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적절한 '전두환 옹호' 발언, 윤석열 실언 몇 번째인가

2021. 10. 21.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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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19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당원협의회를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민주화 탄압 정권을 벤치마킹 예로 들다니


말은 정치의 핵심, 해명 반복 고리 끊어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를 잘했다고 말하는 분이 많다”고 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윤 전 총장은 그제 부산 해운대갑 당원협의회에서 “호남분들도 그런 얘기를 한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논란이 일자 “전두환 정권의 독재는 역사적 사실”이라며 대통령이 되면 전문가를 적재적소에 기용해 역량을 발휘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독일에서 ‘히틀러가 학살만 빼면 정치를 잘했다’면 어떻겠느냐”는 여당은 물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후보로 가야 될지까지 생각할 정도의 심각성”(원희룡 전 제주지사)이란 반응이 나왔다.

윤 전 총장은 어제도 “전두환 대통령을 찬양한다는 건 과도한 얘기”라며 “어느 정권이든 효과를 낸 것은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했다. 당시 김재익 청와대 경제수석이 ‘경제 대통령’ 역할을 한 것을 설명하려다 그랬다는 건데,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쿠데타와 5·18 외에도 전두환 정권의 문제점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등 민주화운동 탄압과 언론 통폐합 및 독재, 인권 유린과 비자금 조성 등 잘못한 게 차고도 넘친다. 이러니 윤 전 총장의 역사의식이 부족하다는 논란이 이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은 실언 후 해명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반복해 왔다. 대구를 찾아 “사람들이 ‘코로나19 초기 확산이 다른 지역이었다면 민란부터 일어났을 것’이라고 한다”고 말해 지역감정 논란을 낳았다. 주 52시간제를 비판하며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해 “하루 평균 17시간 일하라는 거냐”는 비난을 샀다. 대학생과 만난 자리에선 인문학 비하 논란이 일었다. 그때마다 윤 전 총장은 그런 취지가 아니라며 억울해 했지만 정치 언어와 공감 능력에 미숙하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정치인이 하는 일의 대부분은 사실상 말이다. 정책이나 법을 만들지만 그 과정에서도 국민의 마음을 읽고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게 일상이다. 정치인의 말은 철학과 비전을 드러내 국민을 설득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대선을 앞두고 TV토론을 하는 것도 국민이 각 후보의 언변을 보며 비전과 됨됨이를 판단하기 위함이다. 윤 전 총장은 조직 내에서 지휘하던 검찰총장과 정치의 영역이 다르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대통령이 모든 사안에 관여하는 것도 문제겠지만, 중요 어젠다만 관리하고 전문가에게 맡기겠다는 구상이 무조건 옳은 것도 아니다. 대통령은 이견이 있을 때 최종 결정을 해야 하는 데다 세계사적 흐름을 보는 식견이 있어야 적임자를 가려낼 수 있다. 말 한마디 한마디의 파급력이 엄청난 대통령에 도전한다면, 윤 전 총장은 실언의 고리부터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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