2021. 10. 21.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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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스틸러스 마지막 키커 강상우가 허리춤에 손을 얹고 한참 공을 노려봤다.

공을 포물선을 그리며 울산의 오른쪽 골문 상단 구석에 빨려들어갔다.

오히려 울산은 포항의 기세가 느슨해진 틈을 타 수 차례 날카로운 공격을 선보였다.

그러나 연장 뒤 돌입한 승부차기에서 울산의 첫 키커 불투이스가 골문 위로 공을 날려보낸 실수를 결국 극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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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챔피언스리그 4강전
연장전 1대 1.. 승부차기 신승
내달 사우디 알힐랄과 결승전
포항 스틸러스 선수들이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준결승 울산 현대와의 경기에서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로 나선 강상우가 슛을 성공시켜 결승 진출을 확정하자 환호하며 골문으로 달려들고 있다. 연합뉴스


포항 스틸러스 마지막 키커 강상우가 허리춤에 손을 얹고 한참 공을 노려봤다. 골문에는 동해안 더비 라이벌 울산 현대의 조현우 골키퍼가 크게 팔을 흔들며 제자리 뜀박질을 했다. 천천히 뒤로 물러나던 강상우가 달려들며 세게 찬 공이 골문 오른쪽 구석을 향했다. 골키퍼가 몸을 날렸지만 손이 닿지 않는 공간. 골문 뒤 관중들이 일제히 일어나며 환호했다. 맞수 간 120분여 혈투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승부차기까지 이어진 승부 끝에 포항이 동아시아 최강자 자격으로 아시아 제패에 도전할 자격을 얻었다. 포항은 20일 중립경기장인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주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준결승에서 전후반을 1대 1로 마친 뒤 승부차기에서 5대 4로 승리해 결승에 진출했다. ACL 무대 첫 동해안 더비로 관심을 모았던 이번 경기 승자 포항은 서아시아 대표 사우디아라비아 구단 알힐랄과 다음달 23일 결승에서 맞붙는다.

전반은 포항의 흐름이었다. 중원 지휘관 격인 신진호가 결장한 포항은 대신 주장 강상우가 위치한 왼쪽으로 공을 전개하면서 최전방의 팔라시오스까지 역습을 빠르게 전개시켰다. 또 울산 특유의 유려하고 빠른 공격이 살아나지 않도록 패스 줄기를 압박으로 무력화시켰다.

포항은 경기 시작 5분 만에 역습 기회에서 임상협이 투입한 크로스를 이승모가 상대 수비와의 경합을 이겨내고 왼쪽 골문 구석을 향해 머리로 밀어넣었지만 골포스트를 맞고 튕겨나왔다. 울산은 상대 공을 뺏고서도 특유의 직선적이고 빠른 역습을 하지 못한 채 패스 실수를 연발했다. 전체적으로 사흘 전 치른 전북 현대와의 8강전 연장 혈투의 여파가 남은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먼저 승기를 잡은 건 의외로 울산이었다. 후반 7분 울산의 역습 기회에서 설영우가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페널티박스 안에서 윤빛가람이 잡은 뒤 특유의 여유로운 드리블로 공간을 만들어 다시 문전으로 밀어보냈다. 이를 쇄도하던 윤일록이 가볍게 집어넣으며 선제골이 터졌다. 이날 좀체 보기 어렵던 울산의 완성도 있는 역습이었다. 답답한 경기에 잠잠해있던 울산 응원석에서 일순간 탄성이 터져나왔다. 기세를 올린 울산과 추격이 급해진 포항은 더 뜨겁게 부딪혔다.

달아오른 분위기는 또다른 변수를 만들었다. 후반 22분 센터서클 부근에서 포항 임상협을 향해 울산 수비형 미드필더 원두재가 미끌어지며 발을 든 채 태클을 하다 퇴장을 당했다. 홍명보 울산 감독은 윤빛가람을 빼고 수비 성향이 강한 박용우를 투입했고 이후 비슷한 성향의 신형민, 측면 수비 홍철까지 집어넣으며 지키기에 들어갔다. 베테랑 이청용도 함께 투입돼 경기 템포를 조율하려 했다.

연달아 날린 슈팅마다 골문을 빗나가던 포항은 정규시간 종료 1분여를 남겨놓은 상황에 다시 균형을 맞췄다. 크베시치가 후방 깊숙한 공에서 찬 프리킥을 페널티박스에 있던 그랜트가 떠올라 머리로 받아냈다. 공을 포물선을 그리며 울산의 오른쪽 골문 상단 구석에 빨려들어갔다. 골키퍼 조현우도 어쩔 수 없는 궤적이었다.

연장으로 돌입한 경기에서 포항은 수적 우세를 업고 계속 울산을 밀어붙였지만 마음먹고 걸어 잠근 울산 수비라인이 단단했다. 오히려 울산은 포항의 기세가 느슨해진 틈을 타 수 차례 날카로운 공격을 선보였다. 그러나 연장 뒤 돌입한 승부차기에서 울산의 첫 키커 불투이스가 골문 위로 공을 날려보낸 실수를 결국 극복하지 못했다.

전주=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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