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으로 돌아가고파" 그녀의 과격하고 무모한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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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대 사람이 아닌 이념과 체제를 들이대는 순간 모든 화해의 가능성은 사라질 것이다.
같은 나라 출신임에도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한 영화에 등장하도록 한 것은 그만큼 영화의 질감을 풍부하게 한다.
더불어 외국인 협력 스태프가 담아온 북한 평양의 김련희씨 가족의 모습이 없었다면 매우 아쉬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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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필 기자]
▲ 다큐멘터리 영화 <그림자 꽃> 관련 이미지. |
ⓒ 엣나인필름 |
사람 대 사람이 아닌 이념과 체제를 들이대는 순간 모든 화해의 가능성은 사라질 것이다. 이 단순한 진리를 다들 알고 있음에도 분단된 한반도에서만큼은 쉽사리 통하질 않는다. 포로 귀환 문제, 간첩 조작 사건 등 그간 여러 다큐멘터리가 이런 현실을 조명했고, 이승준 감독의 신작 <그림자 꽃> 또한 그 연장선에 있다.
이 영화가 조금 다른 점은 주인공이 전쟁의 피해자나 정치적 희생자라기보다는 생계형 억류자라는 데 있다. 평양시민 김련희씨는 지병을 치료하고자 2011년 중국의 친척집을 방문했다가 거액의 병원비를 치러야 했고, 브로커 말만 믿고 돈을 벌기 위해 남한에 들어왔다가 현재까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상 김련희씨는 대한민국 국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협박과 회유에 결국 남한을 자의적으로 찾아왔다고 진술했지만, 그게 빌미가 돼 자신의 가족이 있는 평양으로 떠나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영화는 보호관찰자 신분으로 전락한 김련희씨의 지난 5년의 모습을 담고 있다. 주변 활동가들의 도움으로 기자회견도 해보고, 베트남 대사관에 들어가 망명 신청을 하거나 평창 올림픽 때 직접 북한선수단을 만나려 몸을 들이밀기도 했다.
▲ 다큐멘터리 영화 <그림자 꽃> 관련 이미지. |
ⓒ 엣나인필름 |
▲ 다큐멘터리 영화 <그림자 꽃> 관련 이미지. |
ⓒ 엣나인필름 |
이승준 감독은 "일간지 신문을 보고 김씨 이야기를 알게 됐다.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을 것 같아 카메라를 들었다"며 "법적으로는 대한민국 국민이 됐지만 정체성은 아니다. 그 다름을 담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힌 바 있다. 감독 말대로 어떤 관점에서 보면 김련희씨의 행동은 마냥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주변에선 일자리가 있고, 보금자리가 생겼기에 나름 삶의 터전을 꾸리라고 권고하지만 그건 김씨에겐 또 하나의 폭력으로 다가올 뿐이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넘어 온 이유 또한 영화만을 봐서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가족과 떨어질 것을 예상했을 텐데 어떻게 브로커 말만 듣고 행동에 옮길 수 있었을까. 이런 의문이 드는 찰나 김련희씨가 자신을 스스로 소개하는 대목에서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평범한 북한 아줌마'라는 수식어 말이다. 우리네 보통 서민들이 가족만을 바라보며 살 듯 김씨 또한 그럴 수 있다는 상상력이 중요해 보인다. 정치적, 경제적 전문 지식은 이들에겐 삶의 필수 요소는 아니니 말이다.
김련희씨는 장기 비전향자인 또다른 북한 동포를 만나기도 하고, 북한을 자발적으로 떠나 한국에 정착한 새터민들도 만난다. 같은 나라 출신임에도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한 영화에 등장하도록 한 것은 그만큼 영화의 질감을 풍부하게 한다. 더불어 외국인 협력 스태프가 담아온 북한 평양의 김련희씨 가족의 모습이 없었다면 매우 아쉬웠을 것이다. 홀로 밥을 먹곤 하는 김련희씨와 평양에서 옹기종기 모여 밥을 먹는 그의 가족들 모습이 대비되는 장면이 애잔하게 다가온다.
평점: ★★★☆(3.5/5)
영화 <그림자 꽃> 관련 정보 |
감독: 이승준 제작: 블루버드픽처스 배급: 엣나인필름 러닝타임: 108분 관람등급: 12세 이상 고날마가 개봉: 2021년 10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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