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엿새째 압수수색, 이재명·정진상 메일은 계속 제외

정유진 2021. 10. 2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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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귀국 직후 인천공항에서 체포됐던 남욱 변호사가 20일 새벽 구속영장 청구 없이 풀려났다. 이날 오후 남 변호사가 다시 조사받기 위해 서울 중앙지검에 출두하고 있다. [뉴시스]

해외도피 의혹을 받다가 전격 귀국해 검찰에 체포됐던 남욱 변호사가 구속영장 청구 없이 풀려났다. 성남시청에 대한 늑장 압수수색으로 비판받은 검찰은 끝내 시장실을 뒤지지 않은 데다 e메일 압수 대상에서도 이재명 경기지사를 제외했다. 이에 따라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 의지와 능력에 대한 불신의 시선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대장동 개발 의혹 핵심 관련자이자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 변호사를 20일 새벽 석방했다. 남 변호사는 사건이 터진 이후 미국으로 출국해 해외도피 의혹을 받다가 지난 18일 오전 5시 입국해 체포됐다. 남 변호사는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과 공모해 민간사업자가 대장동 개발 폭리를 취하도록 사업 구조를 짠 뒤 성남도시개발공사에 1000억원 이상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당연히 구속영장이 청구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그는 뜻밖에도 체포 영장으로 신병 확보가 가능한 48시간이 지난 뒤 제 발로 걸어서 검찰청을 빠져나갔다. 검찰 관계자는 “체포 시한 내에 충분히 수사가 이뤄지지 않아 일단 석방하는 것”이라며 “불구속 수사 방침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구속영장이 기각됐던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도 같은 날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혐의 소명 과정에서 난관에 부닥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검찰은 이미 김만배씨에 대해 청구한 영장이 기각되면서 한 차례 타격을 받은 상황이라 남 변호사의 신병도 확보하지 못할 경우 향후 수사를 낙관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진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남 변호사 석방과 관련해 “살다 살다 이런 엉터리 봐주기 수사는 처음”이라며 “꼬리 자르기 수사를 반복하는 검찰로는 진실 규명이 불가능한 만큼 특검 도입은 필연”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의 성남시청 압수수색 행태에 대해서도 비판과 원성이 커지고 있다. 본격 수사 개시 16일 만에야 ‘뒷북 압수수색’을 한 데다 시장실과 비서실은 계속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서다. 중앙지검 전담 수사팀은 지난 14일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을 근거로 15일 처음으로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했다. “지난달 26일 이정수 중앙지검장에게 성남시청을 포함해 모든 곳을 성역 없이 압수수색하라고 지시했다”는 김오수 총장의 발언에 따르면 지시 시점 기준 19일 만의 일이었다. 하지만 핵심 부서인 시장실과 비서실은 압수수색을 하지 않아 재차 눈총을 샀다. 전날과 이날 지속적으로 이뤄진 성남시청 후속 압수수색에서도 유독 이 두 공간은 뒤지지 않았다. 검찰은 특히 정보통신과에서 직원들의 e메일 기록을 집중적으로 압수했지만, 이 지사와 정진상 당시 정책비서관의 e메일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검찰 관계자는 “일부러 그렇게 한 건 아니며 앞으로도 안 하겠다는 건 아니다. (압수수색은) 수사 절차에 따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법조계 인사는 “최우선 수사 대상을 제외한 채 압수수색을 하는 건 처음 보는데, 새로운 방식의 ‘선택적 압수수색’ 같다”며 “수사 의지가 없는 건지, 능력이 없는 건지 모르겠지만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건 확실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김민중·정유진·최모란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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