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슬 "빽차(에어볼)도 지수가 잡아주겠죠"

박린 입력 2021. 10. 21. 00:04 수정 2021. 10. 21.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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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제가 언니 오라고 꼬셨어요"
KB서 만난 여자농구 최고 스타들
박 "언니가 외곽에 있어 내가 편해"
강 "지수만 막으면 내게 공 뺏길 것"
24일 개막, KB·우리은행 양강 꼽혀
19일 KB금융그룹 천안연수원에서 만난 강이슬(왼쪽)과 박지수. 김민규 기자


“우리 슬 언니. 노란색이 이질감 없이 잘 어울리지 않아요?”

여자프로농구 청주 KB국민은행을 이끄는 센터 박지수(23)가 ‘대형 이적생’ 강이슬(27)과 함께하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2012년 부천 하나원큐에서 데뷔한 슈터 강이슬은 ‘슬테판 이슬(NBA 대표 슈터 스테판 커리에 빗댄 별명)’로 불릴 만큼 독보적인 득점력을 자랑한다. 강이슬은 2021~22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KB로 이적했다. 청록색 유니폼을 입다가 올 시즌 노란 KB 유니폼으로 바꿔 입었다.

강이슬은 “예전에 청주 KB 경기장에서 많이 졌다. 그래서 좋아하던 노란색이 싫어지려 했다. KB로 이적하니 유니폼도 노랗고, 체육관도 노랗고, 숙소까지 온통 노란색이다. 이제는 통장도 노란색 통장으로 바꿨다”며 웃었다.

KB는 지난 시즌 득점(22점)과 리바운드(15개) 1위 박지수를 보유하고도 준우승에 그쳤다. 올 시즌은 다르다. 골 밑에 박지수, 외곽에 강이슬이 있어 전력이 더 탄탄해졌다. 강이슬은 2017년부터 4시즌 연속 3점 슛 1위, 지난 시즌 경기당 3점 슛 2.46개, 18.2점을 올렸다.

박지수는 “슬 언니 생일(4월 5일)에 맞춰 ‘같이 뛰고 싶다. 언니가 필요하다’는 카카오톡과 생일 케이크를 보냈다. 내성적인 내가 이렇게 (표현)한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강이슬은 “지수 꼬임에 당했다. KB의 장점을 엄청나게 어필하더라. 대한민국에서 농구를 가장 잘하는 여자 선수가 뛰자고 하는데 누가 마다하겠는가”라며 웃었다.


2021~22시즌 여자프로농구 개막(24일)을 앞두고 여자농구연맹(WKBL)이 실시한 설문에서 미디어(84%), 선수(45%), 팬(40%) 모두 ‘올해의 예상 우승팀’으로 KB를 꼽았다. 강이슬은 “난 지금까지 플레이오프도 뛰어보지 못했다. 소속팀이 우승 후보로 뽑힌 게 처음이다. 사실 목표가 우승이라고 말한 것도 처음”이라고 어색해했다.

강이슬과 박지수 모두 KB의 대항마로 아산 우리은행을 꼽았다. “멤버가 장난 아니다”고 했다. 박혜진·박지현·김정은·최이샘·김소니아 등 우리은행 베스트5가 국가대표급이다. 박지현(21·1m83㎝)과 김소니아(28·1m77㎝)는 최근 인터뷰에서 “박지수를 막으려고 남자를 상대로 훈련했다. 리바운드는 키보다 자신감”이라고 도발했다. 공이 림에 맞는 순간 김소니아가 박지수에게 달라붙고, 박지현이 달려들어 볼을 따내겠다고 자신했다.

1m96㎝ 박지수는 “내가 두 명을 다 끌어 안아 버려야겠다”며 양팔로 포획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1m80㎝ 강이슬도 “나도 리바운드 잘 잡는다. 내가 병풍도 아니고…. 지수만 막다가 리바운드를 뺏길 것”이라고 거들었다.

19일 KB금융그룹 천안연수원에서 만난 박지수(왼쪽)와 강이슬. 김민규 기자


현재 여자농구에 외국인 선수가 없다 보니, 박지수는 골밑에서 2~3명에 둘러싸여 더블팀, 트리플팀을 당한다. 지난해까지는 외곽으로 공을 빼줘도 해결해줄 슈터가 KB에 없었다.

박지수는 “그래서 슬 언니가 왔으면 좋겠다고 한 거다. 나도 좀 ‘살고 보자’는 마음에(웃음). 슬 언니의 슛 타이밍이 워낙 빠르다. 혼자 놔두면 안 된다. 언니 덕분에 내게도 공간이 생기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강이슬도 “나도 3점슛 던질 때 마음이 더 편해졌다. 내가 ‘빽차(에어볼)’를 해도 지수가 다 잡아줄 것 같다. 서로 윈-윈할 것”이라고 했다.

19일 KB금융그룹 천안연수원에서 만난 강이슬(왼쪽)과 박지수. 김민규 기자


박지수에 대한 의존이 지나치게 크다는 게 KB의 약점이었다. 하나원큐 코치로 강이슬을 지도했던 김완수 감독이 올 시즌 KB 지휘봉을 새로 잡았다. 박지수는 “아직 ‘우당탕탕, 삐걱삐걱’ 하는데, 점점 좋아질 것 같다. 지난 시즌 대부분 세트 오펜스였는데, 올 시즌 주요 루트가 빠른 속공과 얼리 오펜스”라고 전했다. 강이슬은 무릎 통증이 있다. 박지수는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에서 시즌을 마치고 KB에 합류한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다.

강이슬은 “지수가 5분이라도 덜 뛰도록 해주겠다. 내가 한 발 더 뛰어서 ‘출출이’가 시즌을 마음 편하게 치를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박지수는 “내가 쉬지 않고 먹는다며 언니가 ‘출출이’라고 부른다. 슬 언니가 바리스타처럼 청포도 에이드와 아인슈페너(커피)까지 만들어준다. 든든하다”고 했다.

강이슬은 “우승이 목말라서 왔다. KB도 간절히 나를 원했다.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라고 했다. 박지수는 “내가 언니를 오라고 했으니 우승해야 한다. 내년 (항저우) 아시안게임도 있는데, 둘이 팀에서 손발을 맞추다 보면 대표팀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천안=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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