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북 SLBM에 왜 '도발' 규정 못하나..가스라이팅 당했나"

정진우 2021. 10. 20. 16:0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이튿날인 2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에선 정부의 미온적 대응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미사일 발사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도발’로 규정하지 않는 입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청와대는 전날 북한의 SLBM 발사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개최했으나 입장문엔 ‘도발’이나 ‘규탄’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은 채 “깊은 유감”만 표했다.


"김여정 경고 후 '도발' 단어 실종"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한국 정부가 북한의 잘못된 도발을 도발이라고 분명하게 지적하고 규탄하지 않으면 북한의 행동을 정당화시켜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조선 시대 때는 서자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다”고 ‘호부호형(呼父呼兄)’ 금지에 비유하며 꼬집기도 했다.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 역시 “북한의 김여정 부부장이 ‘도발’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라고 했고 실제 이후 정부 발표에서 도발이라는 단어가 실종됐다”며 “한국 정부가 북한의 가스라이팅 전략에 말려들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한반도 상황을 조금 더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북·미 대화의 조기 재개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말을 아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북한이 최근 4년간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하며 이에 대한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북한의 나쁜 행동에 대해선 보상하지 않는다는 원칙 하에선, 바람직한 행동에 대해선 보상을 해야 한다는 게 반대 논리로 성립한다”며 대북 현물 지원과 개성공단 재가동 등을 보상으로 제안했다.

이와 관련, 정의용 장관은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를 검토해야 한다는 기존의 주장을 반복했다. 그는 “북한이 더 이상 핵ㆍ미사일 능력을 발전하지 못하도록 어떤 조치를 조속히 취해야 한다고 본다”며 “그 방안 중에 제재 완화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이)대화에 나와야 (제재 완화의)검토, 협의가 가능하다”면서다.

"美 마지못해 종전선언 협의 응해"

2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정의용 외교부 장관에게 임기 말 종전선언 추진을 둘러싼 우려를 제기했다. [국회방송 캡쳐]

이날 국감에선 최근 문재인 정부가 주력하고 있는 종전선언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 임기가 몇 개월 남지 않은 시점에서 한국의 외교력을 종전선언에 몰두하고 있다”며 “(종전선언처럼) 중차대한 문제는 다음 정부에게 공간을 남겨주는 것이 더 현명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박진 국민의힘 의원 역시 “미주 지역 대사관에 대한 국정감사를 통해 파악한 바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이 종전선언에 자꾸 매달리니 마지못해 협의에 응하는 모습”이라며 “하지만 실제론 미국이 (종전선언에) 대단히 신중하고 회의적인 생각을 가진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의용 장관은 현 정부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종전선언 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특히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불가역적인 상황까지 진전시키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정 장관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현 정부가 절대로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현 정부의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돌이킬 수 없는 단계까지 발전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北 비핵화 의지" 검증 나선 野


2018년 3월 특사단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한 정의용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있다. 정 장관은 당시 김 위원장과의 접견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TV]
정부가 강조해온 북한의 '비핵화 의지'도 도마에 올랐다. 앞서 정 장관은 2018년 3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재직 중 대북 특사단 자격으로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직접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자신에게 “비핵화 목표는 선대의 유훈이다. 선대의 유훈엔 변함이 없다”고 직접 언급했다는 점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에 따라 당시 방북 결과 언론 발표문엔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내용이 담겼고, 이는 북·미 및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결정적 배경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최근 북한은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한 징후가 포착되는 등 정 장관이 강조한 '비핵화 의지'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핵 무력 강화에 몰두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진석 의원은 “(2018년) 장관님이 평양에서 김정은을 직접 대면해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고 했다”며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비핵화 진전은커녕 북한을 핵무장을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많은 국민이 장관님이 김정은의 비핵화 관련 입장을 잘못 이해한 것은 아닌지, 김정은에게 속아 넘어간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