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 의식 잃고 1명 극단선택, CCTV 없다..생수병 미스터리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 회사에서 발생한 '생수병 사건'이 미궁에 빠졌다. 회사 내부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되어있지 않아 사건 당시 전후 상황을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 발생 당일(18일) 오후 2시쯤 같은 팀에서 일하는 직장 동료 A와 B씨는 각자의 책상 위에 놓인 생수병에 담긴 물을 마시고 의식을 잃었다. 경찰은 이 생수병에 독극물이 들어있을 수 있다고 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약물감정을 의뢰했다. 국과수의 약물감정 결과는 약 일주일 뒤 나온다.
한팀서 2명은 의식 잃고, 1명은 극단선택
이들이 마신 생수는 회사에서 대량으로 구매해 비치한 것으로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개인용 생수병 크기다. 직원 A와 B씨는 물을 마시고 주변인에게 “물맛이 이상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이들은 경련을 일으키는 등 이상증세를 보이다 정신을 잃었다. A씨는 병원으로 향하는 구급차에서 의식을 잠시 회복했지만, 다시 경련을 일으켰다. 현재 A씨는 의식을 되찾아 퇴원했으며 B씨는 손발 마비 증상 등을 호소해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발생 하루 뒤(19일), 같은 회사 직원 C씨가 관악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모두 같은 팀에 소속된 직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C씨에게 타살 정황이 없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직원을 상대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경찰은 C씨가 무단결근을 했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C씨를 만나러 집을 찾았다가 현장을 발견했다.
한편 일부 언론에서는 C씨의 자택에서 독극물로 의심되는 물질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아직 감정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독극물 의심 물질이라고 말할 순 없다"고 말했다.
생수병 사건과 극단적 선택을 한 직원의 연관성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생수병이 어떤 식으로 직원들의 손에 들어가게 됐는지에 대해 동료 직원들을 불러 조사하고 있으며, 퇴원한 A씨에 대한 참고인 조사도 이뤄졌다.
독극물 테러, 살인·살인 미수·상해죄 혐의받을 수 있어
그런데 생수병 사건 발생 2주 전에 또 다른 직원이 음료수를 마시고 병원으로 실려 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독극물 테러’ 가능성도 점쳐진다. 국과수의 감정 결과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생수병에 독극물을 넣은 사람은 살인·살인 미수·상해죄의 혐의를 받게 된다. 경찰은 “3명이 모두 같은 독극물을 마신 건지는 검사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C씨의 사인도 부검을 통해 확인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2016년 발생한 ‘농약 사이다’ 사건이 대표적인 독극물 범죄다. 경북 상주시에 거주하는 박모(83)씨는 당시 마을회관에서 사이다에 농약을 몰래 타 할머니 2명을 숨지게 하고 4명을 중태에 빠뜨린 혐의(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박씨는 화투놀이를 하다 다툰 피해자들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마을회관 냉장고에 들어있던 사이다에 농약을 넣은 것으로 조사됐다.
박찬성 변호사(포항공대 인권자문)는 “수년 전에 발생했던 이른바 ‘농약사이다’ 사건과 마찬가지로 특정한 행위자가 누군가를 죽이려는 의도로 생수에 독을 타는 행위를 한 후 마시게끔 했다면 살인죄 적용이 가능하다”며 “다만 행위자가 이미 사망한 경우라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된다”고 설명했다.
최연수 기자 choi.yeonsu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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