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마스크 vs 십자 차벽..민주노총 서대문 사거리 기습 집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총파업이 예고됐던 20일 오전 광화문 일대 등 서울 도심에는 경찰의 ‘십자 차벽’이 설치됐다. 총파업 선언식이 미신고 집회여서 어느 장소에서 시작돼 어디로 이동할지 예상할 수 없어서 만들어진 결과였다.
민주노총이 당초 광화문ㆍ서울광장에서 집회를 열 것이란 예상과 달리, 서대문 사거리를 택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이날 오전 11시쯤 2호선 을지로입구역에 모이기 시작했으나, 오후 1시 30분쯤 돌연 집결 장소를 변경했다. 시청 인근에 투입된 경찰 병력을 피해 장소를 옮긴 것으로 보인다.
오후 2시부터 서대문역 주변은 재집결한 조합원들로 교통이 마비됐다. 인근을 지나던 60대 김모씨는 “집회를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로 규모가 클 줄은 몰랐다”면서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모인 걸 보니, 코로나도 위험한데 꼭 시위를 했어야 했나 하는 의문이 든다”고 했다. 조합원들에게 둘러싸인 버스들은 오도가도 못한 채 발이 묶이기도 했다. 극심한 교통 혼잡은 약 1시간가량 이어져 오후 2시 50분쯤 해소됐다.
이날 집회에서는 ‘이중 마스크’가 자주 눈에 띄었다. 지난 7월 국민들로부터 받았던 ‘방역 위반 집회’ 비판을 의식한 탓인지 마스크에 페이스실드까지 이중으로 착용한 조합원이 많았다. 학교 급식ㆍ돌봄을 담당하는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는 방진복을 착용하기도 했다.
구속된 양경수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윤택근 수석부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우리는 지난 2월부터 5대 의제, 15대 요구안을 가지고 정부에 줄기차게 얘기했다”며 “그러나 정부는 아직까지 단 한 번의 대꾸가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총파업 투쟁을 통해 ▶비정규직 철폐 및 노동법 전면 개정 ▶코로나19 재난시기 해고금지 등 일자리 국가 보장 ▶국방예산 삭감 및 주택ㆍ의료ㆍ교육ㆍ돌봄 공공성 강화 등 3대 목표를 쟁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총파업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총 2만7000여명이 모였으며, 집회는 4시 30분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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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하나로 시민 전체 피해”
서울 주요시내는 오전부터 도로 혼잡ㆍ대중교통 이용 제한에 애꿎은 시민들의 피해가 이어졌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12시 30분부터 경찰청 요청에 따라 시청역, 광화문역, 종각역, 안국역, 경복궁역에서 열차를 무정차 통과했다.
백차은(45)씨는 “시청역 쪽에서 업무 미팅이 있는데 충정로역에 달랑 내려주면 알아서 걸어가라는 건가. 집회 하나로 이렇게 시민들에게 피해를 줘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며 “오늘 이런 불편이 있을 거란 걸 미리 알았더라면 미팅을 잡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운전자들도 불편을 호소했다. 택시기사 김모씨는 “오전부터 광화문쪽 교통이 막히고 있는데다 차벽 때문에 손님들 태우기가 불편하다”면서 “오늘은 강북으론 올라오지 않고 강남 쪽에서만 택시를 운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집회를 저지하기 위해 광화문 일대에 ‘십(十)자 차벽’을 설치하고, 오전 10시부터는 서울 도심으로 진입하는 차량 검문을 진행했다. 지역에서 온 80여개 부대를 포함, 총 171개 부대의 약 1만2000명이 집회 대응에 투입됐다.
경찰은 ‘불법시위 수사본부’를 편성해 수사에 착수했다. 추후 주최자 등에 대해 출석을 요구할 예정이다. 경찰은 “도심권에서 장시간 불법집회 및 행진을 강행한 집회 주최자는 물론 불법행위에 책임 있는 자들에 대하여 예외 없이 집시법 위반, 일반교통방해,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하여 신속ㆍ엄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보수성향 대학생 단체 ‘신전대협’은 이날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 윤택근 수석부위원장, 전종덕 사무총장을 감염병ㆍ집회시위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김태일 신전대협 의장은 “민주노총 총파업의 핵심 요구사항은 대부분 사업장 노사문제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는 문제들이며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정치 파업”이라며 “국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팬데믹 극복을 위해 협조하는 전 국민의 노력과 희생을 무시하는 불법 집회”라고 지적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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