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자동차·유통 등 5개 분야 '집중분석' TF 만든 까닭은?

정진호 2021. 10. 2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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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모빌리티·미디어·유통·금융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부터 가동한 ‘시장변화 대응 태스크포스(TF)‘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장 변화를 파악하겠다는 취지의 TF는 기존 산업의 틀을 깨고 빠르게 변하고 있는 5개 분야를 선정하고 분석에 들어갔다. 5개 산업 분야는 자동차, 모빌리티, 미디어ㆍ콘텐트, 유통, 금융이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한국소비자원·한국공정거래조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뉴스1
20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는 산업 전반에 걸쳐 공정거래법이나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등 관련 법안 개정과 내부지침 변화 필요성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변화 빠르다…위기의식 느낀 공정위


공정위는 자체적으로 모니터링과 업계 상황 등을 파악한 결과 5개 분야에서 가파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했다. 급진적인 변화가 나타날 경우 기존의 산업 규제 방식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해 이를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게 공정위의 위기의식이다.

전통 제조업 산업으로 분류되는 자동차 분야를 선정한 건 내연기관의 전기ㆍ수소차 전환을 대비해서다. 전기차는 엔진과 변속기가 필요 없고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부품이 40% 가량 줄어든다. 내연기관 자동차에는 3만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데 비해 전기차는 1만9000여개다.

공정위는 현대차 등에 수많은 중소업체가 부품을 납품하는 지금의 하도급 구조가 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 때문에 새로운 형태의 하도급 관계가 형성되거나 갑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5대 분야에 자동차를 선정했다.

지난달 14일 서울의 한 법인택시 회사 주차장에 운행 나갈 카카오택시들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또 미래형 이동수단과 공유경제 등의 확산으로 자동차를 포함한 모빌리티 산업의 근본적인 패러다임도 변화 조짐이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 14일엔 모빌리티 관련 교수 등 전문가 그룹과 2차 회의를 갖고 기존 운수업과 카카오택시와 같은 플랫폼의 차이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랫폼 모빌리티는 카카오택시나 쏘카가 대표적이다. 해외의 우버 사례처럼 플랫폼과 모빌리티의 결합이 기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플랫폼 기업결합 판단기준 등을 사전에 연구해야 한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시장 바뀌고, 경계 허물어져


미디어ㆍ콘텐트와 관련해 공정위는 통신과 방송, 엔터테인먼트 회사 간 결합에 주목한다. KT스카이라이프의 현대HCN 인수처럼 통신사업자가 유료방송과 결합하는 등 시장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고 본다. 이 때문에 기존 방식으로 경쟁제한성을 측정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미디어 분야의 특성을 분석하겠다는 방침이다. 21일 미디어 분야 전문가들과 첫 회의가 열린다.

유통은 이마트ㆍ롯데마트 등의 오프라인 매장 철수, 쿠팡ㆍ마켓컬리와 같은 플랫폼 성장에 대응하는 차원이다. 대규모유통업법이 있지만,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법안인 만큼 공정위는 유통업계 디지털 전환에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 카카오뱅크와 같은 모바일과 금융을 결합한 사업자와 기존 은행권과의 갈등 상황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공정위는 이를 위해 지난 8월31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진과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이들 5개 분야를 소개하면서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그때그때 발생하는 경쟁 및 공정거래 이슈에 대응하는 것을 넘어 ▶플랫폼 생태계 동향과 산업 융복합화 추이 ▶빅테크 기업의 복합지배력 구축 및 남용 우려 등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을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소 규제 원칙…국내 실정맞는 제도 필요”


서울 시내 물류센터에 주차된 쿠팡 배송 차들. 연합뉴스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공정위가 이처럼 별도의 TF를 만들어 해당 산업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공정위는 분야별로 관련 있는 부서에서 모니터링 작업을 주도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자동차 분야는 하도급 감시ㆍ감독 업무를 하는 기업거래정책국에서 담당하는 식이다. 올해 말까지 TF 활동을 마무리하고 보고서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카카오ㆍ네이버 등 온라인 플랫폼 제재처럼 공정위가 다른 분야에서도 전면에 나서 '칼'을 대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최소한의 규제를 한다는 게 원칙"이라며 “국내외 인수합병(M&A) 사례를 점검하고, 선진 경쟁당국 규제동향을 모니터링하면서 국내 실정에 맞는 제도적 기반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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