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대박에도 책임 회피.. "넷플릭스 수익 부당"
[성하훈 기자]
▲ 영비법 개정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영화계의 상시 현안이다. 지난 2017년 국회에서 열린 영비법 토론회 모습 |
ⓒ 노웅래 의원실 |
"명칭도 바꾸고 내용도 확 바꿔야 한다. 이제는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 개정에 대해 영화인들은 일부 조항만 고치는 것이 아닌 전체적인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 유정주 의원(문화체육관광위·여성가족위·예산결산특별위)은 올해 국정감사자료집을 통해 '영비법 개정안 검토 및 개정을 위한 시사점'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지난 17대에서 20대까지 영비법 개정안 검토한 내용이 담겨 있다. 현 미디어 환경을 반영한 법안 개정을 위한 준비작업인 것이다.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 업체 규제 필요
영화 관련 법안은 군사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박정희 정권이 1962년 영화법을 처음 제정한 이후 두 차례의 전면 개정이 이뤄졌고, 전두환 독재시대를 거쳐 김영삼 정권 등장 이후 33년만인 1995년 영화진흥법으로 바뀌었다. 이후 노무현 정부 때 현재의 영비법으로 바뀐 채 이어지고 있다.
현재 영비법은 2006년 4월 28일 17대 국회에서 제정된 이후 15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다. 제정 이후 31차례 개정이 이뤄졌으나 시대적 변화와 함께 영화산업 발전에 맞지 않는 부분들도 있어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인 영비법은 명칭부터 철 지난 법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현재 비디오라는 명칭은 1980년대 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는 많이 사용됐으나 현재는 일반적인 사용 빈도가 상당히 줄어든 표현이기 때문이다.
▲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
ⓒ 넷플릭스 |
특히 최근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있는 상태에서 이를 관장할 법률이 마땅치 않다는 것도 전면 개정이나 새로운 법안 제정의 필요성으로 거론되고 있다.
최근 <오징어 게임>이 대박나면서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 업체가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이익만 극대화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규모 트랙픽을 유도하는 영화나 드라마는 통신 서비스 품질 유지를 위해 인터넷망 추가 투자도 부담해야 한다. 국내 기업들은 이를 부담하고 있다.
그러나 시청자가 폭증하면서 트래픽(데이터 전송량) 급증으로 인해 통신망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넷플릭스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의 한 관계자는 "망 사용료도 안 내고 수익만 올리는 것은 부당하다"며 "어떤 식으로든 적정한 규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은 지난 5일 발표한 '포스트 코로나 영화정책 2022'를 통해 "현행 영화 중심에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콘텐츠까지 지원·관리 대상에 포함하는 등 영화산업 범위를 대폭 넓히겠다"며 "영화발전기금 납부 대상도 온라인 비디오물 취급 업체로 확대하도록 영비법 개선이 필요하다"는 정책 방향을 밝혔다. 넷플릭스도 영화발전기금 납부 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의미다.
또한 영비법 역시 (가칭)'영화 및 영상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로 명칭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유정주 의원 |
ⓒ 유정주 의원실 |
유정주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역대 영비법 개정은 17대 국회 이후 20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총 113건의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그중 36%인 40건이 통과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기업의 규제를 골자로 한 스크린 독과점 제한을 법률안에 넣는 것은 국회 문턱을 가장 넘기 힘든 사안으로 확인됐다. 총 6명의 의원이 대표 발의했고, 세밀한 부분에서는 차이가 있으나 대부분 특정 영화의 최대상영비율을 제한하자는 것이었다. 독립영화·예술영화의 최소상영비율을 확보하자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한 건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장애인을 위한 폐쇄자막 등을 제공과 광고시간을 제외한 영화 상영의 정확한 시간 고지 등도 발의한 의원들은 5명~7명이었으나 개정안을 제출한 것에서 그치고 말았다.
중요한 개정안이 발의로만 끝난 이유는 의원들의 의지 부족도 작용한다. 이슈가 생길 때 생색내기 차원에도 법안을 낼 뿐 이를 통과시키려는 의지가 약하기 때문이다. 대기업 관련 법안의 경우 관련 기업의 로비가 작용한 면도 있으나 법안에 대한 전문성이 약하다 보니 형식적인 발의로 그치는 대목도 많다.
영화단체의 한 관계자는 "이전 국회 때 상임위원장에게 영화산업 대기업 규제 관련 법안의 중요성을 설명한 적이 있는데, 이후 구상 중인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대기업 대표와 친하니 투자를 제안해 보겠다'고 하더라"며 "그 말을 듣고 암담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을 위한 자막 제공과 영화 상영의 정확한 시간 고지 등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린다. 제작현장 쪽에서는 "자막을 의무화하면 늘어나는 비용을 국가가 지원해 줄 것이냐?"며 "저예산 영화의 경우 부담이 늘어날 수 있기에 이를 법안으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시각이다.
▲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김영진)는 10월 5일 ㈜케이티, ㈜에스케이브로드밴드, ㈜엘지유플러스, ㈜홈초이스(이하 플랫폼사업자)와 ‘영화 디지털 온라인 시장 활성화를 위한 온라인상영관통합전산망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
ⓒ 영진위 |
영비법 개정에 의욕을 보이고 있는 유정주 의원은 "OTT 등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영화창작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산업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내용이 영비법 개정에 담겨야 한다"며 "기존의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온라인 플랫폼에서 상영되는 영화의 관람도 축적하는 통합전산망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유 의원은 "스크린 독과점 제한 등의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며 "영화창작자들, 관객들, 영화업자들의 공감대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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