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최후 인터뷰 "김정은 작은 얼간이, 北 우리 적수 못 된다"
“나는 질병과 싸우며 단 하루의 삶도 잃지 않았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코로나19 합병증으로 별세한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의 생애 마지막 인터뷰는 이렇게 시작했다.
파월 전 장관은 미국에서 첫 흑인 합참의장이자 국가안보보좌관, 국무장관 등을 지내 ‘최초’라는 수식어를 몰고 다닌 인물이다. 다발성 골수종(혈액암의 일종)과 파킨슨병으로 투병해왔다. 워싱턴포스트(WP)의 부편집인 밥 우드워드(78)는 19일 “파월과 올해 7월 12일 42분 간 전화 인터뷰를 했다”고 밝혔다.
32년 인연 우드워드, 마지막 인터뷰
파월과 우드워드는 1989년 취재원(합참의장)과 기자로 처음 만났다. 파월 전 장관은 우드워드의 첫 인터뷰를 “부정확하지 않지만, 도움도 안 되는 인터뷰”로 회고록에 적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미국의 파나마 침공(1989년), 걸프전(1991년), 이라크전(2003년) 등을 거치며 인연을 이어왔다. 한 명은 역사의 행위자로, 다른 한 명은 역사의 관찰자로서였다. 우드워드 부편집인은 “이번 파월의 인터뷰는 약 50차례 인터뷰의 마지막이 됐다”고 밝혔다.
파월 전 장관은 이날 우드워드에게 “제발 나를 불쌍히 여기지 말아라. 내 나이(당시 84세)가 있다!”며 운을 뗐다. “나는 두 가지 질병과 싸우면서 단 하루의 삶도 잃지 않았다. 나는 건강하다”고 덧붙였다. 군인 출신 고위 공직자인 그는 마지막까지 꼿꼿함을 유지하고 싶어했다. 미국의 외교 안보 정책에 대해 조언했다.
“바이든의 아프간 철수 결정 옳아”
파월 전 장관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그 작은 얼간이(the little jerk)’라 부르며 휘둘리지 말 것을 강조했다. 그는 “어느 누가 우리가 다음 날 아침 그들을 파괴하지 않고 북한이 우리를 공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생각하겠느냐”면서 “이란도 마찬가지다. 이란과 북한은 우리의 적수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들은 충돌의 결과를 당해낼 수 없다. 우리가 두려워하겠는가”라면서다.
우드워드 부편집인이 “자살 공격을 하는 지도자도 있을 수 있다”며 반박하자 파월 전 장관은 “그럴 수도 있지만 중국이 북한과 우리가 전쟁을 시작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받았다. 파월 전 장관은 “중국은 북한을 사랑하고, 원한다. 하지만 나는 신경쓰지 않는다”며 “작은 얼간이(김정은)가 퍼레이드를 하게 둬라. 그게 자살 행위로 이어질 것이란 걸 그도 알기 때문에 결코 우리를 공격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결정한 것에 대해서도 그는 “결국 우리는 그곳에서 벗어나야 했다. 그만 끝내자”고 옹호했다. 파월 전 장관은 “아프간에는 자신의 조국을 위해 싸우고 죽을 의지가 있는 무수한 사람들이 있다”며 “우리가 10만 명의 미군을 수백으로 줄인다고 해서 그들을 이기리란 보장이 없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아프간 주둔은 2001년 9.11 테러가 남긴 오랜 그림자 가운데 하나였다. 공화당 내 온건파였던 파월 전 장관은 조지 W.부시 행정부에서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등 매파와 ‘테러와의 전쟁’으로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나 국무부 장관이었던 그는 2003년 이라크전 개시 이후에는 미국의 명분과 정당성을 전세계에 설파하는 역할을 맡았다.
“우리 아이들, 진실 어디서 얻을까 두려워”
인터뷰 말미에 우드워드 부편집인이 자신의 언론학 수업에서 한 학생이 “진실은 무엇을 이룩하는가(What does the truth accomplish)?”라는 질문을 했다고 전했다. 파월 전 장관은 이에 “두렵다. 그것이 우리 아이들이 말하고 생각하는 것이라면, 당신은 진심으로 나를 공포에 빠뜨렸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들이 어디서 진실을 얻을 것인가. 미디어에서?”라면서다.
그는 “트럼프는 재선되지 않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다”면서 “그는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 1월 6일(국회의사당 습격사건)은 끔찍했다”고 말했다. 지도자들이 앞장 서서 진실을 호도하는 세태에 대한 개탄이었다. 파월 전 장관은 공직 생활 대부분을 공화당 정부에서 보냈지만, 퇴임 이후에는 민주당 쪽을 지지해왔다.
우드워드 부편집인은 “당신에게 가장 위대한 남성, 여성 혹은 사람이 있느냐”고도 물었다. “꼭 지도자일 필요는 없다. 당신에게 도덕적 나침반, 모범이 되고, 진실에 관한 문제에 영향을 끼친 사람은 누구냐”는 질문이었다.
“알마 파월(그의 부인).” 망설임 없는 답이 돌아왔다. 파월 전 장관은 “우리는 58년 간 결혼 생활을 했다”며 “알마는 많은 것을 참고 견뎌왔고, 나를 위해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 나에게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거의 옳았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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