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뒤끝 "파월 죽음, 가짜뉴스들이 너무 아름답게 다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콜린 파월의 죽음을 언론이 너무 호의적으로 다룬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흑인 최초로 미 국무장관과 합참의장을 지낸 파월 전 장관은 코로나19 감염 합병증으로 전날 별세했다.
정파를 초월해 전·현직 대통령들이 파월의 삶과 업적을 기리는 추모사를 내고, 미 정치권에서 애도 물결이 이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같은 성명은 파장을 낳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성명에서 "이라크에서 큰 실수를 저질렀고, 소위 대량살상무기(WMD)로 유명한 콜린 파월의 죽음이 가짜 뉴스 미디어에 의해 너무 아름답게 다뤄지는 상황을 보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언젠가 내게도 그런 일이 일어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또 파월 전 장관을 '이름뿐인 공화당원'을 뜻하는 "전형적인 '리노'(RINO·Republican in name only)"라고 칭한 뒤 "항상 다른 공화당원들을 가장 먼저 공격했다. 그는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 하지만 어쨌든 편히 쉬길 바란다"고 마무리했다.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 시절 이라크전을 주도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파월 전 장관을 비판했었다. 트럼프가 언급한 "이라크에서의 실수"는 파월이 2003년 국무장관 당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어서 미국이 선제공격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연설한 일을 말한다. 백악관의 정보에 기초한 연설이었지만, 추후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지 않았던 것이 드러나 이 연설은 파월의 경력에 오점이 됐다.
다만 트럼프 지적과 달리 미 언론도 베트남전과 걸프전에서 공을 세우고 인종 장벽을 넘어 미 외교사에 기여한 파월의 공로와 별개로 유엔 연설이 과오란 점을 지적하고 있다. ABC뉴스는 "파월은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군인 중 한 명"이라면서도 "파월의 유엔 연설은 미국의 세계적인 명성을 실추시켰다"고 평했다. CNN도 "그는 삶의 대부분을 국가에 바친 사람"이라고 했지만, "이라크전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 그의 주장이 그의 유산에 오점인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했다.
파월 본인도 생전 인터뷰를 통해 "이는 오점이고, 항상 내 경력의 일부가 될 것이다. 고통스럽다"고 토로하거나 "내 부음 기사의 첫 문장에는 안보리 연설 내용이 담겨야 한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파월에 대한 트럼프의 이같은 비판 성명에는 사적인 감정도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파월은 공화당 정권 때 요직을 거쳤지만, 공직 퇴임 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 2008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인 버락 오바마를 지지했고,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로 출마했던 2016년 대선에선 힐러리 클린턴을, 2020년 대선에선 조 바이든을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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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언론, 정치권 트럼프 성명에 "품격없다"
미 언론과 정치권에선 트럼프의 이번 성명에 대해 "도가 지나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CNN은 "트럼프는 파월의 죽음을 복수할 기회로 본 것 같다"며 "이는 한 마디로 품격이 없다. 트럼프가 어느 역대 대통령보다 군을 더 사랑한다고 거듭 강조해온 것도 거짓말"이라고 꼬집었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미 공화당에서 대표적인 '반(反) 트럼프' 인사인 리즈 체니 공화당 하원의원은 파월에 대한 트럼프의 성명에 대해 "한심한 쓰레기"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소속의 필 머피 뉴저지 주지사는 "트럼프가 지금까지 한 말 중 가장 나쁘고 비열하다"고 했다.
한편 파월 전 장관이 백신 접종 완료 후 코로나19에 돌파감염돼 합병증으로 사망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19일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미 국토안보부 장관이 백신 접종을 완료했으나 코로나19에 돌파감염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국토안보부 대변인은 "마요르카스 장관이 오늘 아침 해외 출장에 앞선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며 "증상은 경미하다"고 밝혔다. 파월의 경우 다발성 골수종과 파킨슨병을 앓아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였다고 외신은 전했다.
임선영기자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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