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빛 바다 위 하얀 벽·파란 지붕.. '한국판 산토리니'

남호철 2021. 10. 20.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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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의 하와이' 충남 태안 가의도
충남 태안의 가의도를 남쪽에서 북쪽으로 내려다본 풍경. 최근 어촌뉴딜 사업을 마친 굿두말 마을의 하얀 벽과 파란 지붕이 그리스의 산토리니를 연상시킨다. 위 잘록한 능선 너머에 신장벌해수욕장이 자리하고, 오른쪽 멀리 안흥외항이 시야에 잡힌다.


충남 태안은 많은 섬을 지니고 있다. 크고 작은 섬들이 흩뿌려져 보석처럼 바다를 수놓는다. 그 가운데 가의도(賈誼島)는 면적 2.19㎢, 해안선 길이 10㎞의 조그만 섬이지만 보물 같은 풍경을 잔뜩 숨겨둔 자연의 보고(寶庫)다. ‘태안 8경’에 꼽힐 만큼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며 ‘서해의 하와이’로 소개되는 곳이다.

가의도는 안흥항에서 서쪽으로 5.5㎞가량 떨어진 태안 유일의 유인도다. ‘가의’란 이름을 가진 중국 사람이 이 섬에 유배와서 살아 그때부터 가의섬으로 불렀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가의’를 따라온 수행원만 남아 지금은 주씨 성을 가진 이들이 많다고 한다. 신진도에서 볼 때 서쪽 가장자리에 있어 가의섬이라고 불렀다는 설도 전해진다. 작은 섬에 뭐 특별한 게 있을까 싶지만 해수욕장, 기암괴석, 해식동굴 같은 볼거리가 산재해 있다.

가의도는 안흥외항에서 출발하는 게 가장 빠르다. 가의도로 가는 길에 안흥량이 있다. 강화도 손돌목, 진도 울돌목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물살이 거세기로 유명한 곳이다. 멀리 숫사자가 갈기를 날리며 앉아 있는 모양의 사자바위가 시야에 잡힌다. 가의도 북동쪽에 활처럼 휜 신장벌해수욕장 옆으로 독립문바위 등 독특한 바위가 줄지어 서 있다.

배가 도착하는 곳은 북항이다. ‘육쪽마늘 원산지’란 문구가 반긴다. 이 섬은 육쪽마늘 종구(種球) 생산지로 유명하다. 육쪽마늘이라면 충남 서산을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태안이 서산에서 분리되기 전에는 주로 태안에서 생산됐다고 한다. 가의도 씨마늘은 육지 마늘 농가에 보급된다.

선착장 바로 옆 소박한 규모의 몽돌해변은 작고 둥글납작한 돌과 에메랄드빛 바다로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마을로 연결된 길이 최근 새롭게 단장했다. 깔끔하게 채색된 도로 위에 육쪽마늘 등 가의도를 상징하는 그림이 박혀 있다. 집 벽과 지붕은 흰색과 파란색으로 칠해져 ‘한국판 산토리니’로 변모했다. ‘어촌뉴딜300 사업’의 결과다.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가면 ‘굿두말’마을이다. 길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그중 북항에서 남항으로 이어지는 전망대길은 섬의 절반을 뚝 잘라 가로질러 가는 길이다. 40여 가구의 가의도 주민은 대부분 육지와 가까운 북항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산다. 섬 곳곳에 마늘을 심어놓아 마늘밭 천지를 이루고 있다.

작은 고갯길 직전에 수령 500년가량 된 암은행나무 한 그루가 마을을 내려다보고 서 있다. ‘가의’가 가져다 심었다고 한다. 1996년 5월 태안군이 보호수로 지정했다. 높이 40m, 둘레 7m로 장정 10명이 둘러서 안아도 모자랄 만큼 크다. 바로 옆에는 ‘가의정’이란 정자가 있다. 굿두말 마을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남항 방파제 앞 에메랄드빛 바다 위에 떠있는 듯한 솔섬.


고갯길을 넘어 내리막길을 따라가면 멀리 작은 항구가 눈에 들어온다. 이 섬의 또 다른 항구인 남항이다. 파도가 거세 북항에 배를 대지 못할 때 사용하는 예비 항구다. 2010년 태풍 곤파스에 부서진 뒤 보수공사를 마친 방파제 위에 올라서면 바로 앞에 작은 솔섬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해 질 녘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다.

굿두말에서 반대쪽으로 가면 신장벌을 향하는 소솔길이 나온다. 소나무와 소사나무숲이 아름다운 탐방로 끝에 ‘서해의 하와이’ 신장벌해수욕장이 자리한다.

가의도를 떠나 안흥외항으로 들어오면 방파제 끝에 선 빨간 등대가 맞아준다. 안흥내항과 신진도를 잇는 안흥나래교는 갈매기 한 마리가 날아가는 듯한 형상의 길이 300m, 폭 3m 해상 인도교다. 낮에도 예쁘지만, 조명이 비치는 밤에 더 운치 있다.

안흥외항 방파제에서 본 일몰. 가의도(오른쪽)와 옹도(왼쪽 작은 섬) 사이로 해가 저물고 있다.


안흥내항 뒷산 언덕에 자리한 약 1.5㎞의 안흥성(안흥진성)은 1655년(조선 효종 6)에 축성했다. 동학혁명 때 성내 모든 건물이 소실되고 성곽이 무너졌다. 현재 동서남북 4개 문 가운데 서문인 수홍루와 성곽이 복원돼 있다. 남문 터 위에선 노을이 질 때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다.

여행메모
청산수목원·코리아플라워파크 ‘가을꽃’
만리포 전망타워·뭍닭섬… 새로운 명소

충남 태안군 근흥면 안흥내항에서 신진대교를 건너 신진도에 들어가면 안흥외항이 나온다. 안흥여객선유람선복합터미널에서 가의도행 여객선이 출발한다. 30분이면 가의도에 도착한다.

여객선은 하루 세 차례 오간다. 동계(10월~3월)에는 안흥외항에서 오전 8시 30분, 오후 1시 30분, 4시 30분, 가의도에서 오전 9시 5분, 오후 2시 5분, 5시 5분 출발한다. 왕복 요금은 어른 6200원이다.

청산수목원에 가면 이국적인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다. 팜파스그라스가 파란 하늘 아래 풍성하고 부드러운 베이지색 꽃을 자랑한다. 꽃지해수욕장 앞 코리아플라워파크에서는 오는 31일까지 가을꽃박람회가 열린다.

만리포 전망타워 너머로 펼쳐진 만리포해수욕장.


만리포해수욕장 남쪽 만리포 전망타워가 새로 들어섰다. 무료로 운영되는 높이 37.5m, 지름 15m 2층 규모의 타워를 오르면 만리포해수욕장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조명시설과 레이저쇼로 야경 명소로 자리 잡았다. 만리포 북쪽 뭍닭섬 탐방로는 바다와 울창한 송림, 낙조 등 낭만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가의도(태안)=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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