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서로 돕는 사이

2021. 10. 21.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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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갈등이 존재한다.

연령 학력 성별 출신지 등에 따라 문제를 인식하는 정도가 다르며, 그것이 다양한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양성평등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보편화되려는 시점에 젊은이들 사이에 남녀갈등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을 보면, 어디서부터가 문제인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21세기라는 변화의 시기에 와서야 대놓고 양성평등을 말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숨어있던 문제가 드러남으로써 페미니즘은 갈등의 뇌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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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갈등이 존재한다. 연령 학력 성별 출신지 등에 따라 문제를 인식하는 정도가 다르며, 그것이 다양한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조사에 따르면 10~20대에서 가장 심각하게 문제되는 것은 남녀갈등이며, 30~50대는 빈부갈등을 심각하게 여긴다고 한다. 점차로 깊어지는 경제적 불평등 속에서 빈부갈등은 모든 사회를 아우르는 문제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제 양성평등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보편화되려는 시점에 젊은이들 사이에 남녀갈등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을 보면, 어디서부터가 문제인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통계적으로 보면 20~30대 남자의 70~80%가 페미니즘을 반대하며 20~30대 여자의 50~60%가 페미니즘을 지지한다. 페미니즘을 반대하는 남자들은 일방적으로 남성중심적 사고를 하고 있거나 남녀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여자들의 태도에 불만을 표한다.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여자들은 현재의 사회 구조가 여자들에게는 불리하며 남성중심적 사회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쪽의 입장은 실은 같다. 여자든 남자든 현재의 구조에서 피해를 받는 쪽은 자신들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남녀갈등과 빈부갈등은 교묘하게 얽혀 있다.

남자나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손해 또는 이익을 볼 수 있는 사회는 그 자체로 불의하며 남녀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다. 그러나 인간의 역사는 남성중심적 구조에 익숙해왔고, 입을 열 수 없었던 여성들의 고난은 오래된 일상이었다. 21세기라는 변화의 시기에 와서야 대놓고 양성평등을 말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숨어있던 문제가 드러남으로써 페미니즘은 갈등의 뇌관이 되었다. 지금까지처럼 입 닫고 있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태생적으로 부여받은 성(性)은 존재론적인 문제이기에 언제까지나 침묵할 수는 없다.

우려되는 점은 양성평등을 논하는 데 있어서 혹 성경이 일정 부분의 오해를 담당하지 않았는지 하는 것이다. 창세기 2장은 남자와 여자의 창조 이야기다. 흙으로 아담을 만든 하나님은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을 좋지 않게 보시고 아담의 갈비뼈로 하와를 만들었다. 아담을 먼저 만들었다거나 아담으로부터 여자가 나왔다거나 하는 것들이 여성을 이차적이고 부수적인 존재로 왜곡시킨 측면이 있었다. 오랫동안 그렇게 성경을 해석하며, 남자에 대한 여자의 복종을 설교하곤 했다. 그러나 창조의 순서나 재질이 창조의 의미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인간이 가장 나중에 만들어진 창세기 1장에 대해 ‘그러니 인간이 만물 중에 가장 뛰어나다’고 하는 주장이 어설프고 옳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중요한 사실은, 남자든 여자든 인간의 창조주는 하나님이라는 사실이다. 하나님이 아담을 만든 것처럼, 하나님은 하와를 만들었다. 아담의 갈비뼈로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하나님이 하와를 만들 때 아담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여자의 창조에 관여한 것은 하나님뿐이다. 더욱이 하나님은 하와를, 아담을 ‘돕는 배필’로 만들었다. 여기서 ‘돕다’는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돕다’에 사용되는 동사로 절대적 도움을 의미한다.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도움 없이 살 수 없는 것처럼, 남자는 여자의 도움 없이 살 수 없다. 여자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여자와 남자는 서로 평등한 관계이며 이를 성경은 ‘배필’이라고 말한다.

성경은 남자와 여자가 하나님의 피조물로서 서로 도와가며 함께 살아야 한다고 천명한다. 남자의 손해는 여자의 손해이기도 하며 여자의 고난은 남자의 고난이기도 하다. 여자와 남자는 서로 살려주는 관계이지, 다른 존재의 손해 위에 이익을 얻는 관계가 아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인간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태생적으로 부여받은 성으로 인한 갈등이나 그것을 조장하는 일들은 하나님 앞에서 부끄러운 일이다.

김호경 서울장로회신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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