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우드먼-YGX의 퇴장, 어른답게 댄서답게
[이준목 기자]
▲ Mnet(엠넷) 예능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한 장면. |
ⓒ Mnet |
Mnet(엠넷) 예능 <스트릿 우먼 파이터>(아래 스우파)의 파이널 무대에 진출할 최종 크루 4팀이 확정됐다. 19일 방송된 <스우파> 8회에서는 지난주에 이어서 '맨 오브 우먼' 미션의 무대와 세미파이널의 최종 결과가 공개됐다.
'맨오브 우먼'의 심사위원 점수에서 코카앤버터(292점)가 1위를 차지했다. 홀리뱅(289), 라치카(286점), 훅(286점), 프라우드먼(276점)이 그 뒤를 이었고 YGX(274점)가 최하위를 기록했다. 그간 단체미션에서 부진했던 코카앤버터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리더 리헤이는 "그동안 고민하고 도망가고 싶었던 복잡한 감정들을 치유받는 기분이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프라우드먼과 YGX의 멋있는 퇴장
모든 크루들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신곡안무창작' 미션과 '맨 오브 우먼' 미션을 합산한 세미파이널의 결과가 공개됐다. 상위 3팀까지 파이널에 직행, 4위와 5위는 파이널 진출을 걸고 배틀, 최하위인 6위는 바로 탈락하는 운명이었다. 안무창작미션에서 1등을 차지한 YGX와 글로벌 대중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훅은 100점의 가산점을 받았다.
두 번의 세미파이널 미션을 합산한 최종결과에서는 훅이 1위를 차지했다. 2위 홀리뱅, 3위 코카앤버터가 뒤를 이었다. 하지만 6위를 차지한 프라우드먼은 탈락이 확정됐다. 4, 5위를 차지한 YGX와 라치카가 최종 배틀에서 맞붙게 됐다.
1라운드 단체전과 3라운드 리더 배틀에서 YGX가 승리하며 2-1로 앞서나가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듯했다. 하지만 라치카가 4라운드 2대 2 배틀에게 이기며 승부를 다시 원점으로 돌렸고, 마지막 5라운드에서는 피넛이 여진에게 완승하여 3대 2로 극적인 역전승에 성공했다. 이로써 라치카는 2회 연속 탈락배틀에서 생존하는 '불사조'의 면모를 과시하며 파이널 무대에 진출한 마지막 크루가 됐다. 양팀 멤버들은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고생한 서로를 다독이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프라우드먼과 YGX는 파이널 문턱에서 나란히 고배를 마시게 되었지만 멋있는 퇴장의 모범을 보여줬다. 프라우드먼의 리더 모니카는 "어떤 결과가 나와도 거기에 책임을 지고 그 무게를 견디는 게 '어른'이다. 그 순간을 제대로 살아보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우리 모두 어른이 됩시다"라고 이야기했다. 프라우드먼이 <스우파>라는 프로그램에 임해왔던 자세를 함축하는 표현이다.
모니카는 프라우드먼의 최종 탈락이 확정된 후 눈물을 흘리면서도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응원해주신 분들께 죄송하다. 제가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 저는 오늘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제가 있는 곳으로 돌아갈 뿐이다. 제 본업으로 돌아가서 저를 지금까지 만들어줬던 사람들에게 그 덕을 돌려주면서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 Mnet(엠넷) 예능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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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우드먼은 어쩌면 <스우파>에서 가장 호불호가 갈렸던 팀이다. 뛰어난 기량과 경력, 무대 완성도는 모두가 인정했지만, 리더인 모니카를 중심으로 댄서로서의 자의식이 강하여 좀처럼 대중성과 쉽게 타협하지 않으려는 '마이 웨이' 성향이 두드러졌다. 모니카는 <스우파> 출연자 중 맏언니인데다 프라우드먼에서도 '마치 교수가 학생들을 이끌 듯' 팀의 색깔과 방향성을 혼자 주도하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서바이벌 미션의 성적에도 영향을 미치며 결국 파이널 진출에 실패하는 빌미로 이어졌다.
모니카는 거침없는 소신 발언으로도 여러 차례 화제가 됐다. '메가 크루미션'에서 다른 크루들이 유명 셀럽들을 섭외하는 것을 두고 "댄서로서의 자부심이 없냐"며 일침을 놓기도 했다. 미모로 화제가 된 웨이비 노제에게 "저 외모가 아니었다면 댄서로서 경쟁력이 있었을까" 등의 발언으로 '꼰대', '여자 최민수'라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모니카의 '댄서부심'이야말로 바로 <스우파>라는 무대에는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기도 했다. <스우파>의 주인공은 댄서들이었고 그동안 무대 뒤에서 다른 아티스트들을 빛내주는 조연에만 머물렀던 댄서들이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모니카의 주장은 결코 틀린 것이 아니었다.
