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탈탄소 시대의 회색빛 전망

신창호 입력 2021. 10. 21.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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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탈(脫)탄소 시대가 도래할 모양새다.

자동차 메이커들이 속속 화석연료 차량 생산 중단을 선언하고, 주요국들은 탄소 배출량을 20~60% 줄이는 '원대한' 계획을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그런 자동차들이 전부 석유를 버리고 전기로 움직이는 시기가 바로 탈탄소 시대다.

이 추세대로라면 인류가 꿈꿔온 탈탄소 시대는 '눈에 보이는' 탄소 배출 수단(자동차)만 전기차로 바꾸고 '눈에 보이지 않는' 탄소 배출 수단(화력발전소)은 더 늘리는 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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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호 국제부 선임기자


바야흐로 탈(脫)탄소 시대가 도래할 모양새다. 자동차 메이커들이 속속 화석연료 차량 생산 중단을 선언하고, 주요국들은 탄소 배출량을 20~60% 줄이는 ‘원대한’ 계획을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온 탈탄소 시대의 전망은 장밋빛이 대부분이었다. 성층권을 파괴하는 탄소 배출을 막기 위해 화석연료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면 지구온난화도 멈출 것이며, 이에 따른 전 세계적 기후변화와 환경 위기도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 말이다. 그래서 부상한 동력원이 바로 전기다. 전기로 움직이는 모든 형태의 이동수단, 즉 자동차 선박 항공기를 개발하고 상용화하면 지속 가능한 탈탄소 문명이 탄생할 것이라는 그림이다.

올해는 탈탄소 시대의 원년이나 다름없다. 올해 들어 거의 모든 자동차 메이커들이 화석연료 자동차 생산 중단을 속속 발표했고, 공교롭게도 그 중단 시점은 2025년으로 설정돼 있다. 각국 정부 역시 이때부터 내연기관 자동차의 도심 진입을 막아 자동차를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가동하고 있다. 전 세계의 자동차 숫자는 이미 2000년대 중반에 10억대를 넘어섰다. 전 세계 인구 6명 중 1명이 자동차를 보유한 셈이다. 매일 이 엄청난 숫자의 자동차가 이동하며 뿜어내는 이산화탄소는 기상 전문가, 과학자들에 의해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일찌감치 낙인찍혔다. 그런 자동차들이 전부 석유를 버리고 전기로 움직이는 시기가 바로 탈탄소 시대다.

그런데 지금 세계는 유례없는 전기 부족, 고유가 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석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 예상했던 주요 국가들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되레 수요가 많아지고 공급은 예전보다 훨씬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불황에 휩싸였던 세계 경제가 회복 추세로 접어든 것도 에너지 대란을 더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영국 경제전문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를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정부들이 친환경 탈탄소 기조로 정책 변화를 시도하면서도 발전 분야와 중공업 등 전통 산업 구조를 기존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자동차로부터 석유와 내연기관을 떼어내 버리는 데 몰두한 나머지 석유 대신 새 동력원으로 군림하게 될 전기가 어떻게 생산되는지에 대해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가까운 미래에 전기는 더 부족해질 개연성이 다분하다. 10억대가 넘는 세계 자동차들이 모두 전기화(化)하면, 인류의 전기 사용량은 지금의 서너 배 이상이 될 것이다. 현재로선 탈탄소 방식으로 대량의 전기를 생산할 방법은 원자력발전이 유일하다. 그러나 원전은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방사능 유출로 엄청난 재앙을 야기하는 위험 수단’ 취급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태양력 풍력이 새로운 발전 방식으로 자리 잡기에는 역부족이다. 효율성과 경제성이 떨어져 소규모 소비용 전력 생산용으로만 쓰이고 있어서다.

결국 세계 각국은 화력발전 위주의 기존 전력 생산 구조를 계속 유지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원전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중국 일본 독일은 사정이 마찬가지다. 이 추세대로라면 인류가 꿈꿔온 탈탄소 시대는 ‘눈에 보이는’ 탄소 배출 수단(자동차)만 전기차로 바꾸고 ‘눈에 보이지 않는’ 탄소 배출 수단(화력발전소)은 더 늘리는 꼴이 된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셈이다.

탈탄소 시대는 이런 전력 생산 방식의 획기적 변화로만 완성될 수 있다. 그리고 그 관건은 지속 가능성이다. 현재의 첨단기술 문명을 조금도 희생하지 않으면서 탄소 배출을 드라마틱하게 막아내는 방법, 그게 필요충분조건이기 때문이다.

신창호 국제부 선임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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