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적절한 '전두환 옹호' 발언, 윤석열 실언 몇 번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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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탄압 정권을 벤치마킹 예로 들다니
말은 정치의 핵심, 해명 반복 고리 끊어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를 잘했다고 말하는 분이 많다”고 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윤 전 총장은 그제 부산 해운대갑 당원협의회에서 “호남분들도 그런 얘기를 한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논란이 일자 “전두환 정권의 독재는 역사적 사실”이라며 대통령이 되면 전문가를 적재적소에 기용해 역량을 발휘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독일에서 ‘히틀러가 학살만 빼면 정치를 잘했다’면 어떻겠느냐”는 여당은 물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후보로 가야 될지까지 생각할 정도의 심각성”(원희룡 전 제주지사)이란 반응이 나왔다.
윤 전 총장은 어제도 “전두환 대통령을 찬양한다는 건 과도한 얘기”라며 “어느 정권이든 효과를 낸 것은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했다. 당시 김재익 청와대 경제수석이 ‘경제 대통령’ 역할을 한 것을 설명하려다 그랬다는 건데,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쿠데타와 5·18 외에도 전두환 정권의 문제점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등 민주화운동 탄압과 언론 통폐합 및 독재, 인권 유린과 비자금 조성 등 잘못한 게 차고도 넘친다. 이러니 윤 전 총장의 역사의식이 부족하다는 논란이 이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은 실언 후 해명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반복해 왔다. 대구를 찾아 “사람들이 ‘코로나19 초기 확산이 다른 지역이었다면 민란부터 일어났을 것’이라고 한다”고 말해 지역감정 논란을 낳았다. 주 52시간제를 비판하며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해 “하루 평균 17시간 일하라는 거냐”는 비난을 샀다. 대학생과 만난 자리에선 인문학 비하 논란이 일었다. 그때마다 윤 전 총장은 그런 취지가 아니라며 억울해 했지만 정치 언어와 공감 능력에 미숙하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정치인이 하는 일의 대부분은 사실상 말이다. 정책이나 법을 만들지만 그 과정에서도 국민의 마음을 읽고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게 일상이다. 정치인의 말은 철학과 비전을 드러내 국민을 설득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대선을 앞두고 TV토론을 하는 것도 국민이 각 후보의 언변을 보며 비전과 됨됨이를 판단하기 위함이다. 윤 전 총장은 조직 내에서 지휘하던 검찰총장과 정치의 영역이 다르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대통령이 모든 사안에 관여하는 것도 문제겠지만, 중요 어젠다만 관리하고 전문가에게 맡기겠다는 구상이 무조건 옳은 것도 아니다. 대통령은 이견이 있을 때 최종 결정을 해야 하는 데다 세계사적 흐름을 보는 식견이 있어야 적임자를 가려낼 수 있다. 말 한마디 한마디의 파급력이 엄청난 대통령에 도전한다면, 윤 전 총장은 실언의 고리부터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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