프라우드먼의 개성이 가장 빛을 발한 것이 바로 세미파이널이었다. 안무창작미션에서 다른 크루들이 모두 '백댄서' 역할에 익숙한 습성상 원곡 가수인 제시의 취향에 맞춰 흉내내기와 따라잡기에만 급급할 당시, 프라우드먼은 유일하게 자객 코스프레를 하고 동양적인 분위기의 안무를 선보였다.
모니카 역시 제시와 협업한 경험과 친분이 있는 만큼 가수의 취향을 몰랐을 리는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시가 잘할 수 있는' 안무가 아니라 '제시가 이런 콘셉트도 따라와보면 어떨까'라고 제안하는 안무를 선보인 크루는 오직 프라우드먼 밖에 없었다. 이는 댄서가 주인공이 되어야 할 <스우파> 무대를, 뜬금없는 안무창작미션으로 댄서들을 또다시 '가수를 위한 백댄서' 무대로 변질시킨 제작진을 향하여 프라우드먼다운 방식으로 날린 일침이기도 했다.
프라우드먼은 세미파이널 2차전인 '맨 오브 우먼'에서도 '여성선언문'이라는 주제로 차별화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다른 크루와 달리 남성 댄서는 드랙퀸 전문 퍼포머인 캼 한 명밖에 섭외하지 않았고, 1분 30초의 무대 안에 메시지를 담아내기에는 어렵고 난해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고 대중투표의 조회수까지 의식했다면 전략적으로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심사위원 보아도 "프라우드먼의 무대는 항상 딥(Deep)하다"라며 무대 완성도를 극찬하면서도 의미심장한 평가를 남겼다.
결국 미션의 승리에 집착하기보다 댄서로서의 '자기 표현과 예술성'을 고집한 결과였다. 하지만 프라우드먼과 모니카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스우파>는 훨씬 더 단조롭고 지루한 무대가 되었을 것이다.
▲ Mnet(엠넷) 예능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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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X는 모든 면에서 프라우드먼과는 대조적인 위치에 있는 팀이었다. 리더인 리정은 8팀의 크루를 통틀어 가장 어린 리더였고, 최근 핫한 K팝 안무가들과 국가대표 비걸 등으로 구성된 YGX는 가장 트렌디한 대중성에 가까운 팀으로 꼽혔다. 오히려 그로 인하여 일정 부분은 저평가를 받은 측면도 있다.
YGX는 자신의 생각과 열망을 순수하게 드러내는 데 익숙한 MZ세대의 감성을 잘 보여준 팀이었다. 그들에게 서바이벌은 고통스럽고 힘든 경쟁이기 전에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즐거운 놀이'에 가까웠다. YGX는 첫 회부터 쟁쟁한 선배 댄서들을 상대로 주눅들지 않고 매순간 당당하게 도전하는 패기를 선보였다. 각 미션의 룰과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최대한 유리하게 이용하는 영악한 면모도 보여줬다.
각자 리더의 비중이 크거나 멤버들의 기량편차가 있었던 다른 크루와 달리, 멤버들 각자의 실력과 팀워크, 소통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구멍이 없을 만큼 탄탄했다. 리정은 <스우파> 무대를 떠나면서 "댄서로서의 여운이 길게 남을 것 같은 경험이었다. 나의 스물 네 살은 스우파였다. 제가 영보스라는 수식어를 얻을 수 있었던 건 우리 멤버들 덕분이다. 우리는 다섯 명 모두가 리더였다"며 멤버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지효는 "한때는 결승을 가야만 증명할 수 있다는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 누구도 매순간에 최선이 아니었고 진심이 아니었던 적이 없었다. 그거면 됐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YGX 멤버들은 서로의 손을 맞잡고 "졌지만 잘싸웠다"고 서로를 격려하며 훈훈하게 마감했다. 이 역시 패배조차 성숙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젊은 크루만의 감수성을 보여준 장면이다.
프라우드먼과 YGX는 아쉽게 파이널에 오르지 못하고 무대를 떠나게 되었지만 끝나는 순간까지 그들이 다짐한 대로 '어른답게', 그리고 '댄서답게' 마무리했다. 시청자들이 <스우파>를 사랑하는 이유도 그들의 순위가 아니라 이처럼 댄서들이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진심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살아남은 4팀의 크루는 오는 26일 생방송을 통하여 최후의 우승팀을 가리는 미션만을 남겨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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