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언의 시시각각] 실세 청년부 장관이 필요합니다

이상언 2021. 10. 21.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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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에 대통령이 검토 주문한 일
야당이 낸 법안, 논의 없이 수면 중
차기 대통령이 꼭 실천에 옮겨주길
'2022 대선대응 청년행동' 활동가들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문화공간 온에서 '10월30일 분노의 깃발행진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청년층은 향후 정치ㆍ경제ㆍ사회의 발전을 주도할 계층이나, 최근의 급격한 대내외적 환경변화로 인해 취업난과 주거 불안정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음. 이에 청년이 사회에 정착하여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고용ㆍ창업ㆍ주거ㆍ복지 등 다양한 생활 영역에서 청년에게 필요한 종합적인 지원 정책을 수립ㆍ시행할 필요가 있음. 이에 청년정책의 기획ㆍ종합 및 청년의 권익 증진에 관한 사무를 관장할 청년부를 신설함으로써, 청년이 필요로 하는 각종 시책과 지원 정책이 보다 안정적이고 효과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임.’ 지난해 11월에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로 발의(같은 당 의원 10명 동참)한, 청년부 신설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발의 요지다.

문재인 대통령은 무함마드 총리에게 “아랍에미리트(UAE)가 청년부 장관을 신설ㆍ운영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는 놀랄 만한 일”이라며 “우리나라에서도 청년들의 이익을 대변해줄 청년위원회 등을 설치해 달라는 요구가 있으나 엄두가 나지 않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무함마드 총리는 “청년부 장관은 저에게도 모험이었고 실험이었다”며 “최초의 청년부 장관은 22세의 여성이었는데 업무를 잘 처리했다. 우리는 청년부 장관 말고도 행복부 장관도 있다”고 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배석한 참모진에게 “다들 참고하십시오”라고 말했다.’ 2018년 3월 27일 청와대 서면 브리핑 자료가 문 대통령 발언을 전했다.

“청년 재난의 시대입니다. 저는 대통령님께 청년 문제를 총괄하는 청년 특임장관 신설을 제안합니다. 파편적이고 단기적인 청년 정책이 아닌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청년 특임장관은 청년들의 주거ㆍ일자리ㆍ교육 등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은 물론 청년들이 정부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돼야 할 것입니다.” 지난 6월 16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태영호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여태껏 국회에서 논의도 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참고하라’고 주문했고, 참모들은 정말 참고만 했다. 3년7개월이 지났다. 대통령 임기는 이제 7개월 남았다. 집권당 대표의 제안도 아직 ‘아이디어’ 차원에 머물러 있다. ‘리서치뷰’가 2018년 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2030세대 응답자의 59%가 청년부 신설에 찬성 의사를 표시했다.

한국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최근엔 노인 자살률은 감소세를 보이나 청년 자살률이 오르고 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20대 10만 명당 자살자 수는 16.4명에서 21.7명으로 32.5% 상승했다. 대졸(예정자 포함) 취준생의 65%가 취업 포기 상태라는 조사 결과가 며칠 전에 나왔다. 지난달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서 20대 응답자의 61.6%가 한국은 ‘열심히 노력해도 나아질 희망이 없는 나라’라는 데 동의했다.

태영호 의원이 법안 발의 취지에서 밝혔듯이 청년 문제는 교육ㆍ고용ㆍ주거ㆍ복지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있다. 교육부는 교수들의 밥그릇 지키기에 그나마 취업이 되는 전공의 정원 늘리기가 좌절되는 현실을 타파하지 못한다. 경제 부처는 노인 공공 일자리 늘리기로 청년 실업 현상을 감추기에 바쁘다. 보건복지부는 전염병과의 싸움에 여념이 없다. 청년들의 정신 건강 문제는 자투리 과제에 속한다. 청년 과제의 ‘공유지 비극’이다. 문 대통령의 ‘참고하라’는 말에는 이런 상황 인식이 깔려 있었을 것이다.

대선주자들에게 당부한다. 대통령이 된다면 청년부를 만들고, 가용 인력 중에서 가장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나고 국가 공동체에 대한 애정이 깊은 사람을 그 부처의 장관으로 임명하길 바란다. ‘얼굴마담’이 아니라 최고 실세를 그 자리에 앉혀 달라는 말이다. 청년이 일을 못 하고, 미래를 꿈꿀 수 없고, 삶마저 포기하는 나라에서 무슨 희망을 말할 수 있나.

이상언 논설위원

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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