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전두환 발언 사과하자" 한밤 참모 권유에, 尹의 대답

현일훈 2021. 10. 20.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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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20일 ‘전두환 공과’ 발언 논란과 관련해 “전두환 전 대통령이 독재를 한 건 분명한 사실”이라며 “12·12 군사 쿠데타와 5·18 광주 학살은 그에 대한 정치 평가와 무관하게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도 “전두환이라는 이름 자체를 금기시하기보다는 역사를 통해 배울 건 배우는 게 맞다”는 입장은 고수했다. 전날 밤에도 “사과하자”는 참모들의 권유에, 윤 전 총장은 “발언 취지를 잘 설명하면 된다”고 거꾸로 이들을 설득했다고 캠프 관계자는 전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통화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처럼 과오가 많고 민주주의를 억압한 사람조차도 민생과 경제 문제에 대해선 뛰어난 실력자를 발탁했다는 걸 예로 든 것일 뿐”이라며 “독재한 전두환조차도 ‘이랬는데’라면서 문재인 정부의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 난맥상을 비교하는 게 임팩트가 있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이를 가지고 “망발”이라고 공격하는 홍준표 의원에 대해선 “홍 의원이야말로 2017년 ‘전두환 등의 뒤를 잇겠다’고 말했다. 그건 뭐냐”고 반문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일 대구시당에서 열린 국민캠프 대구 선대위 임명장 수여식에서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전 총장은 지난 19일 부산에서 “전두환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꽤 있다”고 말해 여야 모두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은 “절대 호남을 무시한 게 아니다. 나야말로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자고 말한 사람”이라며 “광주도 한(恨)을 넘어서야 한다. 5·18 정신을 이제 미래번영의 기폭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전두환 독재 정권 당시 대학생이었던 저는 12·12 모의재판에서 전두환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던 사람이다. 저의 역사의식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해명에도 캠프에는 호남지역 지지자를 중심으로 항의 문자메시지가 빗발치고 있다. 익명을 원한 캠프 관계자는 “김건희 X파일이나 손바닥 왕(王)자 논란 때보다도 지지자들의 동요가 크다”고 전했다. 호남 출신인 김경진 캠프 대외협력특보는 CBS 라디오에 나와 “윤 전 총장에게 광주로 내려가 사과하는 방안을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9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을 당원협의회를 방문해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윤 전 총장의 설화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캠프는 “윤 전 총장이 극단적 대비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김경진)고 방어하지만, 전문가들 분석은 달랐다. “훈련이 덜 된 정치 초보형 화법”이라고 진단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27년 검사를 한 후 훈련 없이 대중을 상대하다 보니, 사석에서나 할 법한 얘기를 그대로 마이크 잡고 떠드는 식의 정치 초보적 실수를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성진 이화여대 교수는 “그동안 편하게 얘기하는 와중에 ‘그건 좀 이상하지 않아’ 라는 반응을 겪어보지 못했던 것 같다. 훈련이 덜 된 상태에서 과거처럼 편히 발언하는 건 정치적 자살행위”라고 말했다.

정치 입문 후 ‘1일 1사고’라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도 좀처럼 나아지는 기미가 안 보이는 것을 두고 “캠프 차원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윤 전 총장 캠프 관계자는 “직함을 가진 참모가 250명에 육박하는데도, 사건이 터질 때마다 윤 전 총장 입만 바라보지 제대로 바른 소리를 하는 이가 안 보인다”고 말했다. 야당에선 '권성동·주호영·주광덕·정진석' 정도를 핵심 측근 그룹으로 인식한다. 윤 전 총장과 같은 60년생 동갑내기들이다. 이에, 보완 카드로 캠프 주변에선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책위원장의 캠프 등판론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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