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뛰어 죄송" 손편지에..아래층 할아버지 놀라운 답장
아이가 만들어낸 층간소음으로 걱정이 된 윗집 엄마가 아랫집 할아버지와 나눈 따뜻한 손편지가 주위를 훈훈하게 만들고 있다.
20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너무 좋은 이웃을 만나 기분 좋아 살짝 올려봐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익명의 작성자 A씨는 활동적인 아이가 아랫집 이웃에 소음으로 피해를 주지 않을까 마음이 쓰여 손편지와 감을 아래층 문 앞에 뒀다.
A씨는 “얼마 전 친정에서 첫 감 수확을 했다. 아기가 쿵쾅거리고 주말마다 아기 친구들이 와도 한 번도 화내신 적 없는 아래층 할아버지께 올해도 감사하다는 손편지와 감을 들고 갔다”며 “아기 얼굴이라도 보여드릴 겸 문을 두드렸는데 안 계시더라. 문 앞에 살포시 놔두고 왔다”고 했다.
A씨가 문 앞에 두고 간 손편지에는 “아이가 한동안 아파서 병원에 있다가 퇴원을 하고 주말마다 친구들이 놀러와 시끄럽게 하는데도 2년간 한 번도 올라오지 않으시고, 오히려 ‘애들은 다 그런 것 아니겠느냐’는 너무 인자하신 말씀에 감동 받았어요. 좋은 주민분들을 만나 씩씩하고 바르게 클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올해 첫 수확한 감이에요. 맛있게 드셔주세요. 늘 감사합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리고 며칠 뒤 A씨는 집 앞에 놓인 아래층 할아버지의 손편지와 여러 개의 빵이 담긴 봉투를 발견했다. A씨는 “아래층 할아버지의 고마운 마음과 선물이 있었다”며 그날 받은 편지와 빵을 찍어 올렸다. 그는 “빵들도 요즘 젊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로 가득 들어 있었다”며 “할아버지께서 엄청 신경쓰고 고민하며 골라주셨구나 싶어 마음이 찡했다”고 했다.
할아버지가 두고 간 손편지에는 “○○엄마. 이름이 너무 정겹네요. 매번 감사합니다. 혼자 외롭게 사는 늙은이에게는 시끄러움도 위안이 된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A씨는 “저는 진짜 이웃 주민들을 잘 만난 것 같다”며 “평소에도 이웃 할아버지, 할머니, 이모, 삼촌들이 아이 인사받아주시고 안부도 물어봐 주시고 먹을 것도 나눠 먹어서 이곳은 삭막하지 않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무 좋은 이웃을 만나 아기가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 것 같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정겨운 이웃사촌”, “어르신이 글씨도 잘 쓰시고 배우신 분이다”, “윗집 아래집 모두 훌륭한 인성을 가지셨다”, “두 가정 모두 행복하길”, “각박한 사회에 보기 드문 좋은 소식이다”는 등의 댓글을 남겼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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