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견딘 어린 빌리들, 가혹할 정도의 여정이었지만.."
[박현광, 이정민 기자]
▲ '빌리 엘리어트' 꿈을 향한 춤 전강혁과 조정근 배우가 19일 오후 서울 구로구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프레스콜에서 주요 장면이 시연되고 있다. <빌리 엘리어트>는 80년대 광부 대파업 시기의 영국 북부 탄광촌을 배경으로, 복싱 수업 중 우연히 접한 발레를 통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한 '빌리'가 꿈을 위해 역경에 맞서 싸우는 여정을 그린 뮤지컬이다. 22년 2월 2일까지 공연. |
ⓒ 이정민 |
지난 19일 오후 서울 대성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프레스콜에서 주인공 빌리의 아빠를 연기하는 조정권 배우가 한 말이다. <빌리 엘리어트>는 1980년대 광부 대파업 시기의 영국 북부 탄광촌을 배경으로, 복싱 수업 중 우연히 접한 발레에 재능을 발견한 '빌리'가 꿈을 위해 역경을 이겨내는 과정을 담았다. 영국 사회 최하위계층에 속한 광부의 아들인 빌리가 상류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발레를 통해 꿈을 펼친다는 점에서 갈수록 양극화하고 있는 21세기 한국 사회에 울림을 전한다.
이날 프레스콜에는 빌리 역을 맡은 4명의 배우 이우진, 주현준, 김시훈, 전강혁 외에도 윌킨슨 역의 최정원, 김영주 배우, 할머니 역의 박정자 배우, 아빠 역의 최명경, 조정권 배우 등이 참석했다.
여전한 감동, 희생과 연대
<빌리 엘리어트>엔 몇 가지 관전 포인트가 있다. 하나는 희생이다. 탄광촌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강인해져야 한다는 걸 알고 있는 빌리의 아빠. 그는 탄광촌 파업으로 생계가 어려운 와중에도 빌리에게 복싱 수업료 50센트를 건넨다. 아들이 복싱이 아닌 발레를 한다는 걸 알았을 땐 분노하지만 빌리의 몸짓을 본 뒤 진정한 희생에 나선다. 파업에 한참인 동료들을 뒤로 한 채 돈을 벌기 위해 탄광으로 향한 것이다. 이를 말리러 온 빌리의 형이자 첫째 아들에게 그는 "우린 이미 끝난 인생이야. 그 애에게 기회라도 주자"고 말한다.
▲ '빌리 엘리어트' 4년 만에 돌아온 무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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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이 뮤지컬은 한국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사랑을 받았다. 서울 대성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2021 <빌리 엘리어트>는 2010년 국내 초연과 2017년 재연에 이어 4년 만에 세 번째로 선보이는 무대다. 이 공연을 접하는 건 쉽지 않다. 주인공 빌리 역을 맡은 10대 초반 배우들이 곧 변성기를 겪어 다음 시즌에 교체되기 때문이다. 현재 빌리 역에 캐스팅된 배우는 4명(이우진, 주현준, 김시훈, 전강혁)으로 모두 2009~2010년생이다.
뮤지컬 제작사는 공연이 끝난 다음 해 또 다른 빌리를 찾는 오디션을 연다. 빌리를 발견하면 1년 6개월 동안 발레, 아크로바틱, 노래, 연기 등을 훈련하게 해 무대를 올린다.
이날 프레스콜에서도 2017년에 이어 두 번째로 빌리 할머니 역을 맡은 박정자 배우가 빌리 역의 전강혁군에게 "빌리야, 할머니가 다음에도 할머니 역을 맡을 수 있을까?"라고 물은 뒤 "우리 강혁이는 다음에 빌리를 못 하지?"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 '빌리 엘리어트' 흥겨운 여정의 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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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올린 뮤지컬이지만, 최근 구성원의 코로나19 확진으로 2주 동안 공연을 중단해야 하는 부침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전화위복이라고 해야 할까. 2주의 휴식은 오히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10대 초반 빌리들의 능력을 끌어올렸다.
빌리 역의 주현준군은 "자가 격리를 끝내고 공연의 소중함을 느끼는 동시에 공연 때 감정을 더 잘 표현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라면서 "빌리가 박스 안에 갇혀 있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집에 갇혀 있는 것과 똑같으니까 한 단계 올려서 표현할 수 있었다"라고 답했다.
같은 빌리 역의 이우진군 또한 "무대를 한 걸음 한 걸음 밟을 때마다 소중한 느낌을 받는다"라며 "쉬면서 피로도 풀리고 그러니까 조금 더 제 몸이 튼튼해진 것 같아 공연도 잘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박명성 빌리 엘리어트 프로듀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아역 배우들을 훈련시키는 데 큰 애를 먹었다"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1만 시간의 법칙을 온몸으로 보여준 4명의 빌리들, 수백 명의 헌신을 보여준 스태프들이 앙상블을 이뤄 완성도 높은 무대를 만들었다고 자부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작품을 관람한 수많은 어린아이들이 우리 미래 공연계의 희망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이 작품을 계속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라며 "탄탄한 앙상블로 끝날 때까지 좋은 작품을 보여드리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 '빌리 엘리어트' 박정자 박정자 배우가 19일 오후 서울 구로구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프레스콜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빌리 엘리어트>는 80년대 광부 대파업 시기의 영국 북부 탄광촌을 배경으로, 복싱 수업 중 우연히 접한 발레를 통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한 '빌리'가 꿈을 위해 역경에 맞서 싸우는 여정을 그린 뮤지컬이다. 22년 2월 2일까지 공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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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리 엘리어트' 꿈을 위해 파이팅! 최정원, 박정자, 김영주, 김시훈, 이우진, 전강혁, 주현준 배우들이 19일 오후 서울 구로구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프레스콜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빌리 엘리어트>는 80년대 광부 대파업 시기의 영국 북부 탄광촌을 배경으로, 복싱 수업 중 우연히 접한 발레를 통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한 '빌리'가 꿈을 위해 역경에 맞서 싸우는 여정을 그린 뮤지컬이다. 22년 2월 2일까지 공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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