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 30년만에..日나가사키에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생긴다
일본 나가사키(長崎)에 '한국인 원자폭탄 희생자 위령비'가 세워진다. 재일 한국인들을 중심으로 건립이 추진된 지 30여년 만이다. 나가사키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건립위원회와 주(駐)후쿠오카 대한민국총영사관은 다음 달 6일 나가사키시 평화공원에서 위령비 제막식을 연다고 20일 발표했다.
태평양전쟁 말기인 1945년 8월 9일 나가사키시에 원자폭탄이 투하돼 약 7만4천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중 수천~1만명은 당시 일제에 의해 나가사키로 강제 동원된 조선인 노동자들로 추정된다.
다른 원폭 피해지인 히로시마시에는 1970년 한국인 원폭 희생자들을 위한 희생비가 세워졌지만, 나가사키에는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가 없었다.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위령비 건립이 추진됐으나 건립 방식에 대한 동포사회 내 견해차와 부지 확보 문제 등으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2011~2012년 한국원폭피해자협회와 후쿠오카총영사관이 나가사키시에 평화공원 내 건립 장소 제공을 요청했고 2013년에는 건립위원회가 발족했다.
그러나 나가사키시는 희생자 위령비에 적힐 비문 내용 등을 문제 삼으며 건립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당시 일본 내 우익들의 반대와 2015년 '메이지(明治) 일본 산업혁명 유산'의 세계문화유산 등록과 관련한 한·일 외교 갈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결국 건립위원회가 끈질기게 시 당국을 설득해 올해 3월 부지 제공 승인을 받았다. 지난달에는 비문 문구 등에 대한 협의도 끝났다.
위령비에는 나가사키시가 반대한 '강제 징용'이라는 문구 대신 '본인의 의사에 반해'라는 표현을 넣는 것으로 결정됐다. "태평양전쟁 말기에는 본인의 의사에 반해 노동자, 군인 및 군무원으로 징용, 동원되는 사례가 증가했다. 나가사키시와 주변 지역에 (조선인) 약 3만5천명이 거주하고 있었다. 1945년 8월 9일 나가사키시 상공에서 폭발한 원자폭탄은 약 7만4천명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갔다. 수천 명에서 1만명으로 추정되는 우리 동포도 목숨을 잃었다"는 내용이다.
후쿠오카총영사관은 "재일동포와 한국 정부의 오랜 염원이었던 이번 나가사키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건립을 통해 태평양전쟁 당시 원폭 투하로 희생된 한국인 영령을 재일동포뿐 아니라 나가사키를 방문하는 한국인이 자유롭게 추도할 수 있게 됐다"며 "전쟁과 피폭의 역사를 후세에 전달할 수 있는 소중한 징표를 마련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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