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 돈 안 줘 서운?" 이재명 국감 벼른 野질문에 "하하하"

김기정 2021. 10. 2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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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오히려 국민들께 사과드리는 게 어떻겠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20일 국회 국토위의 경기도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발언이다.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한 민간업자들이 수천억 원대의 수익을 올린 것을 두고 이 후보는 “의원님이 소속한 당(국민의힘)의 선배들이 공공개발을 막아서 LH 포기시키고 성남시 포기시키고 강압해서, 민간개발 강요해서 결국 일부라도 (이익이) 민간에 가게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野 "화천대유 돈 안 줘서 서운한가", 李 "하하하"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틀 전 국회 행안위 국감에서처럼 이 후보의 이날 발언은 거침이 없었다. 정치권에선 “철저히 ‘을’의 모습을 보이던 여느 피감기관장과는 다른 모습”이란 평가가 나왔다.

다만 야당으로부터 “최강 빌런, 고담시의 조커를 능가한다”(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평가를 받았던 이 후보의 12차례 웃음소리는 이날 국감장에선 한 번만 들렸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화천대유에서 돈을 주지 않아서 서운했냐”는 질문에 이 후보는 소리 내 웃으며 “재밌는 이야기 잘 들었다”고 했다.

▶송 의원=“화천대유ㆍ천화동인 이익에 기여한 공로로서 소정의 대가를 받으셔야 되는 것 아니에요?”

▶이 후보=“바로 그겁니다. 안 주더라니까요.”

▶송 의원=“되게 서운하시죠?”

▶이 후보=“하하하.”

▶송 의원=“혹시 부인께서 서운해하지 않던가요?”

▶이 후보=“부정한 돈에 관심을 가져 본 일이 없습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대장동 개발을 공공의 탈을 쓴 개발이라고 주장하며 양의 탈을 쓴 개 인형을 만지고 있다. 뉴스1

송 의원은 앞선 오후 질의 때도 양의 탈을 쓴 강아지 인형을 들고나와 국감장이 잠시 정회소동을 빚기도 했다. 대장동 사업을 ‘양두구육(羊頭狗肉)’에 비유하려 ‘대똥이’로 이름 붙인 인형을 들고나온 것인데, “국감 분위기를 방해할 수 있는 피켓이나 물건은 가지고 오지 않도록 한다”는 여야 합의에 따라 송 의원이 인형을 도로 넣으면서 국감이 속개됐다.

이 후보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의 연관성을 캐묻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공세적으로 대응했다. “묻는대로 대답하라”(이종배 의원)는 질문에 “범죄인 취조하는 것도 아니고”라며 바로 대꾸하는 식이었다. 앞서 이 의원이 “유동규씨를 성남시설공단 기획본부장으로 임명할 당시 인사 지시하거나 개입한 적이 있느냐”고 물을 땐 이 후보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대답했다. 이에 이 의원이 “지시한 적 없단 말이죠?”라고 되묻자 이 후보는 “의원님은 10년 전 사안이 기억나십니까”라고 맞받았다.

“초과이익환수 조항을 넣자고 건의한 사람이 누구냐”며 수차례 질문을 퍼부은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엔 이 후보는 “이런 식으로 질문만 하고 공격만하고 답을 안 하면 앞으로는 아예 기관위임사무, 보조사업 외엔 아예 답변을 안하도록 할 생각”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김 의원의 질문에 답답한 듯 “허 참”이라고 대꾸하는 일도 있었다.

20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답변 시간에 대해 항의하자 조응천 감사반장이 초시계를 들어보이며 시간을 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후보의 공세적 답변 태도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도 감사반장인 조응천 의원은 대부분 국민의힘 의원의 주장을 일축하며 이 후보의 답변 시간을 보장해줬다. 박성민 의원 등이 “사회자”를 수차례 외치며 조 의원의 ‘편파 진행’을 주장했고, 이에 조 의원은 “지금 어디 지역행사합니까. 아까부터 계속 사회자라고 하네” “사회자요? 내가 뭐 엠씨입니까”고 맞받았다.

이날 국토위는 두 팀으로 나눠 서울시와 경기도를 각각 감사했다. 국민의힘 ‘대장동TF’ 위원장이기도 한 이헌승 국토위원장은 서울시, 민주당 간사인 조 의원은 경기도 국감 사회를 담당했다. 검사 출신인 조 의원은 이 후보와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다.

이날 경기도 국감은 오후 7시 10분 무렵 종료됐다. 야당 의원들은 질의를 계속하자고 주장했지만, 조 의원은 “여야가 합의가 안됐다"며 회의를 끝냈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관련 질문할 것이 많다”며 조 의원이 앉은 위원장석을 에워싸며 고성을 질렀지만, 감사 종료를 적극적으로 제지하진 않았다.

국감 종료 뒤 기자들과 만난 이 후보는 “가짜뉴스와 국민의힘의 정치적 선동 때문에 왜곡된 많은 사실이 제대로 많이 조정된 것 같다”며 “이제 제대로 실상을 이해하게 됐다는 점에서 기대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내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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